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적 회심』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개인적 회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성적 회심』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자서전은 아니지만,
자서전적인 내용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부딪혀 온 신앙과 과학의 공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쓰인 책 속에서 호기심 많고 과학을
추구하던 그가 뜻밖의 사건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의 섬에 상륙하여,
거기에서 신앙의 동반자 C.S. 루이스를 만나고,
점점 더 깊어지는 신앙의 길 위에서 그동안 흐릿했고,
비합리적인 것들로 여겼던 것들이 뚜렷하게 다가오면서 의심을
통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준다.
그런 저자의 성장기와 회심기를 보면서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의 성장 과정에서 과학과 철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세상 속에는
그의 마음을 빼앗을 것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상당히 무미건조하고 이성적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독자들이 보는 관점과는 다르게 저자의 진지한 고민과
자기 성찰 그리고 신앙에 대한 진실된 물음은 공감이 된다.
그 물음은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희미하게나마 잡고 있었던 신앙의 토대가
무너지는 경험을 칼 포퍼의 에세이 ‘반증으로서의 과학’과
그의 책 『과학적 발견의 논리』를 접하면서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마치 지구가 편평하다고 주장하다가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사실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것 같이,
자신이 그동안 쌓았던 토대들이 조직적으로 해체되는 경험을 한다.
이렇듯 저자의 신앙은 위기에 봉착하고 그동안 진리로
받아들였던 것들이 완전히 폐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경험들은 지금도 믿음의 백성들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믿음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 세계가 더 강력해서,
그것을 거부하고 싸워 이길 힘이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은 진리이신 예수님을 온전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 속에서 과학적인 사고로 도배되었던
저자의 회심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드는 반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희미하게 알고 있었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의문들이 깨어지기 시작하고,
성육신 개념을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 그리스도에 대해 생각했던
방식들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1부와 2부를 통해서, 저자는 과학과 신학이라는 두 개의 산의 정상에서
풍부하고 복잡한 전경들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새로운 답변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를 3부에서 한다.
그것은 자신의 삶이 단순히 과학과 신학 사이의 틈을
메웠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맹목적 복종을 한다.
이런 현상의 기저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확실성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저자의 말처럼 더 현실적인 결론은, 믿음이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라는 단어 속에 묻혀있는
깊은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에 매달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던지는 수많은 불확실성의 물음 앞에
명확한 답변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종교적 질문뿐이다.
그런데 그 종교적 질문 역시 신앙이 아닌
신념에 해당한다면 그 역시 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