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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Last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
리퍼 지음, 가시눈 그림 / 투영체 / 2021년 12월
평점 :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비밀은 평생 비밀로 간직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말 해야 하는 비밀도 있다. <At Last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를 읽으며 무척이나 마음이 무거웠다. 이 만화는 '기록기'와 '치유기'라는 두 권으로 된 것인데 누군가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한 여성에게 일어난 일이며 개인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한다. 어떻게 한 여성에게 이런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이렇게 책으로 쓰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한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성폭력이 한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라면서 몸에 상처 하나 안 생기고 자랄 순 없다. 놀다가 넘어지고 어딘가에 긁히고 피나고 상처에 딱지가 생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그런 상처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이 상처이고 극복할 수 없어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괴롭힌다.
시나리오 작가인 '나'는 친척 오빠의 결혼 소식으로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삼촌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었고 사촌 오빠였다. 부인은 일찍 떠나 보낸 삼촌은 아들 둘을 키웠는데 우리 가족과 가깝게 지냈고 남동생이 있는 나를 포함해 여자는 나 혼자였다. 그리고 4살이 많은 사촌 오빠는 성숙해지는 사촌 여동생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놀러와 가슴을 만지고 뽀뽀를 하는 등 비밀을 만든다. 싫다는 의마를 표현했지만 장사로 바쁜 부모님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부모님은 종종 싸우기도 해 그런 비밀을 말하지 못했다. 사촌 오빠뿐만이 아니었다. 여섯 살엔 집주인 대학생 아들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강요했고 너무 충격을 받아 그 기억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점점 자라면서 사춘기가 되고 나이가 들면서 남성에 대한 두려움과 예민함은 일상에서도 나왔다. 남자친구를 사귈 수 없게 되거나 남동생이 친구들만 데리고 와도 화를 내기도 했다. 엄마나 아빠가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원망하기도 했다.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되고 계속해서 악몽만 꾼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 싶었고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용기를 내 보기로 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를 만들기로 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참여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고통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를 한다. 한 여성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주위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단지 이런 것들을 비밀로 가지고 있고 싶거나 아예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기도 할 것이다.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경험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아직도 이 미투 운동은 안 끝났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