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근, 휴일근무...일도 바쁘고 직원들이 다 출근하기 때문에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함께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매력적인 책 표지색(핑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거의 두달동안 펼쳐보지 못하고 책상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직장생활 15(군대에서 장교로 지낸 3년 추가하면 18) 동안 회사일이 나의 삶을 지배했고 남겨진 건 가족뿐인 것 같다. 그래도 짬을 조금씩 내어 책을 읽고 그 책이 책장에 진열되어 있으면 내가 세월을 허비한건 아니다라는 위안이 생긴다.

내가 서두가 너무 긴거 같다. 이렇게 치열하고 재미없는 하루하루속에서 7살 먹은 엘사와 77살의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유쾌함과 슬픔이 동시에 나타난다. 일단 저자의 의도도 훌륭하지만 번역가가 보여준 한글의 우수성을 마음껏 표현하였다. 잘잘 익은 계란 후라이를 넣은 김치볶음밥처럼 입속에서 우물거리다가 뒷끝없는 개운함으로 나의 식욕을 100% 충만한 번역솜씨다. 부모가 이혼하여 아빠를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아빠의 존재감이 없고 엄마 또한 병원을 경영하여 매우 바쁘게 살아가지만 엘사에게는 할머니가 최고다. 괴팍한 성격에 괴이한 행동을 하지만 손녀 엘사를 위해 병원에서 탈출할 정도로 극성이 많은 할머니. 미아마스 왕국이라는 상상력의 세계에서 우리 독자는 약간의 끈기를 버리면 안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나의 돌아가신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가 남기신 편지를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다시 한번 말썽꾸러기(?) 할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7살짜리 주인공(엘사)치고 너무 성숙해 보이고 말도 잘해서 재미있지만 현실적으로 11(우리 딸아이 나이)정도는 되어야 소설처럼 말대꾸하고 깐죽거리지 않을까. 하여간 할머니와 엘사, 현실에서 보고싶은 인생의 비타민같다. 짜증이 나겠지만 너무 유쾌해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