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의 숲 ㅣ 책 먹는 고래 27
심강우 지음, 서혜리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평점 :

시간이라는 게 사람마다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어떤 이에게는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시간이 멈추기도 하고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저자는 시간을 기억과 연계해서 이야기한다. 기억은 품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고, 같은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환한 빛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캄캄한 어둠으로 그리고 때로는 빛과 어둠이 뒤섞인 저녁노을로 펼쳐진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들로 여행하기도 한다, 그 기억들은 지워버리고 싶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 기억의 시간의 숲에 이르게 되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오해로 인한 분노와 아픔이 치유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주인공 소녀인 소연과 그림 속 주인공 루빈의 이야기가 이리저리 교차하면서 그동안 마음에만 숨겨 두었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그 안에 세계 2차 세계대전의 아픔도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동화 속 주인공인 소연과 루빈 외에 실제 생존했던 안네 프랑크도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유태인 학살의 주제인 홀로코스트와 다문화 가정의 아픔 그리고 미혼모, 인생이 파괴된 이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어두웠던 삶이 치유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들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갖다 붙인 것처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또한, 이 동화를 읽은 아이들에게 과연 이러한 전개가 이해가 될지도 의문스럽다. 이러한 주제를 통해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말하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 굉장히 의외였다. 우라나라의 전쟁도 아니고,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나고, 지금 있는 동생마저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친동생도 아니고, 여러 가지 읽히고 설킨 문제들을 봉합하는 주제가 그림이라는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슴은 따뜻했다. 상처가 있는 두 주인공이 그림을 통해 만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서로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은 마음을 치료한다는 이야기가 가슴을 움직인다. 이 책은 초반에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전개가 이해를 느리게 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시간의 숲이 주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주변의 아이들은 현실의 우리가 품고 함께 치료하고 공감해야 할 아이들임에는 틀림이 없디. 많은 이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