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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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만으로도 읽고 싶었던 책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이다. 소설가로 알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가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많이 읽었지만 에세이는 또 처음이라 기대도 많이 했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에세이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대청소를 하거나 이사를 가게 되면 발견되는 잡동사니들이 있다. 이 잡동사니들은 추억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지 않고 어떤 상자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또 발견되기도 하는데 작가에게도 비밀이 가득한 잡동사니가 있단다. 깨진 도자기는 결혼 답례품으로 받거나 남편의 찻잔, 소녀 시절의 홍자잔이기도 했다. 이런 추억이 있기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 중에 닳아서 작아진 지우개를 보관하는데 작가에게 지우개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에 입력을 하면 되는 시대라 연필로 혹은 펜으로 글을 쓰던 작가에겐 지우개도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렸다. 오래전엔 지인들이 여행을 가면 지우개를 선물로 사다주기도 했는데 친구가 사다 준 지우개는 화가의 그림이 그려져있고 여동생이 사다 준 지우개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그 지우개들과 작가만이 가진 비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밤 지우개들과 작별한 작가의 이야기는 작가의 소설처럼 환상적이면서 몽환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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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매일 같이 글을 쓴다고 한다. 천재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에 매일 조금씩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글쓰는 방법을 만든다. 작가 에쿠니 역시 글을 쓸 때 글자에 질량이 있다고 말한다. 글자를 쓰면 그 질량만큼의 조그만 구멍이 뚫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편지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 대 빈 상자에 언어를 채워넣고 글자를 통해 바깥과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글을 쓴다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인 것인데 이 지루하고 힘든 모험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끈기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작가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과 책을 읽는 독서에 관해, 또 자신의 주변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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