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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0.

제17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책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동물의 탈을 쓰고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 소설은 아주 쉽게 독자를 대하고 있다.
문체가 그렇고 구성이 그렇다.
각 인물들 또한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물 흐르듯이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게 좋다.
1.
주인공은 서른 다섯의 김영수라는 인물이다.
결혼은 했다.
직장에서 짤렸다.
부업으로 마늘까기 하다가 너무 매워서 눈물만 흘렸다.
그래서 곰인형의 눈알 붙이기 하다가 본드에 중독이 됐다.
이리 살면 안되겠다 싶어 그의 부업 알선책 돼지 엄마에 소개로
그는 동물원에서 고릴라 탈을 쓰고 고릴라 행세를 한다.
궁금한 점은 세링게티 동물원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여기 동물원은 진짜 동물이 없다.
모두 동물의 탈을 쓴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 동물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작가의 아무런 언급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이것을 사회를 보는 작가의 시선이라고 생각하겠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저 마다 동물의 탈을 쓰고 사회라는 동물원에 갇힌 신세인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동물의 탈을 쓰고 있을까.
술을 먹지 않아도 개가 되는 사람도 있던데.
난 술 먹으면 강아지가 된다.
앙앙.
2.
그가 근무 하는 곳에는 세 마리의 고릴라가 있다.
예순을 바라보는 만딩고
50대에 조풍년씨
9급 공무원을 공부하는 영희씨.
이 세명의 사연이 소설에서 차례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 만딩고씨가 특이하다.
그는 전직 남파 간첩이다.
그는 연락책에게 배신을 당하게 된다.
결국 연락책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가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여기서 연락책이 아주 무서운 말을 하게 된다.
자신이 무서워 하는 것은 오직 돈 뿐이라고.
3.
p 214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시쳇말로 졸라 통쾌하지 않은가.
이 글을 읽고 속이 시원했다.
우리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지 묻는 말 같기도 하다.
상식이 없고 비상식이 난무하는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 아닌가?
물론 어떤이에게는 핑계일수도 있겠다.
허나 인간이 태어났으면 행복하게 살기 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서로를 죽이려고 안달이 나 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보니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 사회에서 과연 누가 인간다운 삶을 산단 말인가.
차라리 동물원에서 사는게 더 낫지 않을까.
이 소설에서 만딩고는 아프리카로 가서 고릴라로 산다.
진짜 고릴라로 산다.
어쩜 동물들이 우리들에게 무엇이 행복인지를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스스로 동물원을 만들어 그 안에
우리의 정신을 가두어 살고 있는지도 한번쯤은 의심해 봐야 한다.
무턱대고 모든이들이 하는 쪽으로 가는게 옳은게 아니다.
이 소설은 동물원에게 안녕을 고한다.
굿바이라고
사실은 자아를 잃어 버리고 사회라는 그 구조속에 정신을 빼앗긴
우리가 이런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굿바이 자본주의
그렇다고 사회주의로 가자는 건 아니다.
난 인본주의가 70. 자본주의가 20, 사회주의가10,인 사회를 원한다.
이 소설을 다 읽으면 기분이 꽤나 더럽다.
지금 우리를 거울보듯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우리의 자리를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기게 된다.
한번도 사회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한번쯤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