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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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정신적 만족을 주는 작업은 무엇인가?

그것이 당신의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을 단 한 번뿐인 당신의 삶에서 행할 때, 당신에게 예술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다른 대상이 아닌, 당신 자신이 된다.



이 책은 예술 작품을 설명해 주는 책이 아니다.

툭 던져진 질문에 자꾸만 자꾸만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예술을 처음으로 조금 느껴 볼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정답 맞히는 것에 익숙한 나는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내 느낌이 틀리리면 어쩌나? 뭔가 더 심오한 뜻이 있을 텐데... 하며 답이나 해설지 찾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역시 너무 이해하기가 어려워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나 예술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럼 내가 배웠던 수많은 해설들은? 그냥 감상하신 분의 의견이고 생각일 뿐이었던 것.

예술은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다. 예술은 나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이 책 자체도 예술작품이이다.

책을 읽다가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다가 일상의 묘사를 읽는다.

평범한 풍경의 세상이 선물해 주는 예술의 순간들...

이 책을 읽다 보면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예술 작품인 것을 느낄 수 있다. 글로 그림으로 감동을 주는...

첫 부분에 나오는 온 카와라라는 화가의 작품은 도장을 찍었나 했는데, 그림으로 그린 것이었다. 제작한 날짜를 써서 색칠하고, 뒤에 신문을 오려 붙였다. 이렇게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을 표현한 것이다.

나도 날짜 도장을 매일 찍는다. 단순한 일상이다. 의미 자체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시간은 온 카와라를 만나 우리도 시간을 느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우환 화가의 작품은 나도 본 적이 있다. 벽지 모양인가? 싶었다.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일상을 점과 선으로 나타냈다고 한다.

책에서 배운 대로 다시 그림을 보며 나의 느낌을 찾았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니까 내 맘대로 생각했다. 모호함... 끝없는 단조로움... 다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음... 끝을 알 수 없음... 내 인생 같다.

인생도 예술처럼 정답이 없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 좋다.

삶도 정답이 없어 좋다.

이우환 화가님의 어머니 이야기는 늘 집안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쌀을 씻을 때마다 매일 다르게 느끼셨다는.

화가님도 어머님도 예술가다. 아무리 허접한 일도 매일 새롭다. 매일 새로우니 매일 즐겁다. 매 순간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행위. 이를 우리는 예술적 행위하고 부른다.

보기를 스스로 결정하며 살고 있느냐는 물음이 너무나 당연해서 생소했다. 누구나 스스로 보기를 결정하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짧은 동영상도 내가 선택해서 본다. 그런데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내가 결정한 듯 보이지만 실은 끌려다녔던 것이다.

왜 나는 안 보는 것을 결정한 적이 없었을까?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뒤샹의 변기를 뒤집어 놓은 <>이라는 작품은 좀 황당했다. 그러나 자신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신의 예술이었다는 말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추하고 더러우면 뭐 어떤가.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예술이지 않은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이보다 더 순수한 행위예술이 어디 있겠는가?

유명 화가들의 허접한 초기 작품들은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어떻게 유명한 작가들의 초기 작품 사진을 구하신 건지? 작가님의 열정이 느껴졌다.

나는 이 책에서 최정화의 '소쿠리 탑'과 고흐의 만종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소쿠리 탑'은 어릴 때 엄마랑 갔던 그릇 가게에서 사이즈 별로 팔던 기억이 나서 였을까? 아니면 마트 개업할 때 받았던 빨강, 파랑 소쿠리가 떠올라서 였을까? 어떻게 흔하고 평범한 소쿠리가 이런 거대하고 감동적인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압도된다는 단어를 처음으로 느낀 예술작품이었다.

그리고 고흐의 만종은 허접한데...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고흐가 밀레의 만종을 따라 그린 습작이 왜 고흐의 유명한 작품보다 더 감동을 주나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고흐가 느껴져서 일까? 실력이 아닌 진심이 느껴져서 였을까?

작가는 마지막에 묻는다.

당신의 사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사회적인 것이 아닌 사적私的 정체성은 처음 듣고 처음 생각해 본다.

나도 사적 정체성을 일찌감치 정립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내 정신의 뿌리인 사적 정체성을 내 힘으로 탐구해서 밝혀내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조금씩 찾아가 보자.

매일 나에게 물어보자.

나의 사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러고 보니 나에게 단 한 번도 질문해 본 적이 없었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배우는 능력.

독학력

우리 본연의 능력

저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체험하고 공부하고 훈련하며 나 자신만의 독특한 지적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독학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책이 나온 것 같다.

세상은 우리에게 진전을 원하지만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길 즐겁게 반복한다.

오랫동안 커피 독학으로 행복을 만들고, 덤으로 받은 일상의 쾌거인 '이게 정말 커피냐'라는 평가에 나도 덩달아 기뻐지는 오후다.

매 순간은

오직 단 한 번뿐인

전혀 새로운 순간이다.

일기일회라는 말처럼, 차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임을 가슴에 새겨 차 한 모금을 아주 새롭게 음미한다는 마음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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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앤드 러브 - 일과 사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마이라 스토로버.애비 데이비슨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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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선의 선택을 위한 5가지 도구를 배우는 책이다. 나는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배우고 싶어 읽게 되었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1장은 5C 프레임 워크를 활용해서 내 삶에 적용하는 툴을 제공한다. 그리고 나머지 장은 사랑과 결혼, 아이 갖기, 가사분담, 주거 문제, 일과 육아, 노년의 삶 등 5C 프레임 워크를 이용해서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5C 프레임워크는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Clarify - 명확히 하기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과 분리하는 것이다.

 

Communicate - 소통하기란 상대방과 자기가 내리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나누는 것이다.

 

Consider a Broad Range of Choices - 대안 알아보기는 선택지를 광범위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다.

 

Check in -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도 최적의 해결책이 나올 수 있으므로 책이나 인터넷 검색뿐 아니라 다양한 소리를 듣는 것이 좋다.

 

Explore Likely Consequences - 예상 결과 따져보기는 비즈니스 업계에서 자주 쓰는 사전 부검과 비슷한 기법이다. 실패할 경우를 가정해 그 원인을 사전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2장과 3장에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디서 살지, 돈 관리는 어떻게 할지, 아이는 언제 낳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요즘은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져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확실하다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살 수 있게 되었다. 혼자도 좋고 둘도 좋다.

 

그런데 만약 배우자를 원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는 건지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5C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내 삶에 적용하기로 연습해 보자. 결혼하기 전에 이 부분은 꼭 읽고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

 

소통하기에서는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스스로 멈출 때까지 경청하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자꾸 중간에 내 의견을 말한다. 말 끊으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된다. 이 부분은 내가 제일 먼저 연습하려 한다.

 

대안 알아보기는 지금 교제 중인 사람이 흘러간 대안만큼 좋아 보이지 않으면 다른 대안 찾기를 계속하는 게 낫다고 한다. 예상 결과 따져 보기는 힘든 시간이나 여행 같은 상황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예상해 보는 것이다.

 

결혼은 왜 하기로 했는지, 또는 하지 않기로 했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나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결혼을 통해 자신이 열망하는 꿈을 부부가 각자 이루거나 함께 이룰 수 있는가? 결혼은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배우자가 될 사람과 나누어 보자.

 

4장은 아이 갖기인데 아이를 가지려는 이유와 갖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갖는다면 언제 가지는 게 좋을지, 몇 명 낳을지 5C 프레임워크를 활용해서 현명하게 부모 되는 법을 배운다.

 

5장은 가사분담이다. 가사 노동은 반드시 해야 하고, 쉼 없이 몰려오고, 과소평가되고, 눈에 잘 띄지 않고, 지루한 일이다. 어느 한 쪽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현명하게 가사 분담을 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집안일의 최저 관리 기준과 중요도를 정하고,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분담할지 고민한다.

 

6장은 어디서 살 것인가이다. 나는 아이 때문이라도 친정 근처에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도 부모님 집 가까이 사는 것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온다. 부부가 의논해서 함께 결정하면 될 것 같다.

 

7장은 맞벌이와 육아이다. 나도 엄청 고민했던 부분이다. 결국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파트타임을 하기로 했었다. 지출을 줄이는 것도 소득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부부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직장 복귀 준비에 대한 팁도 있다. 8장에서는 이혼을 생각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을 알려준다.

 

9장은 노후의 삶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에게도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 미리 준비하고 생각해 두어야 한다.

 

마지막 10장에서는 직장과 가정에 필요한 변화다. 변화를 주도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어던 변화를 왜 원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명분이 확고하면 도중에 어려운 장애물을 만나도 뚫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5C 프레임 워크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막막할 때,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습 문제들도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쉽게 내 삶에 적용 해 볼 수 있다. 5C 프레임워크로 돈과 사랑에 대해 미래 지향적이고 현명하고 명쾌한 결론을 내려 보자.

 

 

♥ 인디캣 책 곳간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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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난 창
박지향 지음 / 좋은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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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야 만들어 가는 거지.

살아 보니 알겠더군

집의 중심에 엄마가 있어야 하고,

엄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은 건강하고 튼튼하지

(p.136)

물리학 교수였던 할아버지는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느라 아내는 늘 뒷전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곁을 떠난다. 그 때서야 비로소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한 긴 세월들을 후회하며 한 말이다.

만약 아들이 있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면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할 건 그 무엇도 아닌 아내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해 줄 거라며...

집에서 살림을 한다 는 것은 아무도 알아 주지 않고 눈에 보이는 소득이 통장으로 찍히는 것도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다. 인정받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희생을 각오해야 한 가정의 행복이 지켜지는 것이다. 남자가 살림을 하는 경우에는 아내를 남편으로 바꾸어 읽으면 된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으면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보겠다는 각오를 하자. 그리고 서로 맞춰 가는 것이 사랑이다.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는 흔한 말처럼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저자가 캐나다 밴쿠버 리타이어먼트 홈에서 만난 분들 이야기도 나라와 환경은 다르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는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평생을 행복하게 살고 상처 하나 없는 인생 역시 없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쌓인 한과 사연을 가진 한 분 한 분의 삶은, 흔들어 놓은 콜라병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터져 나온 이야기들을 시처럼 엮어 낸 것이 이 책이다.

평생 한 여자를 사랑한 일이 눈부신 성공이었다고 말하는 《노트북》이란 영화 속 노아와 같은 해리 할아버지. 치매에 걸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아내를 홀로 두고 돌아와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등으로 우는 남자를 본 적이 있는가? 커다란 등이 들썩일 때마다 굵은 눈물방이 뚝뚝 떨어지는 남자를 본 적이 있는가? 아내는 해리 할아버지에겐 집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서쪽으로 난 창이란 제목은 리타이어먼트 홈 2층의 통유리 창문이 서향이라, 저무는 황혼과 일맥 상통해서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책 표지의 모래시계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월일까. 저 서쪽으로 난 창은 지금도 그대로 일 텐데... 창을 바라보던 분들만 밀물과 썰물처럼, 모래시계처럼,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고 계실 것이다.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왕년에 할머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 한 적도 없고, 나밖에 모르던 할머니. 잘나가는 남편에, 유명 인사가 된 딸도 있다는 왕년에 할머니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에 왕년에 누렸던 화려한 장식품과 물건들에 둘러싸여 왕년을 사신다. 왕년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래도 무방하지 않은가.

또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오셨었다는 은퇴한 교수님은 1950년대의 우리나라에 시계가 귀해서 시계 밀수까지 하셨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배를 타고 그 옛날 울 엄마가 사시던 시대에 한국에 오셨었던 분을 만나다니.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작가님이 대신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 만나도 반가웠다. 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이 더 많은,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지친 저녁에도 밥 한 끼 같이 먹으려고 쌀을 씻는 엄마의 일상이 사랑이다. 이런 평범한 일상 외엔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게 없다는 분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한 평생 감사히 잘 살다 간다고~

한 분 한 분의 평생이 녹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모르는 음악과 영화, 꽃과 나무도 찾아보았다. 무더위 속에서 캐나다로 떠났던 가슴 먹먹한 책 속 여행이었다.

글로 집을 짓는 사람을 작가라고 한다. 집은 누구에게나 편안한 안식처다. 이 책은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힘들고 지쳐 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휴식 같은 책이다.

국적 불문, 학벌 불문, 나이 불문, 성별 불문하고 한 인간의 삶은 이룬 것이 있건 없건 마지막 순간에 잘 살았다고 느끼건 후회만 가득 하건 다 그 나름대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이왕 사는 인생 신나게 탱고 리듬에 맞춰 웃으며 석양을 향해 가자. 책 마지막 문장처럼~

혼자도 좋고, 둘 이면 더 좋은

인생은 탱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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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과 해방 사이
이다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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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스스로 세운 기준대로 선택하고,

상대의 기준은 힘껏 존중해 주는 것.

어렵지만 잘 이루어진다면

혐오도, 긴장도 없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것 같아 ​

- p.250

​​

약을 먹듯 책을 읽으며 숨쉬기 위해 글을 썼다는 이다희 작가의 말이다.

나는 내 의견과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상대방의 의견은 듣지 않으면서, 나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나도 역시 애 하나 키우는 걸 힘들다고 하면 어떡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때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비난의 소리로 들려서 듣기 싫었다. 사람은 누구나 내 상처가 아프다. 당장 내가 아픈데 남은 얼마나 아플까 걱정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닐까?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내가 아픈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내 기준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그 후에라야 상대의 기준을 힘껏 존중해줄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순종만 하는 착한 여자가 아닌 까칠하지만 속 편한 여자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편지글 형식의 독서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책소개와 감상의 형식이 아닌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24권의 책과 연관 지은 각 장의 마지막에는 잠시 멈추어 기록해 보는 페이지가 있다. 나만의 기록을 남겨 나중에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

엄마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엄마에게 엄마는 그때의 엄마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아들에게는 내 방식이 아닌 너의 방식도 힘껏 존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 장모님, 아내의 역할에서 내려와 엄마도 이 좋음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단 말이 참 따듯하다. 남들 기준에 맞춰 둥글게 깎지 말고 모난 대로 살자는 말, 좋은 자기를 믿고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말에 맘도 편안해진다.

나는 아이 낳고 살찐 내 모습이 싫었다. 그런데 작가는 보여지는 몸에 집착하지 않고, 잘 기능하는 몸을 열심히 단련했단다. 그 말 하나로 나도 잘 기능하는 내 몸에 감사하게 되었다. 나도 내 몸에게 요구하는 세상의 목소리가 아닌 내 몸의 주인으로 살기를 연습 중이다.

작가는 어느 순간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 즐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글쓰기가 자기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깨달은 작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잘 살도록 지켜주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던 글쓰기로.

'돈 벌지 않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잔인한 생각'이라는 말을 듣고는, 예전의 내가 생각났다. 돈을 벌고 있으면, 내가 뭐라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고, 인정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놀고 있을 때는 사람이 뭐라도 해야지 스스로 밥만 축내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는 말에 뜨끔했다. 아이가 없는 시간에 집에 있으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 위축됐다.

사회가 정한 이미지에 순종했기 때문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키우는 좋은 아내에 싹싹한 며느리라는 말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힘들게 노력했지만 나 역시 제대로 굴러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돈을 못 벌어도 나는 살아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 귀한 존재임을 안다.

책 중간쯤 나오는 경비 아저씨가 분리수거 문제로 작가에겐 뭐라 하고 남편이 가니까 바로 꼬리를 내리는 얘기는 누구나 공감 가는 부분일 것이다. 난 오래전 일이지만, 여자가 첫 손님이면 하루 종일 손님이 없다고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다.

일본 갔을 때는 한국 사람은 마늘 냄새가 난다고 무시당하고, 중국 갔을 때는 한국은 중국 사람이 자전거 타고 하루면 다 돌 수 있는 작은 나라라고 무시당한 적도 있다. 극소수였지만.

청소나 허드렛일을 해서 무시하고, 상사라고 아랫사람을 종처럼 부리고, 외국인들을 학대하고 임금을 안 주는 일들은 자본주의와 이기주의를 잘 못 인식한 일부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돈을 지불한 내 권위가 우선이라는, 즉 사람 위에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작가는 독서 모임을 통해 지나온 모든 것들이 소명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소명을 발견할 수 있을까? 소명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소명이라는 말을 생각 해 보게 된 것만 해도 보물을 발견 한 것 같다.

잭을 읽는 내내 작가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와 함께 공감하고 함께 울며 그동안 쌓인 줄도 몰랐던 억울함과 설움들을 풀어 낸 귀한 시간이었다.

순종이 미덕이라고 배운 나지만, 내 기준에 너무 안 맞는 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무던히도 싸웠던 지난날들. 나는 해방되지 못했었지만 내 아이의 세상은 해방이다. 내 아이의 세상은 각자 자기의 모습으로 살아도 존중 받는 자유로운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세상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실천해서 만들고 있다.

표지에 있는 '동굴에 빛이 드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처럼 각자의 어두운 마음 한 켠에 있는 창문을 열자. 이제부터는 한낱 가사 노동이 아닌 빛나는 노동이다. 볕이 든다. 해방이다.

#독서모임 #에세이추천 #독서에세이 #순종과해방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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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인스타 핫플 국내여행 가이드북 - 에이든에서 엄선한 #인생프사 찍기 좋은 핫플레이스 1791개, 2023-2024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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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머나~ 여기가 한국이 맞나? 할 정도의 멋진 풍경이 가득한 책.

페이지를 넘길 수록 가 보고 싶은 곳들이 쏟아지는 책.

이 책은 핫플레이스 맵으로 시작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구글 지도를 볼 수 있다. 

 

#인스타여행

 

지역 먼저 택할까?

테마 먼저 택할까?

지도에서 고를까?

#에이든가이드북으로 먼저 책 속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테마 핫플레이스 페이지들은 #사진맛집 이다

건축, 꽃, 프레임샷, 감성숙소, 자연, 전망, 카페 등 테마별로 선택 할 수 있다.

 

서울만 해도 안 가 본 곳들이 많다. 반포에 무지개 분수도 있고 세빛섬 달 포토존도 넘 예쁘다. 서울숲에 거울연못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는. #주말여행 또는 아이들과 #나들이 하기도 좋은 곳들이 수두룩하다. 이 책 한 권으로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는 #감성여행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 타워를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건물이 있다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서울 스카이 전망대의 투명유리 바닥은 꼭 한 번 가서 인생샷 건져 오고 싶은 곳. #에이든가이드북 에서는 #사진 찍는 팁도 알려준다.

 

송도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이랜드는 아이들 #방학 때 가서 야경 사진까지 찍고 오면 최고의 추억이 될 듯. 일몰 뷰도 넘 아름답다. 광명동굴에 빛의 공간 포토존과 오이도 생명의 나무 전망대는 우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원도는 역시 오션뷰가 압권이었다. 예쁜 카페도 많고 인스타 촬영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붉은 대나무 벽과 자작나무 숲 설경이 멋졌다. 

 

충북에서는 산 속에 있는 새한 서점이 특이했다.수양개빛터널과 영동 와인터널도 넘 예쁘다. 속리산 국립공원에 있는 법주사 팔상전, 화인 산림욕장의 메타세콰이어 숲은 외국같았다.

 

충남, 대전과 세종에서는 오월드 나이트유니버스와 상소동 산림욕장의 동남아 감성 돌탑, 촌캉스, 국립 세종 수목원의 사계절 온실, 공주의 메타 사콰이어 길, 논산의 탑정호 출렁다리, 보령의 대천 스카이바이크, 부여의 성흥산성 사랑나무, 태안의 파도리 해식동굴 오션뷰 포토존 등이 새로웠다.

 

경북하면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먼저 생각 나지만, 나는 경주시가 한 눈에 보이는 화랑의 언덕 명상바위에 가 보고 싶다. 월정교 야경, 엑스포 공원 경주타워, 감포 전촌 용굴의 액자뷰도 예쁘다.

 

부산 롯데월드, 해동 용궁사 바다절경과 사찰, 아홉산 숲 대나무 숲, 라벤더팜, 오륙도 공원 수선화, 우암동 도시숲 산책로에 있는 커다란 보름달 모양의 조형물, 장림 포구, 광안리 해수욕장 그네포토존, 영도 분홍집 수국, 흰여울 문화마을 무지개 해안 산책로 왼쪽 끝에 있는 해안터널도 멋지다.

 

부산 영도의 흰여울 문화마을 이송도 산책로, 컵넛 카페, 민구공원 겹벚꽃, 해운대 수목원 양떼, 해운대에서 청사포 해수욕장까지 가는 해변 전망 트램인 청사포 스카이 캡슐, 저구항 수국 동산, 대왕암 공원 대왕암 출렁다리, 파래 소폭포 옥빛호수, 거창 허브빌리지 라벤더와 경남 하동의 녹차밭 뷰도 특이하다.

 

전라도는 고창 읍성에서 고창 시내 보기, 무장읍성 나룻배, 상하농원 초원 울타리, 해망굴 입구, 은파 호수공원 물빛다리, 임피역, 광한루원 야경, 곰소염전, 천은사 수홍루, 섬진강 대나무숲길 그네, 오산 활공장 서진강 전망이 눈길을 끌었다.

 

판옥선은 조선시대의 군함이다. 판옥선을 격자로 쌓아 올린 것 같은 고하도 전망대에 끝까지 올라가서 목포 해상 풍경을 보고 싶다. 목포 스카이 워크도 걷고 싶다. 그냥 사진을 보며 상상만 해도 행복해 진다.

 

제주도는 이미 다녀왔는데,소노캄 제주의 하트나무는 킹더랜드 드라마에서도 나왔었는데 책에서 다시 보니 내가 다녀 온 것처럼 반가웠다. 백약이 오름 나무계단도 멋지고, 메이즈랜드 미로숲, 코난 해변 풍력발전기 에메랄드 색 바다 뷰,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와 제주시 서해안로의 핑크 해안도로도 있었다.


이 번에 동해안으로 가족 여행을 가는데 이 책 하나 들고 가기로 했다. 지도에서 바로 위치 확인이 되니 밥을 먹으며 다음 일정을 정하는 것이다. 에이든 지도 하나 가지고 떠나는, 여행 계획 없는 생에 첫 국내 여행~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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