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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팬데믹으로 세계가 얼어 붙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여행 관련 업종이었다. 여행을 갈 수 없으니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간절해지기도 했다. 백신을 접종하고 다시 해외 여행을 꿈꾸었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른 변종 바이러스로 아주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생겼지만 다시 여행의 꿈은 잠시 접어야 할 것 같다.
여행은 기억이다. 그 장소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것이다.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은 여행 칼럼니스트이자 여행 컨설팅 회사 대효의 여행 이야기이다. 물론 오래전 떠났던 여행의 기억을 쓰고 있다. 푸켓의 피피섬에서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한다. 피피섬의 우기에 외딴 섬으로 가는 배를 탔는데 높은 파도 때문에 토하기를 반복하며 겨우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아주 깡마른 소년이 손수레에 짐을 실어주며 숙소로 갔다. 게다가 3층 방까지 트렁크를 들어주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소년이 트렁크를 방에 놓고 나갈 때 팁을 주었다. 고맙다고 하더니 나갔다. 피피섬엔 취재러 하러 왔고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비가 쏟아졌는데 우산이 없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소년을 또 보았다. 소년은 말없이 우산을 주고 사라졌다. 다행히 소년이 준 우산을 쓰고 숙소로 갔고 카메라도 젖지 않았다. 참 고마웠던 소년은 열다섯 살로 미얀마에 있는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했다.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부모와 어린 동생들을 위해 다른 나라에 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최근 미얀마 뉴스를 접했을 때 그 소년이 기억났다. 돈을 벌어 가족 곁으로 돌아갔을까?


여행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매치기를 당한 적도 있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공황 장애를 겪기도 했다. 2018년 나트랑에서 가이드북 취재 출장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날이었다. 폭우 때문에 정전이 되었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빨리 공항으로 가야했다. 폭우를 뚫고 공항에 도착하자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태풍으로 나뭇가지가 창문을 요란하게 때리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비행기를 타고 있는데 터뷸런스라고 생기면 어떡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터뷸런스를 겪어 본 경험이 있어 공항 장애를 앓게 되었다. 심한 비행기 공포증으로 안정제를 먹으려고 했지만 탑승이 시작되고 호흡이 나아지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승무원이 안정제를 찾아주고 쉴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 승무원의 도움으로 그날 비행기는 타지 못했고 가족에게 연락해 공항에서의 일을 이야기했다. 괜찮아지만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하루 더 머물렀다. 그날 나트랑에는 태풍으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많이 생겼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