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눈 서양의 눈
박우찬.박종용 지음 / 재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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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하지 않았는가. 영어,수학만 공부하고서는 예체능이 그리워지듯이 누구에게나 예술에 대한 선망이 있어 보인다. 나는 그중에서 미술에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고 많은 책들을 구입하고 전람회에도 가보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서양화 위주였던 것 같다. 동양화는 주로 수묵화 위주이고 산수화 아니면 인물화여서 화려함이 적어 보였고 서양화의 다양한 사조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과 화가의 인생까지도 지적 호기심의 충족 대상이었다. 한마디로 동양화는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많은 일반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하다.

이 책은 미술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눈이 어떻게 세상을 보아왔는지를 살펴보고 동서양 눈의 독특한 특징들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야흐로 문명은 동양에서 싹이 터 왔지만, 르네상스 이후 서양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물결에 따라 서양이 우수한 무기를 바탕으로 동양을 침략하고 지배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서구문화가 세계의 중심이 되었고 동양화는 활기를 찾지 못한듯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강조하듯이 동양과 서양의 눈은 다르고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세상이 하나가 되었듯이 동양화와 서양화는 함께 보아야 한다.

 

15세기 이전에는 동서양의 눈은 서로 같았고 동서양의 미술은 하나였으며 미술의 목표는 현실을 리얼하게 재현하는 것이었다. 또한 과거의 미술에서는 재현(再現)이 중요해서 사람의 생사까지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예전에는 사진이 없어서 초상화를 그려야 했는데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까다로운 왕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얼굴이 나올때까지 화가를 처형시켰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양의 눈과 서양의 눈은 어떤 차이가 있어 미술에 영향을 미쳤을까. 먼저 서양의 눈은 투시원근법을 통해 객관적인 세계를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15세기 원근법에서 시작된 서양의 객관주의로 인해 서양의 미술, 문화, 과학은 동양과 다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와 다르게 동양에서는 관찰대상에 관찰자의 생각과 감정이 이입되어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았다. 응물상형, 감정이입, 차물서정이란 말처럼 동양의 미술은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에 적극적으로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에 서양의 객관주의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서양의 눈은 그리드, 실측지도, 삼각측량, 렌즈의 활용을 통해 측량을 강조하는데 반하여 동양에서는 형상기억, 산점투시, 삼원법, 의재선필로 말할 수 있다. , 객관주의를 중요시하는 서양에서 당연히 공간과 물체를 측량하여 미술에 반영되었고 동양에서는 화가가 대상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려내기 때문에 화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정확한 기억력이 중요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사진처럼 리얼하게 재현하기 위해 픽처레스크, 옵스큐라, 리얼리즘이 발달하지만 동양에서는 객관적인 재현이 아니라 현실너머 진실된 무엇을 표현하는 것이 일이었고 그것을 사의(寫意)라 부른다.

 

이 책에서는 동양의 눈과 서양의 눈 차이만을 말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차이가 있으나 20세기 후반 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시각예술의 환경과 생활환경이 급속하게 바뀌어지고 생활양식의 세계화와 현대적인 미디어의 이용으로 세계의 눈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현실을 종합하고 사람과 문화가 섞여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잡종문화로 융합을 강조하는 시대다. 이 책에서는 주로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그 특징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얼마전 다니는 대학원에서 동양화가분의 특강이 있었는데 그 분의 그림은 색채가 강조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서양화인 줄 착각한다고 한다. 이 책의 말미에 동양과 서양의 눈이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림을 보면서 화가와 시대적 배경, 사조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눈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어서 앞으로 동서양 미술에 접근할 때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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