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의 기술 -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전략전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정기인 옮김, 문준영 감수해제 / 이책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20세기는 유럽인들에게 격변의 한 세기였다.  19세기의 제국주의와 식민지 쟁탈 경쟁, 패권주의로부터 촉발된 1,2차 세계 대전, 급격한 산업화와 사회 변화, 전 유럽을 휩쓴 공산주의 혁명과 반동 혁명, 쿠데타의 물결, 배타적 민족주의의 만연과 그로 인한 국가간 갈등, 인종주의의 창궐, 나치의 유대인 학살 만행, 대공황과 2차 대전후의 경제기적으로 상징되는 큰 폭의 경기 변동, 전후 냉전체제와 이데올로기 대립등 수없이 많은 역사적 부침으로 인해 역사가들은 20세기 유럽의 역사를 '암흑의 대륙','극단의 세기'라 부를 정도였다.

이 책은 그러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한 지식인의 눈으로 본 '20세기 혁명(쿠데타)과 반혁명 현장'에 대한 보고서이자 분석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 까지 2명의 공동번역자와 감수자가 애써 주셨다. 프랑스어 원문과 영어판을 비교하고 이탈리아 판본과 비교, 검토한 뒤 각 장의 개관과  함께 인물 및 사건에 대한 해설과 주석을 붙이고 다시 최종 정리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이 책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책 끝부분에는 인물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317p~399p에 걸쳐 있으며 이 또한 20세기 유럽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이탈리아 작가로서 <쿠데타의 기술>은 동시대 많은 이탈리아와 서유럽 지식인들의 공감을 얻었고 지금도 전 세계 지식인들이 탐독하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 책을 싫어한다. 나는 내 온 마음을 다해 이 책을 싫어한다. 이 책은 나에게 영광, 사람들이 영광이라 부르는 초라한 것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내 모든 불행들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 책 때문에 나는 긴 몇 달 동안 교도소에 있었고, 긴 몇 해 동안은 리파리 섬에 유배돼 있었다. 경찰의 박해 역시 치졸하고 잔인했다. 이 책 때문에 나는 친구들의 배신, 적들의 오해, 인간의 이기주의와 악의에 대해 알게 되었다.(1948년판 서문에서)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서문과 맺는 말이 앞, 뒤에 있다. 부록으로 해제1(이탈리아 파시즘 약사), 해제2(쿠르치오 말라파르테의 생애와 문학, 이탈리아 파시즘), 해제3(인물 정보)는  나와 같이 이탈리아와 파시즘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목차에 나와 있는 것처럼, 러시아, 폴란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들의 쿠데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권력을 빼앗고 지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분석하면서, 저자의 비판이 위트가 넘친다.

예를 들면, 제5장(나폴레옹-최초의 근대적 쿠데타)에서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는 이율배반적이다. 도입부에서는 나폴레옹을 근대적 쿠데타의 전범을 확립한 시대를 앞선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으나 정작 브뤼메르 18일 당시 나폴레옹의 행적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나폴레옹을 지나치게 우유부단하고 결단력 없는 인물로 묘사하였다. 그것은 '법의 준수', '의회적 절차'라는 두 단어속에서 나폴레옹의 실수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공한 쿠데타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로마 진군과 러시아 볼셰비키의 10월 혁명이었다.  이 성공한 두 쿠데타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대중의 지지(정부 전복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를 확보한 뒤 과감한 무력 행사를 통해 기득권 정치 세력을 타도하고 권력을 장악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전복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란 과연 무엇일까. 얼마만큼의 대중적 지지를 그 '합의'로 인정할 수 있을까? 설사 다수 국민이 정권에 적대적이었다 한들 그것이 과연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특정 정치세력이 무력을 동원해 정부를 타도하기 위한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 책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성계에 의한 조선왕조 건국도 쿠데타라고 볼 수 있고,  현대에서는 5.16 쿠데타가 해당한다. 소수 세력에 의한 쿠데타였고 국민의 합의가 뒷받침되었다 볼 여지가 적지만, 결국 조선은 초기에 번영의 길로 들어섰고 우리나라도 5.16이후 경제발전으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은 무시하기 어렵다.

과거 유럽에서 쿠데타가 만연하다가, 지금은 후진국인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에서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소수에 의한 무력적인 권력쟁취는 국민들의 힘(관심)이 센 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