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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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충격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내 자신이 현재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과거에 교회를 다녔고 현재에도 예수님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가장 민감한 주제인 주 예수에 대해 논했고 성서에 대해 왜곡(?) 내지 많은 상상(?)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주인공에 대한 뛰어난 심리묘사와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서술하는 기법으로 문학적인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먼저, 이 책의 장르부터 논하고자 한다. 과연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무어콕은 잡지편집장이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소설가이며 주로 SF소설을 많이 썼으며 과학기술적인 논리전개나 묘사에 치중하는 기존의 SF를 벗어나 인간 내면과 사회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뉴웨이브사조를 이끌었던 작가로서 비관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세계관이 뚜렷한 여러 판타지 소설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영국 가디언 상을 수상했으며 작품들은 다차원 우주로 표현되는 독특한 세계관과 전통적인 영웅상에 반기를 든 비영웅캐릭터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2008<타임즈>전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으로 무어콕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정체는 SF소설이다. 현실과 인간 속에서 구세주를 탐구하는 SF인 것이다. 이 작품이 1969년에 발표되었을 때 영국에서 좋은 평을 받았고 가톨릭과 유대교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예상되는 이야기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격렬한 항의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외계인이나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와야 SF소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소설이 SF라고?

물론 주인공인 칼 글로거가 1970년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28년으로 가서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을 찾아 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SF적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성경왜곡? 기독교에 비판적?

주인공인 칼 글로거가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28년으로 가서 예수를 찾았는데, 지체장애아였기에 실망하고 본인이 성경에 나온대로 예수처럼 행동하며 죽게 된다. 그리고 세례 요한이 자신의 생명의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따라 죽임을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신도 성경내용대로 죽기 위해 제자인 유다에게 자기를 유대총독 빌라도에게 밀고하라고 시키기도 한다. 어찌보면 성경을 왜곡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소설이지 않은가? 작가의 상상이지 않은가? 이 소설이 전개되면서 군데군데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독자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린 부분도 꽤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칼 글로거가 방황하고 갈등하는 자전적인 부분(주인공 이름을 이라고만 언급함)과 서기28년으로 가서 성경을 이행하는 SF적인 부분(주인공 이름을 글로거로 부르고 광인’, ‘예언자라고도 함)이 중첩되면서 서술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 칼이 방황하는 부분에서 바른 생활이 아닌 자유롭고 방탕(?)한 이야기나 글로거가 예수의 생모인 마리아와의 부적절한 관계에서는 소설이 매우 자유분방하지 않았나(불편함?)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SF도 아니고, 성경왜곡도 아닌 심리 변화에 있다고 본다.

칼 글로거가 여자친구 모니카와의 갈등과 칼 글로거가 내뱉는 독백, 그리고 상황전개에 따른 심리 변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112페이지)

지체 장애아인 예수를 보면서, ‘아니 어떻게? 이럴...... 예수라니! 나는.... 아니야!’라고 비관하하기도 하고.. 여자친구 모니카와의 갈등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예수를 만나러 가는 설정자체가 종교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모니카는 종교에 대한 무신론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 같고. 이러한 종교와의 갈등을 소재로 칼 글로거의 심리를 마치 현미경으로 보듯이 우리가 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절제와 겸손이 묻어 있다.

저는 구세주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233페이지)

그렇다. 칼 글로거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을 뿐인데, 왜 그들은 그를 구세주라고 믿었을까. 글로가가 영적인 힘이 없는,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간 한 명의 나약한 사람일 뿐인데 대단한 초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고 성경에 써 있는대로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하느님은 살아 있어!’(154페이지), ‘내게는 하느님이 필요해!’(155페이지)라고 말한 칼 글로거, 예수에 관한 가장 대담하고 기발한 상상. 잊지 못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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