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0.


오기가미 나오코라는 영화 감독의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이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편 두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의 공통점이 바로 '히다리 포목점'이다.


1.

첫 중편의 제목은 '모리오'이다.

주인공 이름이다.


주인공은 팔자 눈썹 때문에 항상 위축되어 있다.

모두들 그의 얼굴을 보고는 때리고 싶어 한다.

그의 취미는 어머니의 재봉틀 밑에 숨어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재봉틀이 그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을 때

모리오는 기뻐한다.


그리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어느 소녀의 방문이 있다.

이 소녀는 모리오의 재봉틀 소리를 좋아한다.


이 소설의 사건은 없다고 해도 좋다.

반전이랄 할 것도 없다.

사랑도 아닌 것 같고

뭔가 애틋한 그 무엇이라면 재봉틀 위에서 옷을 만드는 모리오의 모습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문체가 맘에 든다.

뭐랄까.

숲속 한복판에 호숫가를 바라보면서 누워 있는 기분이랄까.

햇살이 호수 위를 비추고 미풍이 살랑이면

호수의 물결이 반짝이며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 난다.


주로 단문이고 수사법도 거의 없지만

고요히 마음속으로 뭔가를 전해주고 있다.

마치 한편의 동화처럼.


아주 잔잔해서 내가 책을 읽는지도 모를 지경이 될 정도였다.

참, 담백하게 잘 썼다.


2.

에우와 사장.


제목을 봐서는 에우와라는 사장의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에우라는 남자와 사장이라는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에우의 이름도 고양이 이름이다.

그의 어머니가 가장 아끼던 고양이 이름이 에우였다.

그래서 그런지 에우는 고양이처럼 잠이 많다.

불행하게도 그는 늘 아르바이트를 하면 짤린다.

그런데 그가 짤리지 않은 일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 상대하기'이다.


사장이란 고양이는 그의 동거녀가 키우는 고양이이며

암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


이 소설에서는 고양이가 많이 등장한다.


일본 소설속에서 고양이는 자주 등장하는 하나의 상징물 같다.



3.

아주 쉽게 금방 훌훌 읽어 버렸다.

읽는 동안 주인공들이 참 순하고 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인공들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지만 그냥 주위로 부터 버림을 받거나 무시 당한다.

생긴게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모리오와 에우와 사장에서 주인공들은

히다리 포목점에 들려 주인 아주머니와 고양이 사부로씨를 만나게 된다.

아주머니는 말한다.

고양이들은 나이를 빨리 먹기 때문에 아기처럼 대하면 싫어한다고.

그래서 사부로씨로 부른다.


아마도 작가는 히다리 포목점이라는 하나의 장소를 

주인공들의 전환점으로 이용한 것 같다.

모리오도 포목점에 들려 옷감을 구입하고

에우도 포목점에 들려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포목점 방문 이후 저마다 행복해 한다.


우리에게도 히다리 포목점 같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