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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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밤에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는 서른 세 번 울린다. 영오는 일을 하며 듣는 제야의 소리가 자신의 나이와 같은 숫자라는 것을 그때 안다. 하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저 매일의 생활이 바쁘고 지친 상태이다. 엄마는 병을 앓다 죽었고 그런 일로 아빠와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어 연락안한지도 오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더욱 아버지와는 멀어진 사이가 된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명절에 아버지를 만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마침 잘 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버지는 학교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세들어 살던 집주인의 유품을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 영오는 아버지의 짐을 찾으러 가는데 다른 짐보다 수첩에 적힌 3명의 이름이 낯설었다. '홍강주', '문수봉', '명보라'. 이 낯선 이름과 연락처만 적힌 수첩을 들고 영오는 아버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게 된다. 물론 수첩에 있는 인물인 '홍강주'를 만나고 나머지 이름들도 찾아보기로 하는데 강주는 아버지가 경비일을 했던 중학교의 수학교사였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 셋>의 또다른 주인공인 미지의 이야기를 해 보자. 공미지는 영오 아버지가 경비일을 한 중학교의 학생이자 오영의 문제집을 보고 연락을 해 온 학생이다. 게다가 홍주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얽힌 관계들은 사실 모두 아버지와 연결되어 있다. 미지는 길고양이를 돌보다 이웃의 두출을 만나게 된다. 두출 역시 길고양이를 돌봐주고 있었는데 아주 괴팍한 노인이다. 혼자 살며 이웃에게 폭언도 하며 미지 역시 두칠의 까칠함이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느새 두칠의 잔심부름을 하게 된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 셋>은 예상했던 스토리보다 훨씬 재밌었다. 처음엔 영오의 성격이나 소설이 내용을 예상했을 때 큰 흥미가 생기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삶에 찌든 영오, 고립된 듯 살아간다. 일만 하며 스스로 고립되어 살아가던 영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시원섭섭한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겨우 부녀사이로 연결된 관계가 이제는 소멸되어 더 이상 딸의 의무감으로 살아갈 필요 없게 되었다. 그런데 수첩에 왜 이름과 연락처을 적어 두었을까? 스토리가 중반을 흘러가면서 초반에 받았던 소설의 첫인상과는 다른 전개로 소설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영오, 미지, 강주, 두출, 이들 모두가 외로운 현대인들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영오가 했던 말 중에 정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난 너라는 문제집을 서른 세 해째 풀고 있어. 넌 정말 개떡 같은 책이야.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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