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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예술을 탐한 철학의 추노 ㅣ 인문여행 시리즈 20
조현철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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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고흐는 쉽게 매칭이 되지 않는 그림이다. 그런데 저자는 플라톤과 고흐를 연결시킨다. 이러한 저자의 작업은 고흐의 작품을 서야 고전을 통하여 해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철학이나 미술 작품에 문외한(門外漢)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동한다. 철학이라는 학문을 통하여 예술이라는 장르를 더듬어 올라가는 저자의 문학적 탐구는 독자로 하여금 놀라운 insight를 선사한다. 그림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분야가 아니다. 고흐라는 위대한 작가의 작품 세계와 플라톤이라는 철학의 세계가 만나서 어떠한 구심점을 찾아가는지도 저자는 밝히 보여준다.
난해한 미술의 세계보다는 고흐라는 서정적 작품의 작가와 플라톤이라는 철학의 만남은 독자들에게 놀라운 세계를 보여준다. 고흐의 초기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를 다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더 좋다. 사실 미술과 철학의 만남이 그리 뭐 대단할까 했는데 재미있다. 의외의 정보를 얻게 되고 그리하면 난해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실타래가 풀리듯 저절로 풀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여러 가지의 감동들은 왜 고흐인지, 왜 플라톤인지를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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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이 등장하는 배경을 알려면 예술의 뒤에 숨어 있는 서양철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Being에 대한 논의가 서양철학에서 왜 그리 중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존재론적 형이상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신이 있는가, 우리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의 기원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등등의 명제들로 인한 존재론적 사고를 통해 시작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대사는 <햄릿>에 나오지만, 사실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To be or not to be’라고 했을 뿐이다. 존재론에 나오는 그 Be 동사다. 이러한 존재론과 현대미술의 상관관계는 여러 고대 철학자들을 거쳐 기독교 신앙을 접한 이들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데 그럼 그전에는 뭐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서기 313년 기독교를 공인하고 392년 국교로 삼은 로마제국은 이런 신자들의 원초적인 궁금증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서기 457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고 게르만 계열의 여러 왕국들이 난립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철학은 신학의 시녀가 된다. 존재론에서 빌려온 빅뱅이론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존재론이 서양철학사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르네상스로 촉발된 십자군 원정은 이슬람 문화 수준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슬람에서 역수입된 아리스토텔레스로 인하 스콜라 철학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철학의 변화는 그림에까지 영향을 주어 지금의 현대 미술을 우리가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대한 역사를 요약하고 거기에 그림을 덧붙여 설명해 주어서 우리가 그동안 서양철학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더불어 그 시대의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볼 수 있어 많은 공부가 되고 역사적으로 철학적으로나 현대미술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어려울 수 있는 서양철학사와 미술 작품을 쉽게 풀어주므로 더 많은 지식과 미술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