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떠오른다. 세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미처 읽지 못했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춘기에 나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사랑하는 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하고 로테가 베르테르의 사랑을 받을 수 없자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에게 총을 빌려 자살하고 만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이야기지만 저자는 경제학적 지식을 가미한다. 베르테르와 알베르트가 로테에게 보완재 또는 협동재의 역할을 해서 베르테르와의 관계가 좋아질수록 남편 알베르트와의 관계도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관계는 대체재였다. 즉 경쟁재인 것이다. 통상적인 삼각관계는 대체재로 볼 수 있다.

한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당시 독일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서 젊은이들이 권총으로 모방자살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고 한다. 1974년 미국 데이비드 필립스라는 사회학자가 유명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이 이를 흉내내 자살하는 것을 '베르테르효과'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문학과 경제학을 어울러서 일반인들에게 소설적인 아름다움과 경제원리를 들려주고 있다. 소설의 인물과 사건이 경제원리에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공학을 전공한 10년차 경제부 기자면서 문학과 영화, 뮤지컬을 좋아한다. 기자생활 초기에 경제용어를 잘 몰랐던 경험을 이 책처럼 문학작품과 접목하여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통계는 거짓말을 한다"(195p)에서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인용하고 있다. <동물농장>은 소련의 스탈린 체제를 우화적으로 비꼰 작품이라고 하는데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인물과 대비된다. 동물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메이저 영감은 레닌, 메이너농장은 러시아, 동물농장은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 동물농장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스탈린, 쫓겨난 스노볼은 트로츠키다. 나폴레옹을 호위하는 개들은 소련 비밀경찰을, 끝까지 충성하다 배반당하는 복서는 프롤레타리아트를 가리킨다. <동물농장>에서 동물들이 배가 고픈데 농장의 각종 식량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숫자로 발표를 한다. 그런데 통계발표를 제대로 하려면 어느 시점보다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리고 식량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계절조정도 필요하다. 

비단 소설뿐만이 아니다. 정부나 기업이나 심지어 어떤 모임에서까지 통계와 언론은 중요하다. 통계를 발표하는 당국이 자기에게 유리한 통계만 발표하거나 심지어 조작을 해서 권한을 획득하려 하고, 언론이 이러한 엉터리를 파헤쳐서 세상에 알려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고 오히려 정권과 결탁해서 당국의 엉터리 통계발표를 신뢰하고 확대재생산하는 기사를 내보낸다면 <동물농장>과 무엇이 다를까. 그래서 최고책임자(대통령, CEO, 어떤 집단의 수장....)는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

"잊어야 할 것은 잊는 게 낫다"(53p).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 최고 소설중 하나로 평가되며 현대문학의 고전이라고도 불린다. 얼마전에 영화로도 개봉되었고 소설책도 많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서른 살에 백만장자가 된 개츠비의 사랑이야기다. 여기에서도 경제학 이야기가 가미된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화자인 닉이 보기에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5년전 사랑은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은 이미 써버려서 더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5년전에 사랑한 사이이고 개츠비는 여전히 데이지를 사랑하지만, 데이지는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데이지의 남편 톰은 개츠비와 데이지 사이 관계를 알고 복수심에 불타 개츠비가 그랬다고 윌슨에게 거짓말로 이야기하고, 윌슨은 개츠비를 죽이고 만다.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비를 들이고 광고비도 쓰고 창고에 잔뜩 쌓아놓았는데, 정작 제품이 하나도 안팔리고 쓸모가 없다고 하면 창고에 쌓인 제품을 재빨리 처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본전 생각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회수할 수 없는 경우다. 개인의 경우에도 인생 전체를 생각해서 어떤 판단을 잘못했다고 확신이 든다면, 예를 들어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고 하면, 투자한 비용이나 시간을 매몰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재빨리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맬서스의 <인구론>을 반박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하고,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옇애기>가 식민지 전쟁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거두던 영국정부에 대한 지독한 풍자라고 한다. 작가는 자신이나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쓰고 그 시대적 배경은 곧 경제적 배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은 36개의 고전문학에서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고전이기에 이해도 빠르고 재미도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고전을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소설 스토리에만 빠져서 숨겨진 것들을 우리가 놓치지 않았는가. 경제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를 넓혀주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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