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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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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공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백화점 붕괴,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유명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뉴스는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크고 튼튼해 보일지라도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고,
이제는 더 이상 포기해야겠다는 시점에 기적처럼 생존자를 구조하기도 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겠지만, 그 깜깜한 어둠 속에 갇혀 살 수 있을까?
라는 절망 가운데도 버티면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있던 그들 중 한 사람인 저자를 책을 통해 만났다.
건물이 붕괴된 것은 부실 공사와 더불어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하면서 일어난 참극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인재들이 얼마나 많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분노해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이 인재라는 것이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25년이 넘었다.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저자의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는 그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그로 인한 외상 후 장애로 인해 삶의 끝자락까지 갔던
저자의 눈물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그렇다고 저자의 말처럼 저자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내가 겪은 아픔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줍잖은 위로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저자는 나름대로 사랑받던 막내딸이었고,
1995년에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삼풍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그 날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어떻게 탈출했는지 모르게 그곳을 빠져나와 병원에 가게 된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났지만, 이후로 저자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정상적인 삶이 어려울 정도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몇 번 자살 시도를 하였고, 꾸준히 약을 먹으며 치료를 병행한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이젠 괜찮지 않겠냐는
주변 사람들의 마리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저자에게는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공포로 다가온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사고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이 있음을 느꼈다.
삼풍백화점 사고나 세월호 사고 역시 당사자가 아니면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
직접 겪어본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누가 가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큰 사고가 일어나면 각종 안전에 관한 법을 만들고 진상 조사도 하지만,
잠시뿐임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왔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거기에 대한 대책들이 세워졌지만,
돌아서면 또 다른 사고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아픔을 하나씩 끄집어내어서 책을 쓸 때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가슴 아픈 사고가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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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