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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헤르만 헤세와 데미안. 이 두 이름은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일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밑에서"란 책을 어린 시절에
읽었지만 이 책은 미처 읽지 못하다가 이번에 기회를 얻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 무렵부터 스무살 정도까지 약
10년에 걸친 이야기인데, 마흔이 넘은 내가 읽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방황과 혼란의 시기를 거쳐 가정을 이루고 현실과 싸워야 하는
중장년의 시기는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세대와 일치하지 않지만, 즉 새가 투쟁하며 알에서 나오는 때가 아니지만, 새가 가족을 위해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현실의 세계에서 이 소설을 바라보게 된다.
이 소설을 편의상 세부분으로 나누면, 첫번째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1~3장), 두번째는 피스토리우스와 만나면서 자기 발견의 길을 걷는 시기(4~6장), 마지막은 싱클레어가 에바부인과 만나고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시기(7~8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싱클레어는 열 살 무렵, 질서와 안정과 의무가 지배하는 부모님의 집이란 세계(밝은
세계, 허용된 세계)와 비밀, 위험, 폭력, 충동이 지배하는 어두운 세계(금지된 세계)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스스로가 밝은 세계에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어두운 세계로부터 유혹을 받고 호기심을 끊지 못한다. 그 때 프란츠 크로머가 나타나고 공감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냈다가
프란츠가 이를 약점으로 삼아 싱클레어를 협박한다.
지금 세대에서 이런 일이 거의 없겠지만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때 불량학생들이
많아서 돈을 빼앗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싱클레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싱클레어는 프란츠로부터 협박을 당하면서 밝은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감당하기
어려워 심지어 꿈에서 아버지를 살해할 것을 강요받기도 하는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같은 학교로 전학온
학생인 막스 데미안이란 친구가 그를 구해주게 된다.
싱클레어가 김나지움에 입학하면서 밝은 세계보다는 어두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하던중 베아트리체라 이름 붙인 소녀를 동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베아트리체의 초상화가 데미안의 초상으로 인식했다가 나중에는 자신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싱클레어의 매에 대한 그림에 대해 데미안은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새는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만나게 되는 싱클레어는 아브락사스가 선과 악의 이원적
요소를 지닌 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싱클레어가 흠잡을 곳 없는 정상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 그 신은 싱클레어를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부분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다시 만나게 되고 데미안으로부터 그의 어머니를
소개 받는다. 데미안 어머니, 즉 에바부인으로부터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는 길이 필연임을 알게 되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전쟁의 위기를 전하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을 두려워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인 인류의 부활 가능성에 희망을 품게 된다. 함께 전쟁에 참전하고 야전병원에서 만났으나 데미안은
죽고 거울로 바라본 자신의 얼굴이 데미안과 똑같음을 암시한다. 즉 자기 발견이란 곧 또다른 자아인 데미안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이 유명하지만 전철에서 지나가는 길에 읽기에는 많은 부담이 있다. 철학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고 느껴지는 내용이 많은만큼 깊은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 과연 나에게도 데미안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