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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저자는 이미 작가보다는 번역가로 더 유명하다. 정보라의 《저주토끼》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동시에 지명되었고, 《저주토끼》는 최종 후보에 올랐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더블린 문학상 장기 후보작에 선정되었으며, 안톤 허는 2024년 해당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책 《영원을 향하여》는 정보라 작가가 번역했다는 것에 한 번 더 호기심을 느낀다. 이 책 《영원을 향하여》는 작가인 안톤 허가 한국의 지하철 안에서 영어로 썼고, 그것을 정보라 작가가 번역했다는 것이 참으로 호기심을 더 끌어올린다. 이미 번역 작가로서도 명성이 있었던 안톤 허 작가가 영어로 소설을 썼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영원을 향하여》는 인간의 일부를 복제하여 만든 인간이, 본래 인간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심지어 기억 속에 아름다웠던 추억, 음식과 향기, 사랑했던 사람과의 아름다웠던 기억,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기억이 없을 텐데, 그런 것들까지도 복제된 인간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복제된 인간이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복제가 거듭될수록 원래 인간이 소유했던 기억들은 희미해진다. 그럼에도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랑의 기억은 잊지 않으려고 글을 이용해서 기억을 남긴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노트 한 권은 소중하게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공중에서 분해되었던 내가 돌아온다. 그런데 그 복제된 내가 정말 나일까? 그러나 나는 아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니다.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사건들을 넘나들면서 조금은 집중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 책은 소설을 이어가면서 설명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석하게 만든다.
소설의 구성은 SF 형식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인한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하기에는 아직은 공감이 안 된다.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누군가의 기억을 다시금 재소환해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통해 여주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