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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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2세기 웨일스를 배경으로 한 엘리스 피터스의 『반란의 여름(The Summer of the Danes)』은 브라더 캐드펠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도 수도사이자 약초사, 그리고 뛰어난 관찰자인 캐드펠 수사는 단순한 외교 사절의 통역자로 웨일스를 향했다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다. 덴마크인 용병, 종교적 권력 다툼, 정치적 음모, 젊은 연인의 도주… 12세기의 여름은 그야말로 ‘반란의 여름’이 된다.

이 책은 중세 수도원의 일상과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긴장감과 추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캐드펠이라는 인물이다. 시대의 통념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에서 판단을 내리는 그의 태도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 엘리스 피터스의 본명은 에디스 퍼지어트(Edith Pargeter). 1913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역사소설, 미스터리, 전쟁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다작 작가이다. ‘엘리스 피터스’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브라더 캐드펠 시리즈는 역사와 추리를 절묘하게 결합해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시리즈는 중세의 고즈넉한 수도원 생활 속에 감춰진 인간 군상과 시대의 갈등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반란의 여름》은 그 중에서도 웨일스의 민족적 자존심과 종교 갈등이 강하게 녹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재미있게 읽은 추리소설이다. 배경이 12세기다 보니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편하게 읽힌다. 이 작품은 결말까지 빠르게 다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수도원이라는 공간과 '오래전'이라는 시대 배경 외에는 두 작품이 주는 느낌은 꽤 다르다. 12세기와 14세기는 분명히 다른 세계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자꾸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마도 그 시대, 인간보다 제도를 우선시하던 흐름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을 이해하려 한 주인공들 때문일 것이다. 캐드펠이 오랜 세월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지 추리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사상과 질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여름밤 가볍고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는, 추천하고 싶은 추리소설이다. 무겁지 않게 읽으면서도 중세의 역사, 인간 본성, 정의와 신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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