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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
존 파이퍼 지음, 홍병룡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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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존 파이퍼, 그가 쓴 『섭리』를 처음 대했을 때 방대한 분량의 책을 보면서 이 책을 충분히 읽어 보아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섭리를 구속사의 과정을 통해 설명한다. 책의 분량이 750page를 넘어선다. 놀라운 분량이다.
저자는 서론에서 네 가지 초대를 한다. 첫째는 성경에 나오는 반직관적인 경이의 세계로 초대한다. 두 번째는 말씀을 거쳐서 실재 속으로 들어가도록 초대한다. 세 번째는 하나님께 매료된 세계로 초대한다. 네 번째는 우리가 예전에 알지 못했을 그 하나님을 알도록 초대한다. 3부로 나눠져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섭리를 정의한 후 한 가지 난점, 즉, 하나님이 자기 영광을 드러내려는 목적에 내포된 자기 영광에 대해 설명한다. 2부는 섭리의 궁극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3부는 섭리의 성경과 범에 초점을 둔다.
하나님의 섭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지면을 통해 세세하게 설명한다. 섭리의 어원과 섭리의 뜻, 그리고 ‘섭리’가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행위 또는 세계를 지탱하고 다스리시는 행위’를 의미하게 된 경위를 저자 나름대로 정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거대한 섭리의 물줄기를 창조 이전으로 끌어올린다. 거대한 섭리의 물줄기는 아브라함을 선택하여 땅의 모든 민족에게 복을 주고 결국에는 메시아인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까지 이어진다.
존 파이퍼는 이러한 섭리를 아브라함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관통한다. 이스라엘의 출애굽 역사로부터 시작하여 광야와 가나안 정복 사사 시대와 왕정 시대를 거쳐 바벨론 포로 시대 이후 예루살렘의 회복을 통하여 새언약의 재정을 보여 준다. 구약과 신약을 잇는 다리는 대체로 하나님께서 언젠가 새로운 언약을 제정하실 것이라는 약속 위에 세워졌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이 언약의 제정은 하나님의 섭리의 궁극적인 목적이 실현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길로 입증된다. 이것은 예수 님의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이러한 새 언약은 결국 피로 사서 성령이 만드는 새로운 인간 창조, 즉 하나님에 대한 사람과 하나님을 반영하는 모습이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온 땅을 가득 채울 그런 인간의 창조이다. 이것이 섭리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존 파이퍼가 섭리라는 주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방대한 분량이지만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섭리라는 개념을 풀어나가는 전반적인 전 과정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전개해 나간다. 이러한 것은 저자의 글을 쓰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정확하고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의 깊은 지식과 방대한 독서량과 무엇보다도 깊은 말씀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게 되었다. 하루 만에 후딱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서 몇 날에 걸쳐 읽기는 했지만, 그날들이 참 감사했던 것은 그동안 섭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하고 깨닫지는 못했었다.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존 파이퍼는 독자들에게 바른 성경적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섭리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성경의 구절들을 하나하나 끌어와서 차근차근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노력과 해석이 버무려져 잘 지은 밥처럼 독자의 가슴으로 들어올 때 그 기쁨은 말할 수가 없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긋고, 어느 한 페이지에서는 멈추어서 가만히 묵상하기도 하면서 따라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내용들을 알게 되고 그 내용들 앞에서 한참이나 멈춰있었기 때문이다.
존 파이퍼는 섭리의 궁극적 목표를 이렇게 말한다. “모든 걸 포괄하고 편만하며 불가항력적인 섭리의 궁극적 목표가 지닌 한 측면은 그리스도의 신부, 곧 교회, 하나님의 백성, 선택받은 자들을 이름답게 하는 것이다.”(738쪽) 지금 우리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산 앞에 서 있다. 우리의 영적 상황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위기의 때 좋은 책이 그 영적 산을 뚫기도 하고, 길을 내기도 하고, 넘을 수 있는 능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영적 상황으로 인해 멈춰져 있다면 한 번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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