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눈물을 닦다 - 위로하는 그림 읽기, 치유하는 삶 읽기
조이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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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TV드라마, 또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에 겨워 핑하고 눈물이 맺히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과연 그림을 보면서 눈물이 난다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것 같다.

저자도 처음에는 그림 앞에서 가동하는 사람을 믿지 않았지만, 에곤 실레의 해바라기를 감상하면서 처음으로 울었다고 고백한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한 시기에 잔뜩 말라버린 해바라기를 보면서 해바라기가 아닌 자기모습이라 생각하고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를 보면 왠지 마음이 무겁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단지 한 장면을 나타낸 그림을 보면서 왜 이렇게 그림을 그렸을까?’라는 여러 가지 상상의 날개를 펴지만 저자는 화가의 일생을 들려주면서 그림을 우리의 앞으로 펼쳐주기 때문에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미술작품을 우리의 희노애락과 결부시켜 이야기를 풀어주는데, 로댕의 신의 손부터 시작하여 자유를 말하며, 그 다음에는 저항, 절규, 그리고 사랑, 슬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의 틀을 바꿔보라고 권하고 있다.

 

프롤로그. “내식대로 마음이 끌릴 자유, 누구에게나 있다.”

로댕의 신의 손이란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속박이나 자유를 생각하며 작품에서 받은 감동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로댕이 살아 있다면, 묻고 싶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요?” 손바닥안에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이 있다면 신의 전지전능함(위대함)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PART1. “미칠 것 같다면, 세상에 나를 소리쳐

나는 얼마전 그리스로마신화를 읽기 시작했는데,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한번도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보지 않아 상식으로만 알던 신화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그런데, 완전히 무협지 같이 황당한 이야기가 많은데, 프로메테우스도 그 중의 하나다.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고 제우스에게 벌을 받는 이야기를 보면서, ‘그래, 불이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지라고 생각했는데,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프로메테우스란 그림을 보면서 저자는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은 저항함으로써 무의미한 삶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말한다.

 

PART2. “주저된다면, 사랑마저 반역할 것

너무나 다양한 작품과 작가를 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솜씨야 말로 이 부분에서 압권이다. 얼굴을 보자기로 보자기로 뒤집어 쓰고 키스를 나누는 커플을 보면서(르네 마그리트연인”), 불완전한 상대를 앞에두고 완전한 서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상상력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덧붙이면 외모와 상관없이 상대의 존재를 느끼면서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을까.

 

PART3. “치유할 수 없다면, 차라리 껴안아 버려

에바 헤세 액세션II”이란 작품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지만, 작가의 일생을 알면 저절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바 헤세는 34세의 나이에 죽은 조각가인데,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 나치를 피해 도망다녔고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는데 병약했던 에바는 히스테리증세와 반복되는 악몽으로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렇게 작가에 대해 알고나니, 나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작품에서 네가 머물 수 없는 내안의 가시를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PART4. “사는 게 곤욕이라면,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 봐

페르난도 보테로얼굴이란 작품을 보면 얼굴 큰 여자가 나온다. 저자는 캔버스를 가득 채운 커다란 얼굴이 내 얼굴인가 싶게 친근하다며 못생긴 얼큰이라고 해서 사랑스럽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하지만, 나 또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개그콘서트에 나와서 망가지는 젊은 개그우먼을 보면, 재미있어 웃기도 하지만, 내 여동생이라면 전혀 웃지 않겠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미술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기도 처음이고 단지 작품만 감상할 것이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훨씬 더 작품에서 많은 느낌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심리에 대한 그림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확신을 얻게 되었다.

마음이 탁 풀리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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