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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가눌수 없는 슬픔이라고 하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다. 왕을 비롯한 모든 백성들의 삶이 송두리째 뽑혀지고 더 이상 내디딜 수없는 벼랑 끝에 서게 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미 <덕혜옹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준 권비영 작가가 다시금 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덕혜옹주의 오빠 이은 세자다. 조선의 황태자였지만 그 어떤것도 할 수 없었던 허수아비 황태자. 그가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강압에 못이겨 일본의 황족인 마사코와 혼인을 한다.
일본의 신문물을 알아야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상 볼모가 된 이은이다. 이은의 아내가 된 마사코의 삶도 사실은 좋은 결혼이 아니다. 천왕의 칙허로 인해 마사코는 이은과의 혼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마사코의 이은 못지 않게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은과 마사코의 결혼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관동대지진을 조선 사람들의 탓으로 돌려 왜놈들은 엄청난 수의 무고한 조선 사람들을 학살했다. 이은과 마사코도 조선인들로 인한 지진이 아니었음을 알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늘 읽어도 가슴이 아프다. 황태자 이은이 맞닥뜨린 현실은 나라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슬픔과 고독, 아픔 등이 책을 통해 가슴 깊이 들어온다. 왜 저자가 책의 제목을 [잃어버린 집]이라고 지었는지를 알 것 같다. 책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 하기보다는 등장 인물 각각에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사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마사코는 일본인이었기에 애초부터 대한민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닥친 시련은 황태자 이은과 헤어지라는 압박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압박에 굴하지 않고 황태자 이은을 위해 이겨낸다. 어쩔수 없는 결혼이었지만 그녀가 이은을 향한 사랑은 깊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줄리아 또한 이구 황태손만 바라보며 모든 것이 낯설은 이국 땅에 정착했다. 시대적 상황으로 보면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이 그 시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에 배척과 시기의 눈길을 감당해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던 시대이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은 많은 상처로 가득햇응 것이다. 거기다가 이구는 줄리아를 외면하고 모질게 하는 바람에 줄리아의 외로움은 깊은 수렁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이구 만을 믿고 의지하면서 먼 길을 왔지만 그런 그녀에게 이구는 좋은 남편이 아니았다. 이 책의 몰입감은 최고다. 이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는 우울하고 고독하다. 아마도 나라를 잃은나 시대적 배경과 그에 따른 인물들이 감당해내야 하는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우울하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더 깊은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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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