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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평점 :
파이어아벤트(Feierabend)라는 독일어는 하루 일을 마감할 때 쓴 명사인데, 축제나 파티의 의미가 담긴 파이어(Feier)와 저녁이라는 뜻의 아벤트(Abend)가 합쳐진 말이다. 일을 마칠 때 사람들은 먼지 묻은 손을 툭툭 털면서, 혹은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Feierabend!(파이어아벤트!)”라고 외치고, 동료들은 서로에게 ‘수고했어, 잘 쉬어!’라는 의미로 “Schonce Feierabend!”라는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공부를 마친 학생들에게는 ‘충분하다’는 뉘앙스도 있는 ‘끝’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독일어에 이들이 ‘저녁이 있는 사람’의 차원을 넘어 ‘축제가 있는 매일의 저녁’을 보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저녁은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는 시간, 우리가 가장 다정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훈색이라는 노을이 질 때 하늘에 보이는, 노랑에 분홍이 섞인 색인데, 너무도 따뜻하고 훈훈해 보이는 글자를 넣은 이유도 비슷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일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삶을 기재하면서 저자는 파이어아벤트라는 예쁜 독일어를 첫머리에 소개하는 이유라고 한다.
독일어 단어 가운데 아름다운 단어들이 많다는 것에 놀란다. 사실 독일어를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가운데 아름다운 뜻이 깊은 단어들을 저자를 통해 만나게 되면서 단어 가운데 숨어 있는 뜻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저자가 자신의 독일어 실력을 5살 아이와 같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5살 아이들이 말하는 것에 감탄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5살 수준이면 독일어는 능통한 것이다. 저자가 언어를 배우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시간들의 이야기책이다.
책을 펼치면서 단어 속에 있는 이야기가 평면을 뚫고 나와서 입체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한다. 단어에 이런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이야기는 놀이동산의 여러 볼거리처럼 독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처음 놀이동산에 간 어린아이처럼 새로운 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낯선 독일어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되는 놀라운 일이 생긴다. 단어 속에 담긴 독일의 사상과 문화와 삶의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다. 저자는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단어들을 들고 와서는 독자들 앞에 펼쳐 놓고 풀어낸다. 놀라운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