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혹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혹은 ‘문명‘은 특히 그런 주장을 내세우면서 등장했다. 시민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모든 노골적인 폭력을 금지하고 이를 총체적 주권자인 국가에 양도했기 때문에 이 ‘문명‘은 다른 모든 ‘야만스럽고 ‘미개한‘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스스로 주장해 왔다. - P89
독립적인 그룹들은 ‘일인칭 정치‘ 원칙을 고수했다. 정당들이 표를 모으기 위해 자신들의 활동을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 지도자를 붙잡고 자신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이름으로 싸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던 다른 많은 무력한 그룹들의 경험이기도 했다. 이런 ‘대의 정치‘에 반대하면서 독립성의 원칙이 고수되었다. 이는 무엇보다 여성이 자신의 투쟁, 자신의 분석, 자신의 조직, 자신의 활동을 다른 어떤 이에게도 위탁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힘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임을 의미했다. - P92
신페미니스트운동은 통일된 프로그램과 완성도 높은 이론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항상 관계하고 있는 사적 영역과 자신의 몸과 관련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남성 지배에 맞서는 반란을 시작하면서 이는 고유의 역동성과 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여성운동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대다수 사람들이 처음 예견했던 것보다 훨씬 사회 구조 깊숙이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정치운동으로서 페미니스트운동은 오늘날 다른 어느 사회운동보다도 더 광범한 반향을 낳는다. - P95
진리의 개인주의는 진리의 부재(不在)를 의미한다. 아니 진리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을 의미한다. 현대가 진리의 개인주의에 빠져있는 이유는 진리 추구의 긴 역사 속에서 진리로 주장된 것이 항상 허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서양철학의 역사는 전대(前代)의 진리가 허위임을 밝히는 역사였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전대의 철학자가 주장한 진리를 진리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역사의 반복은 진리란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였으며, 현대인의 진리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은 근본적으로 여기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 P8
서평 과제를 위해 고른 책이었지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주제인 장애인 인권운동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서도.숱한 패배와 함께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금은 가고 없지만 변혁을 꿈꾸던 사상가들처럼.
유심히 살펴보니 안연은 바보가 아니었다. 아니 놀라운 인물이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명민함에다 똑같은 실수를 거듭 저지르지 않는 철저한 자기반성, 엉뚱한 곳에 화를 옮기지 않는 이성적 사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완벽히 성사시키는 주도면밀학과 결단력, 게다가 지칠 줄 모르는 배움에의 열망에다 수줍은 겸손함까지. 완벽하다 못해 숨이 턱 막힌다. 그래서 자공에게 ‘오여여불여야‘라고 한 공자의 말을 청나라 고증학자들은 "자공아.나와 네가 모두 안연만 못하다."라고 해석하였다. 안연 그는 참으로 바보천재였다. 어떠한 내색도 없이, 단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우직하게 나아갔던 바보천재. - P44
소는 농사를 짓는 데 필수적인지라 언제나 우리 가까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세종 무렵만 해도 3만 마리 전후에 지나지 않았다. 20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110만 마리 가량으로 조사되었다. 한국 소는 세조 대 오키나와에서 도입된 물소의 후손들과 교배되면서 이전보다 덩치는 대략 2배쯤 커지고 힘은 2배쯤 세지고 논밭을 가는 속도는 2~4배쯤 빨라진 종으로 개량되었다. 노동의 효율성 측면에서 15세기 기준으로 3만 우력(牛力)이었던 조선은 20세기 초에 이르러 220만~440만 우력으로 농사짓게 되었다. 우력의 대폭발이었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