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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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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인간실격>에 나오는 청춘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조금은 우울하고 끝없는 자기비하를 통해 자살한 허무주의자인 다자이 오사무의 생에 대한 유감을 표현하는 소설이다. 요즘 같이 많은 이들이 자살하는 시대에 젊은이들에게 표본이 될 듯한 소설이다. 표지의 그의 얼굴은 우수에 찬듯하고 삶에 대한 끈을 수없이 놓기 위해 자살을 시도한 그의 평생의 지향점을 보여 준다. 책의 주인공 요조는 무책임하고 타락한 사람이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고 그리 살고 싶지 않은 인생이었기에 자신의 광대짓은 자신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고, 실제로는 여성 편력과 알코올 중독 그리고 마약 중독에 빠져 정신병원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요조의 내면은 사실 여렸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은 거짓과 위선 뿐이었다. 그럼에도 내면 속에는 너무도 여려서 세상이 자신에 대한 방식에 순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감추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포장해서 웃게 되고, 그러한 자신의 광대짓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거짓이라 생각하며 두려움으로 떨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교바시의 마담은 그를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의 자기변명인지 마담의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나약함으로 뭉쳐있는 요조는 작가의 자기 표현이며 자살을 합리화하기 위한 하나의 포장일 수도 있다. 요조가 토해내는 자기 변호의 말들은 답답하고 퍽퍽하다. 무책임한 사람 같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냥 놔두고 볼수도 없다. 무엇이 이 주인공에게 마음이 쏠리게 하는 걸까? 그의 삶은 늘 퇴자 맞는 삶처럼 보인다. 사회 부적응처럼 보인다. 결국에는 내쳐지고 배반당하는 그래서 인간으로서는 실격처리 되는 패배자로 보여진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니 자신의 가장 나약함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면서 독자에게 위로를 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약함이 동조가 되어 함께 위로의 길을 걷는다.
우울한 감정은 쉽게 전염이 된다. 책의 대부분이 우울에 젖어 있다. 그래서 책은 우울의 모습으로 책 읽는 동안 마음으로 스며들어 감정으로 승화된다. 그러면서도 작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솟아올라 왔다. 작가는 자신을 투영한 인물 요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우울에 물들어 있는 이들에게 자신과 같은 삶이 아니라 밝은 삶으로 더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요조가 읊조림은 지금도 마음에 감옥 안에 갇혀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거기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연약함의 종착역은 어디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벼운 이야기거리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인간 내면의 깊은 외로움과 불안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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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