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담다 - 멈추지 않은 도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김원경.김수진.이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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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 소개의 첫 줄이 이 책을 말해주는 듯 하다.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 좋은 인터뷰는 좋은 사람이 만든다."

유명하고, 자신의 직업 즉, 자신이 돈을 받는 일을 잘 해냈거나 잘 해내고 있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대한 정의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위 문장에 딱 맞는 사람들이 나와 자신의 이야기 혹은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좋은 사람이라는 정의가 깔려 있으니 비판적 시선 따위는 다른 데서 찾으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를 할 테니 마음을 열고 배울 점, 또는 감동 받을 점을 찾으라는 것.

  인터뷰집의 좋은 점을 잘 발휘한 책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내 인생 너무 힘들고 뭔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싶은 사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을 때, 내 인생에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나 싶게,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는데 은근 이렇게 물흐르듯 나랑 연관은 없지만 나름 무언가를 해낸 남들의 조금은 표면적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니 책을 덮을 때쯤, 책을 열 때 보다 마음이 진정되고, 내가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었다. 잘 된 사람들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는 있었고, 너의 지금 그 죽을 것 같은 힘든 시기도 잘 이겨내고 나면 지나갈 것이라는, 토닥토닥과 으쌰으쌰를 함께 해 주는 책이다. 물론, 읽으려는 독자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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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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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2세기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 엘리스 피터스의 『반란의 여름(The Summer of the Danes)』은 브라더 캐드펠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도 수도사이자 약초사, 그리고 뛰어난 관찰자인 캐드펠 수사는 단순한 외교 사절의 통역자로 웨일스를 향했다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다. 덴마크인 용병, 종교적 권력 다툼, 정치적 음모, 젊은 연인의 도주… 12세기의 여름은 그야말로 ‘반란의 여름’이 된다.

이 책은 중세 수도원의 일상과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긴장감과 추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캐드펠이라는 인물이다. 시대의 통념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에서 판단을 내리는 그의 태도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본명은 에디스 퍼지어트(Edith Pargeter). 1913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역사소설, 미스터리, 전쟁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다작 작가이다. ‘엘리스 피터스’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브라더 캐드펠 시리즈는 역사와 추리를 절묘하게 결합해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시리즈는 중세의 고즈넉한 수도원 생활 속에 감춰진 인간 군상과 시대의 갈등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반란의 여름》은 그 중에서도 웨일스의 민족적 자존심과 종교 갈등이 강하게 녹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재미있게 읽은 추리소설이다. 배경이 12세기다 보니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편하게 읽힌다. 이 작품은 결말까지 빠르게 다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수도원이라는 공간과 '오래전'이라는 시대 배경 외에는 두 작품이 주는 느낌은 꽤 다르다. 12세기와 14세기는 분명히 다른 세계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자꾸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마도 그 시대, 인간보다 제도를 우선시하던 흐름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을 이해하려 한 주인공들 때문일 것이다. 캐드펠이 오랜 세월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지 추리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사상과 질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여름밤 가볍고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추천하고 싶은 추리소설이다. 무겁지 않게 읽으면서도 중세의 역사, 인간 본성, 정의와 신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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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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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143년, 영국의 슈루즈버리(Shrewsbury)에 위치한 베네딕트 수도원. 여전히 국왕 스티븐과 여제 마틸다 사이의 내전으로 불안정한 시기.

슈루즈버리 수도원과 호우몬드 수도원(Haughmond Priory) 간의 토지 교환이 진행되며 ‘도공의 들판(The Potter’s Field)’이라 불리는 땅이 수도원의 소유가 된다. 이곳은 본래 ‘수사 루알드(Brother Ruald)’가 수도사가 되기 전 살던 곳으로, 그가 도공으로 일하던 땅이다. 루알드는 수도사가 되기 위해 아내를 두고 수도원에 들어갔고, 이후 아내는 실종되었다.

이 땅을 경작하려던 수도사들이 밭을 갈던 중 여성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신은 흙 속에 급히 묻혀 있었고, 머리카락이 길고 풍성한 것으로 보아 여성임이 분명하다. 수사 캐드펠은 수도원의 약초사이자 탐정 역할을 맡는 인물로, 이 수상한 매장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수사 캐드펠은 시신의 정체와 죽음의 원인을 차근차근 밝혀나가며, 당시 사회의 윤리와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낸다. 진실은 단순하지 않으며, 은총과 죄, 복수와 용서가 얽혀 있는 인간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는 필명으로 본명은 에디스 메리 파저터(Edith Mary Pargeter, 1913–1995)이며, 역사·미스터리 소설 분야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13년 9월 28일, 셔롭셔주 호스티(Horsehay)에서 태어나 워킹클래스 출신 가족에서 자랐다. 학교 이후 정식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역사와 문학을 깊이 탐구하며 작가로 성장했다고 한다. 1930년대 약국에서 근무하다가 1940~1944년 여성왕립해군부대(WRENS)에서 근무하며 소위 계급을 받았다 . 제2차 세계대전 경험은 후에 그녀의 논픽션과 전쟁소설에 반영되었다. 필명이 많은 편이다. 1936년부터 다양한 장르에서 집필을 시작, 본명과 ‘Jolyon Carr’, ‘Peter Benedict’, ‘John Redfern’ 등의 필명을 사용했다. 1950년대 이후 ‘Ellis Peters’ 필명으로 전환하며 범죄·미스터리 소설에 주력했다. 그 중에서도 수사 캐드펠 시리즈(Brother Cadfael Chronicles, 1977–1994)는 12세기 중세 배경의 역사 미스터리로 전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좀 특이한 이력이 있다. 1947년 체코슬로바키아 방문 이후 체코 문화와 문학에 깊이 빠져들었으며, 체코어를 독학으로 익혀 체코 문학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특히 체코 문학을 영어로 소개한 공로로 금메달과 리본을 받기도 했다 . 언어에 대한 감이 남달랐던게 아닌가 싶다.

수사 캐드펠 시리즈 17권인 <욕망의 땅>(원서에서는 분명 13번째 시리즈로 나온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에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안에 생기는 사건에 대한 호기심만 열심히 따라가다보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에 가장 충실한 책인 듯 하다. 그 와중에도 가끔씩 만나는 명문장들은 아주 큰 보너스가 된다. 이 더운 여름,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데 어려운 이야기 힘들게 따라가기 힘들 때, 가볍게 읽으면서 휴식할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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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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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폴 윤(Paul Yoon)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Once the Shore』(2009), 『Snow Hunters』(2013), 『Run Me to Earth』(2020)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작가로 꼽힌 바 있으며, 전작들은 모두 깊은 서정성과 역사적 맥락이 결합된 정교한 문체로 찬사를 받았다. 폴 윤은 전쟁, 이주, 디아스포라라는 테마를 섬세하게 다루며, 뿌리를 잃은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벌집과 꿀』은 그런 그의 미학이 가장 응축된 단편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벌집과 꿀』은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소외되고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7편을 담고 있다. 각 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어떤 공통된 정서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긴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책의 타이틀과 같은 작품, 『벌집과 꿀』은 분단 이후 남겨진 가족을 찾아 떠나는 한 노인의 여정을 통해 ‘기억’과 ‘화해’를 그린다. 정제된 언어로 삶의 공허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포착하는 서사가 돋보인다. 이 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한국,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디아스포라 서사를 담아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소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폴 윤은 낯익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장이 입 안에서 꼭꼭 씹어 먹은 밥알처럼 점점 달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평온하고 서정적인 듯하지만, 마지막 문장에 이르면 감정이 묵직하게 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문체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직관적이며, 번역 역시 그 섬세한 결을 잘 살려주고 있다. 『진실에 다가가기』의 후아 쉬를 떠올리게 하는 깊이도 느껴져서 좋았다.

이 책은 요즘처럼 무더위에 지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읽으며 내면을 다독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작가 폴 윤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하고 싶은 문학적 발견이었다. 이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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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한국전쟁 감동 실화
로빈 허턴 지음, 황하민 옮김 / 도레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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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여한 군마 '아침해(Reckless)'의 실화를 담은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한 마리 말의 이야기를 넘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성과 존엄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이다.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김신영 작가의 《레클리스》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개 방식과 관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김신영의 작품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땅’과 ‘우리 전쟁’을 배경으로 제주도 출신 종마의 여정을 그렸다면,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세계사의 장면을 조명하며, 그 안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한 존재의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허턴의 문체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전장에 함께했던 말에 대해서는 한없는 존중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군마의 존재를 단순한 전쟁 장비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싸우고 함께 고통을 겪은 동료로 기억하려는 시도는 이 책이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서는 이유다.

읽는 내내 감정이 절제된 서술 속에서도 따뜻함이 배어 나왔고, 말이라는 존재를 향한 시선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묻어났다. 특히 말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전장에서 '전우'가 되었는지를 사실적인 사례와 함께 묘사한 부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 책. 《레클리스》는 인간 중심의 전쟁사를 넘어, 함께 전쟁을 겪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기리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전쟁에 참여하게된 동물의 이야기. 예상하듯 마음이 힘든 장면들이 꽤 있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고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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