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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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과 내용 구성, 사진, 그림 등에 한번 놀라고, 출판을 수 십 년 하셔서인지 지식의 양과 깊이가 어마어마한데 두 번 놀랐다. 출판업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으신다.

특히 세계문학은 예나 이제나 중복 출판의 핵심 레퍼토리들이어서 세계 문학작품과 국내 문학작품이 대다수인 <삼중당 문고>의 존재 의의는 말 그대로 출판의 대중화 외에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p.48

사실 1,000쪽이 넘는 책을 사서 읽으려면 꽤나 다부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런 책을 펼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이다. 반대로 그런 책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데, 그런 분들의 내심을 대변한다면 이런 심경이리라. '분명 이 정도 두꺼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면 출판사 입장에서 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가치가 없는데도 이렇게도 두꺼운 책을 출간했다면 아무도 읽지 않을 테고, 그것은 곧 망하는 지름길일 테니까.'
p.122

벽돌 책을 반드시 다 읽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을 것이고 특히 라틴어 번역서 같은 경우는 수요도 적을 테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서는 다들 벽돌 책이지만 나는 사서 모으는 중이다. 숲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데 책을 보면 연세도 있으신데 얼마나 힘이 드실까 싶다.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숲 출판사에서 그래도 좋은 품질로 출판해 주어서 감개무량하다.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생각을 글로 표현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래, 나의 생각이 얼추 맞구나. 그럼 앞으로도 계속 나는 나의 생각대로 구매를 하면 되는 거다. 독자 한 명이 아무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내 나름의 책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이다.

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이 읽었어요. 게다가 책의 수준을 보십시오. 결국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몇 대 강국이라고 떠벌린다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경제적인 부문에 국한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들이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울지 모르지만 근대 문명의 전통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지갑도 웬만큼 두툼해졌으니 문명의 두께를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 그대로 벼락부자일 뿐 지성과 풍경, 철학과 사고 면에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청소년들의 인성이 문제야. 그러니 인성교육을 시작하자고." 하는 따위 개그는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p.184

고전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덜어주는 말씀이 고맙다.
고전은 꼭 읽어보는 게 좋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도 전부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좋았다. 내가 읽은 두꺼운 고전 속에서 나에게 와닿는 한 구절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고 읽고 나서 가슴속 한구석에 변화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런 감정 변화가 다시 찾아올 때면 다시 꺼내 읽고 그러면 이전에 닿지 못했던 곳에 살짝 발은 담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전을 번역해 주심에 감사하고 감히 읽을 수 있다는데 감사하다. 모르고 살게 되는 것보다 어설프게나마 알아가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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