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5
엘리자베스 레어드 지음, 김민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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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왕? 에티오피아?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과거 TV에서 본 스토리가 생각이 났다. 많은 후진국 아이들이 돈이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비참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참고로 지금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진학예정인 두 아이를 둔 40대 초반의 아빠임.)

시골에서 자라나서 쓰레기장이 특별히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기보다는 집에서 빈병을 모으거나 길거리에서 빈병을 주워(개당 30원 또는 50원이었던 것 같다) 동네 구멍가게(지금도 구멍가게가 하나뿐인 동네임)에서 과자를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의 경우는 현재의 후진국 아이들처럼 생존의 문제가 아닌 용돈벌기 수준이었다. 그래도 지금의 아버지(할아버지 포함) 세대가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의 아픔을 알고 있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급상승하여 예전과 같은 상황은 전혀 아니다. 아파트에서 재활용 쓰레기(빈병 포함)를 무료로 수거해 가고, 소주병에도 공병 가격이 써 있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이 너무나 귀하게 자라고 있어 배고픔이나 가난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 아이들이 성냥을 본 적이 없어 성냥팔이 소녀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여간 서두가 길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세대간에 이러한 인식차이가 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세가지로 나의 리뷰를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이 작품은 어린이의 성장스토리다.

매우 가난하고 부모도 없는 쓰레기왕의 별명을 가진 주인공 마모와 (이와는 정반대로) 부모 모두 있고 부유한 집안의 다니가 유괴가출이라는 사건을 통해 가족과 헤어진다. 어린나이에 혼자 있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다. 그러나 거지아이들의 집단인 갱단에 들어가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마모와 다니에게 변화가 생긴다. (지엽적일 수도 있지만) 마모는 수리라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따뜻한 누나가 생각이 나고,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영어노래를 부르면서 문화를 즐기고, 다니가 쓴 이야기를 팔러 다니면서 자신의 영업력에 흐믓해 한다. 그리고 다니는 공부도 운동도 못하는 낙오자(?)였고 갱단에 와서도 구걸을 못하는 존재감이 없는(아니 오히려 동료들한테 도움이 못돼는) 일원이었지만 자신만의 특기인 이야기를 만들고 이것을 마모가 팔아 돈을 벌기도 하며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준다. 버팔로와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는다. 마모와 다니 모두 가족과 헤어져서 거리 생활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가족의 품으로 들어간다. 다행이다. 해피엔딩. 아니라면 아이들이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인생이란 비참한 것이야라고 비관론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었지만, 행복한 결말로 역시 가족은 소중한 것이야라고 깨달을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작품은 (나쁜) 어른에 대한 복수극이다.

마모가 나쁜 아저씨의 유괴 때문에 유일한 혈육인 누나와 헤어지고 시골에서 노예처럼 살았다. 그리고 다니 또한 평상시 아빠에게 자주 혼나고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급기야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모를 유괴한 나쁜 아저씨와 아들을 잘 키우지 못하고 진심어린 애정을 주지 못한 아빠에 대해 아이들은 통쾌한 복수를 한다. 마모는 자신을 유괴했던 아저씨를 우연히 찾게 되어 같은 갱단의 아이들과 함께 차 타이어를 펑크내고 차에다가 악행을 적어 도망치게 만든다. 그리고 다니는 자신을 아껴주신 선생님 메스핀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엄마가 아직 살아계신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가족에게 돌아가지만 아빠의 말에 당당하게 “NO”라고 대답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약자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거리다.

에피오피아처럼 후진국 아이들은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며 기아, 질병에 방치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돈걱정없이 잘 먹고 잘 쓰지만, 구걸을 하거나 쓰레기더미를 뒤지면서 살아가고 있는 어려운 아이들을 늘 잊지말고 겸손해지기를 바라며 어른이나 아이할 것 없이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서도 강자인 어른으로서 약자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른의 말과 행동에 따라 아이들이 달라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보다는 아빠가 강압적이고 애정어린 관심이 적어 아이와 대화가 단절되기도 하고 아이가 아빠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였고 필자가 마모나 다니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기보다는 마모나 다니의 아빠라는 입장에서 읽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필자도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나 자신도 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아빠)이 좋은 어른(아빠)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따라서 위 세가지 이유로 이 책은 참 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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