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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0.

방현희 소설가의 장편 소설이다.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과 책 표지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몽상적이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헤갈린다.
소설의 구성은 단순하고 쉽다.
그런데 이야기들이 뭔가 알뜻 모를뜻 짜여져 있다.
소설속 인물들의 성장배경이나 왜 그런 트라우마를 갖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해하기가 쉬웠다.
몸 안에서 끄집어 내고 싶은 잊고 싶은 추억을 어찌하지 못해
슬피 우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1.
네 가지의 비밀
네 명의 인물이 소설속 주인공이다.
첫번째 인물은 프랑스 여인 마르셀이다.
아버지는 외교관이고 어머니는 외로움에 햇살이 나는 날에 창녀 일을 한다.
그러다 어머니가 칼로 난도질을 당하게 되고 급기야 죽고 만다.
아버지 또한 비행기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마르셀은 우연히 한국에 들어와 장 이란 인물을 알게 된다.
두번째 인물은 닥터정이다.
정신과 의사이다.
이 사람은 상업적으로 뛰어난 의사는 아니다.
성 클리닉이나 학습장애 클리닉 같은 것을 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입이 많지 않다.
어릴때 아버지의 은근한 학대와 아픈 어머니로 인해
유년시절이 어두웠다.
그의 고객으로 마르셀과 마쓰코와 장이 온다.
닥터 정은 이 소설에서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세 명이 모두 그를 찾아 오고 그 또한 그들에게 호기심을 들어내면서
소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상담을 통해서 이들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번째 인물은 마쓰코다.
제일교포 3세다.
그녀는 어릴적 유럽을 동경하는 어머니로 인해 불쾌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자신의 피속에 한국인이 있음을 알고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다.
그리고 마르셀과 마찬가지로 장을 만난다.
네번째 인물이 장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다.
마르셀과 마쓰코는 장과 몸을 썩는다.
그런데 장은 그녀들의 목을 조른다.
그녀들도 흔쾌히 수락을 한다.
왜 그럴까.
왜 관계를 가지면서 목을 조르는 걸까.
한 가지 거짓말.
제목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말인데
아마도 소설속 네 명의 인물들에 대해서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점이 아닐까.
넷 모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그것을 어찌하지 못해 괴로워 하고
숨기고 들어내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을 속이는 하나의 거짓말이 아닐까.
2.
처음에 읽었을 때는 세심한 묘사가 재밌었다.
그런데 그 묘사가 주구창창 이어지니 흥미를 잃었다.
만일 단편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장편이라면 곳곳에 예기치 못한 장치를 마련해서
독자를 놀라게 해주는 맛이 있어야 지루함이 없지 않을까.
책 설명에는 에로티시즘이 있다고 하는데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에로틱한 글들이 내게는 고목처럼 딱딱하게만 보였다.
살아 있는 생어가 아닌 죽은 사어처럼
전혀 섹시하게도 전혀 흥분되지도 않았다.
3.
소설의 재미는 많이 떨어졌지만 작가의 필력 만큼은 좋았다.
장이라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마씨라는 성을 가진 두 여자
그리고 이들을 상담하는 정이라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몽환적이며 때로는 개인들의 아픔이 시대상과 얽메여져서
매우 안타깝기도 하고
인간의 외로움이란 진실인가 하는 의문이 그려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이 글은 내 개인적은 생각일뿐, 다르게 볼 수도 있음을 미리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