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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섹스 - 생명은 어떻게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가?
도리언 세이건 & 타일러 볼크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0.
죽음과 섹스
저자 한명이 지은 책이 아니다.
'죽음'은 도리언 세이건, '섹스'는 타일러 볼크.
두 저자의 공통점이라면, 창조론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도리언 세이건은 책에서 스스로 무신론자임을 밝혔고
타일러 볼크는 은근히 자신이 창조론을 믿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즉, 이 책은 죽음과 섹스를 과학으로 풀이하고 있다.
감성적으로 죽음과 섹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1.
인간은 언젠가는 자신의 육체를 버릴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지금도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의 몸속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의 육체에서 수많은 생명들, 즉 세포들이 죽고 있으며 다시 태어나고 있다.
우리가 자각을 하지 못 할뿐이지 우리는 죽음을 삶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p 62. 헛물관으로 변할 세포들은 살아있을 때의 세포 내용물이 텅 비어진다.
기본적으로 살해를 당하는 셈이다.
식물은 삶을 연명하기 위해 자신의 세포를 죽이고 이용한다는 것이다.
즉, 죽음이란 두려움이 아니라 개척이라는 말인 것 같다.
p 128. 나는 자신을 흐르는 물 위의 잔물결로 간주한다.
내가 있는 곳은 여기인 동시에 여기가 아니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몸. 뼈와 피와 살들은 예전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세포들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즉, 우리의 몸은 몇개월에서 몇년에 걸쳐 완전히 다른 세포로 교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나는 나라는 자신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처음에 내가 아니다.
우리는 호수의 잔물결을 볼 때가 있다.
조금씩 물결치는 그 잔물결이 지속적으로 호수의 맞닿은 면에 부딪힌다면
호수의 모양은 변할 것이다.
우리의 몸은 그렇게 조금씩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게 변하고 있다.
결국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단계에서 끝이 나지만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는 자양분이라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계라는 것이다.
우리의 육체가 죽음으로써 우리의 종은 다음단계의 진화를 준비한다.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보존해 주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되 죽지 않는다는 말이 그것이다.
2.
섹스를 왜 하는가는 단지 종족 번식에 있지만은 않다.
더욱이 인간은 그러하다.
쾌락을 위해서 섹스를 하는 종이 인간 말고도 다른 영장류에서 발견된다.
특히, 보노보는 단체로 섹스를 하며 섹스를 하나의 놀이로 여기는 종이다.
식물들의 경우에도 섹스를 한다. 하지 못하는 종은 자웅동체로 스스로 해결한다.
섹스는 나와 다른 종이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다는 의미.
즉, 좀 더 강한 종의 진화를 의미한다.
섹스에 있어 좀 더 문란한 쪽은 암컷이다.
이들은 더 강한 씨앗을 얻기 위해 여러 수컷들과 성교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났을 때
누군가는 그 생명체를 키워야 했다.
일부일처제는 즉, 암컷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3.
이 책은 논문이나 마찬가지다.
지루하고 재미는 없지만 새로운 지식을 접한다는 즐거움이 있다.
죽음과 섹스라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과학적으로 풀이해 놓았다.
다소 감정이 없는 마네킹 같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최소한 인간과 다른 생명들의 유사점을 알 수 있다.
죽음과 섹스는 생명체가 진화하기 위한 필연의 과정이었다.
그러하기에 결코 두려워하거나 창피해 할 이유가 없다.
동물들에게 도덕을 찾기 힘들지만, 동물들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생명체의 본능이며 살기 위한 나름의 법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