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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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이 책 제목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가 바로 엄마한테 일러 바친다.  아빠가 이상한 책을 읽고 있다고.

line_characters_in_love-40아내한테 한 대 맞을 일이기도 하지만, 책 표지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의무'만 있고 '재미'를 잃어버린 이 시대의 모든 남자들을 위하여!

30~40대 기혼 여성들의 '기분 그래프'에 아주 특이한 현상이 있는데, 기분이 아주 좋다가도 어느 특정한 순간, 기분이 곤두박질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가 어느 때인가 하면, "대부분 남편이 막 퇴근했을 때"라고 한다.  아마도 그럴 것 같다. 퇴근하자마자 밥 달라고 징징징. 잔소리를 하거나 냄새나는 양말을 벗겨서 휙 던지거나, 가만히 있는 아이들한테 공부안하냐고 소리치거나...아내는 속으로 '뭐가 예쁜게 있어야 좋아하지'라고 말할 것 같다.

이 책은 다섯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에피소드와 함께 우리 "아저씨"들을 안내한다.

다섯 주제는 1.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2. 계절이 바뀌면 남자도 생리를 한다, 3. 도대체 갈수록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4. 우리는 절대로 지구를 지킬 필요가 없다, 5. 도대체 무엇때문에 사십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는 사람이 태반이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할 후회라면 짧게 하는 편이 낫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말까 망설인다면 일단은 저지르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결혼은...

아마도 내가 후회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아내가 후회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곰같이 재미없고 둔한 남자와 사는게 재미없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를 읽으면 같은 남자로서 일부분 공감이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서 외모는 완전히 아저씨지만 아직 마음은 사춘기 소년과 같기도 하다. 그러나 거울을 보고 있느라면 할아버지같기도 하다. 하얀 머리카락과 코털. 끔찍하다. 이젠 주름살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요즘, '남자의 일생'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을 해본다. 주위에 있는 아저씨들을 보면, 한푼이라도 돈을 안쓰려고 하고 가능하면 회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려고 한다. 궁색같아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구두쇠 노릇해서 돈을 모아 자기한테 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집에 아내와 아이들이 스키를 배우러 가거나 해외여행을 하거나 교육비로 왕창 쓰고 만다. 당장 자기한테 어떠한 직접적인 쾌감은 전혀 없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도 아니요, 고급 술집에 가서 비싼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요, 혼자 해외여행을 가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인간이 된 것은 엄마의 감탄을 받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인간은 끝없이 감탄해야만 한다.

죽을 때까지 누구로부터든 감탄을 받아야만 한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가 아니다. 동물의 욕구다. 아니, 짐승의 욕구라 볼 수 있다.​

​영화'아저씨'에서 원빈과 같은 멋진 아저씨가 되고 싶었지만,

칙칙하고 냄새나며 드러운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회사일에, 집안일에 너무 피곤하다. 나를 돌아본다. 나는 누구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거울을 쳐다본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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