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부럽다
박건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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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8년 동안 전 세계 8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으로 남기는 게 일반인으로서는 사실 가능하지 않다. 어느 정도 생활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저자가전하고자하는 것은 자신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부러워하는 순간 삶이 바뀐다고 한다.

 

 

책의 겉표지가 강렬하다. 사진과 함께 쓰인 글은 이렇다. ‘지구촌의 곳곳에는 돈이 없어, 처절한 가난으로, 제 몸 하나 제대로 뉘일 곳 없는 수많은 눈망울들을 현장에서 보게 된다. 단 한 사람도 타인의 삶을 구제하지 못한 무능함에 분노하며, 머리를 숙이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다. 나는 늘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고, 자신이 부러워한다고, 지금 나는 내가 부럽다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입버릇처럼 ‘나는 내가 부럽다’라고 되뇌는 저변에 깔린 것은 자기 자랑이 아닐까 한다. 자신을 찾아 수많은 나라를 헤매는 게 아니라 내면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인생이라는 게 자기 뜻대로 되는 게 뭐가 있는가? 저자는 여행을 통하여 잃어버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행기다.

 

 

평생을 살아도 외국 여행 한 번 가기 힘든 사람도 있다. 저자는 자신이 여행하면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을 잇는 그대로 쓰고 있다. 여행자로서의 자신의 글을 담백하게 쓴 건 칭찬할 만하다. 저자가 밟고 다닌 80개국의 자취를 고스란히 책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만, 자신이 왜 부럽다고 한 이유는 알기는 쉽지 않다.

 

 

중국과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기억에 남는 여행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많은 곳을 여행한 만큼 수많은 추억이 그를 따라다닐 것이고, 하고픈 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의 여행 중에서 자신을 가장 아프게 하기도 하고, 가장 즐겁게 하기도 한 것은 풍광이나 여행지가 아니라, 아마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표지에도 눈망울이 예쁜 아이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은 아닐까?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헷갈린다. 도대체 자신이 부러운 이유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는 내가 부럽다'라는 제목이 단지 자신이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어서였는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부러웠던 건 저자가 여행한 곳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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