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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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후각은 언제나 냄새 속에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 중에 냄새를 통해 자신이 겪은 여행기이다. 여행을 통하여 우리는 보이는 풍경을 두 눈에도 담지만 냄새로도 그 여행을 떠올리게 되고 그리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자신이 그리고 기억하는 도시들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칼리 사원 앞의 풍경을 말하면서 느꼈던 진한 꽃향기와 향 연기, 피비린내, 온갖 냄새들 가운데 머릿속이 쿵쾅거리고, 향기와 악취의 구분이 모호해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은 냄새를 뒤덮여 있고, 좋아하는 냄새와 싫어하는 냄새 그리고 질색하는 냄새까지 다양하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냄새를 맡고, 풍기며 살아간다.

 

후각은 기억의 저장고다. 후각은 아름다웠던 추억의 장소들로 공간이동과 더불어 시간여행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맡았던 그 순간의 추억을 불러오는 냄새의 풍경을 담고 있다. 그래서 미감을 찌푸리게 했던 그 풍경은 물론 너무나 향기로워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환상까지 죄다 불러온다. 냄새는 어떤 때는 향기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역한 악취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향기로 남아 그 어딘가의 여행지에서 맡았던 독특한 추억으로 되돌아오고, 또는 침샘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되기도 한다.

 

 



 

 

이 후각이라는 요상한 기관은 이집트, 모로코, 인도, 스페인, 런던, 몰타, 필리핀, 헝가리, 잘츠부르크 등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곰배령, 선암사 등의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여행지의 사진들을 책 속에 드문드문 배치하여 가보지는 않았지만 가본 곳 같은, 맡아보지는 않았지만 맡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대한 능력이다. 인간에게는 참 놀라운 능력이 있다. 단지 읽기만 해도 공감이 되는 능력이 있어서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상상만으로도 이 책에 나오는 냄새를 떠올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저자와 함께 냄새를 따라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책이 또 어디 있을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그 좋아하던 여행도 불가능해지고, 늘 집 주변만 배회하는 고양이처럼 그런 단조로운 삶 가운데 참 좋은 책을 만났다. 냄새라는 것이 고유성이 있어서 인간 각자마다 그 냄새가 다르고 동물이나 식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냄새는 어떨까? 청국장 냄새, 김치 냄새, 불고기 냄새일까? 나는 어떤 냄새의 소유자일까? 향기로운 인물일까? 아니면 악취 나는 인물일까?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냄새의 생각으로 재미있었고 취해있었던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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