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그릴스의 서바이벌 스토리
베어 그릴스 지음, 하윤나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베어 그릴스". 솔직히 처음에는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이 책에 그의 사진이 표지로 실리고, 그는 200여개국에서 무려 12억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TV프로그램<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진행자 겸 프로듀서로, 12권의 책을 지었으며 영국 특수부대 SAS에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을 탐험하는 탐험가이자, 자선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인이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 대한 매력은 25명의 "진짜" 생존이야기다.  새벽 1시에 잠을 자지 않고 이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던 이유다. 이야기의 무대는 지옥같은 남극에서 비참한 사막까지 극과 극을 달릴 뿐 아니라, 큰 전투에서 대담무쌍한 행동을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부터 극한의 생존 상황에서 둔기로 팔을 자를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이야기까지 배경도 다양하다.

인간이 위험을 무릅쓰고 밑바닥까지 자신을 몰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끊임없는 낙천성과 용기, 투혼은 어디서 샘솟는 것인가? 타고나야 하는가, 아니면 학습으로 익힐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웅는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개 시련을 겪는 동안 드러나는 또 다른 자신에게 놀라곤 한다.

25명의 생존이야기 중에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으니, 바로 1972년 우루과이 럭비 선수단 사건이다. 이 책에는 1장"난도 파라도: 인육의 맛"에 소개되어 있다. 우루과이 럭비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안데스산맥에 추락하여 72일간 갇혀있다가 구조된 사건으로 45명의 탑승객중에서 16명이 살아남았다. 난도는 우루과이 럭비선수로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가족이 모두 죽는 슬픔을 맛보았다. 게다가 추위와 굶주림에 생존자들이 지치자 죽은 시체를 먹기까지 하면서 생존을 위해 끝까지 저항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을텐데, 그들은 살기 위해 등산장비도 없이 만년설이 있는 산을 타면서 사람과 마주치고 구조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생존했다는 사실보다도 인간으로서 (죽은 시체이지만) 사람을 어떻게 먹을 수 있냐고 비난을 서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죽은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줄리안 쾨프케. 1971년 3,000미터의 상공에서 독일인 열일곱살 소녀가 남아메리카 정글속으로 추락했다. 방어장비나 식량(기껏해야 함께 떨어진 사탕 한 봉지밖에 없었다)도 없이 혼자서 정글을 헤쳐 나와 구조가 되었다. 발견될 당시 피 투성이 등이나 감염된 상처, 곪아번린 모기 물린 자국보다 무서운 건 모세혈관이 터져버려 피 눈물이 흘러내리는, 귀신 같은 그녀의 눈이었다고 한다.

만일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니 나의 아이들한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줄리안 쾨프케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녀가 살아남은 것은 그녀의 불굴의 의지도 중요했지만 정글에 대한 기초 상식도 커다란 도움이 된 것 같다. 정글에서 빠져 나오려면 개울을 따라 강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밖에 정글에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일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1815년 미국 선박 커머스호의 선장이었던 제임스 라일리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으로  항해를 하여 카나리아 제도와 케이프 베르데 섬에서 소금을 가득 싣고 미국으로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배가 좌초되면서 해안가에 구명보트를 타고 겨우 탈출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사막을 떠돌아다니는 노예상인들이었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서 사하라 사막을 노예로써 이리저리 끌려다니느라 사람들이 죽고 얻어 맞고...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미국으로 귀국에서 회고록까지 쓴다. 그러나 이 회고록이 당시 노예제도가 만연했던 미국 남부지역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당시 청년이었던 링컨 대통령도 이 회고록을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도 아니고 탐험가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일반 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있으면서 취미로 책을 자주 읽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쨍하는 느낌을 받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에 성공하기 까지 25명의 이야기를 보면서 한 번 나를 되돌아본다.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인생을 대충 살지는 않았는가.

이 책에 별 5개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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