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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한국전쟁 감동 실화
로빈 허턴 지음, 황하민 옮김 / 도레미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여한 군마 '아침해(Reckless)'의 실화를 담은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한 마리 말의 이야기를 넘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인간성과 존엄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기록이다.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김신영 작가의 《레클리스》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개 방식과 관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김신영의 작품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땅’과 ‘우리 전쟁’을 배경으로 제주도 출신 종마의 여정을 그렸다면, 로빈 허턴의 《레클리스》는 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세계사의 장면을 조명하며, 그 안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한 존재의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허턴의 문체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전장에 함께했던 말에 대해서는 한없는 존중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전쟁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간' 군마의 존재를 단순한 전쟁 장비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싸우고 함께 고통을 겪은 동료로 기억하려는 시도는 이 책이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서는 이유다.
읽는 내내 감정이 절제된 서술 속에서도 따뜻함이 배어 나왔고, 말이라는 존재를 향한 시선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묻어났다. 특히 말이라는 동물이 어떻게 전장에서 '전우'가 되었는지를 사실적인 사례와 함께 묘사한 부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존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 책. 《레클리스》는 인간 중심의 전쟁사를 넘어, 함께 전쟁을 겪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기리며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전쟁에 참여하게된 동물의 이야기. 예상하듯 마음이 힘든 장면들이 꽤 있다.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고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