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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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 <싯다르타>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얇은 책이라 금방 읽었지만, 도대체 뭘 읽었는지 정리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수필 스타일에 고민하다, 다른 분들이 쓴 서평을 모두 읽어봤다. 결론은 스토리나 감동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 


그림을 감상할 때, 나 자신의 느낌을 쫓아가듯 이 책 역시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쇼팽의 야상곡(Nocturnes) 전곡 듣기를 틀어 놓고, 헤세가 안내하는 꿈의 풍경 속으로 나만의 느낌을 따라갔다. 쇼팽의 야상곡은 #자정너머한시간 이라는 이 책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


레고 블록들이 바닥에 쫘악 펼쳐져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래서 이게 무슨 이야기지?' 하며 당황했던 것이, 레고 블록처럼 문장을 이리저리 펼쳐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안 돼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야상곡(Nachtstück)>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며, 이 단편을 조금만 읽어보자. 근처의 물 위에서, 마치 빛나는 띠처럼, 하얀 밝음이 나타난다. 멈춰서 날갯짓을 하는 한 마리 큰 백조다. 백조가 천천히 헤엄쳐 나간다. 멀리 저 멀리 호수 안으로. 여기까지는 상상이 잘 된다. 


갑자기 백조가 상처 입은 채 당당히 몸을 들더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돌에 부딪혔나? 백조가 가라앉는데 달콤한, 상처 입은 음이 성과 호수 위를 맴돌고, 나는 그것이 백조의 노래인지 혹은 검은 사랑의 하프에서 깨어난 음인지 알지 못한다. 


백조가 가라앉으며 노래를 한다고? 검은 하프는 앞에서 등장했다. 이 흑단 하프는 고요한 신의 팔에 걸려 있다하프의 날씬한 낯선 형태와 가는 현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불후(不朽, 썩지 않음) 하는 강렬한 과거의 헤아릴 수 없는 숙명과 열정을 들이마신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내가 막막했던 것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과거를 상상하나 보다 하며 내 느낌만 잡고,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 편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파수꾼이 일어서서 고개를 들고 무아경에 빠져 황홀하게 그 하얀 기적을 눈으로 좇고, 귓속에 달콤한 음을 들으며 한참을 더 서 있다. 황홀하리만큼 듣기 좋은 고요가 나를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p.122)


황홀하게, 하얀 기적, 달콤한 음, 듣기 좋은 고요... 이렇게 느낌만 쫓았다. 어쩐지 나까지 후련해진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9개의 산문 모음집이다. 자정은 하루의 끝이자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고요한 시간, 스무 살 무렵의 헤세는 내면으로 깊이 고민하며 이 글들을 썼을 것이다. 


<섬 꿈(Der Inseltraum)>

게르트루트 부인이 등장하는데, 어릴 적 소꿉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근 뱃머리를 들어 바위에 올려놓았다. 초록이 무수한 농담으로 녹아들어 있었다. 참기 힘든 고독이 하늘보다 강력하게 나를 덮고 있었다. 이렇게 용기 없는 사람이 우리 섬으로 오는 고생스러운 길을 찾아냈다니" 헤세에게 게르트루트 부인이 네 작품은 성장할 거라고 격려해 주는 느낌이었다. 


<엘리제를 위한 알붐 블라트

(Albumblatt für Elise)>

알붐블라트란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짧은 기악곡이다. 젊은 날의 헤세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Für Elise)'를 들으면서 썼나 보다. "모든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그대여. 그때 그대가 내게로 다가오네..." 나는 왜 브라운 아이즈의 '그녀가 나를 보네'가 생각날까?


<열병의 뮤즈(Die Muse im Fieber)>

뮤즈는 영감을 주는 신이다. "그녀는 지금도 내가 쓴 글을 보며 한숨을 짓고 눈빛 속에 창백한 죽음을 담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이 생각났다. 풍부한 감성을 가졌던 사춘기 시절의 헤세가 느껴졌다.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Incipit Vita Nova)>

단테의 『새로운 삶(La Vita Nuova)』에 나오는 첫 문장이라고 한다. 이 구절은 단테가 그의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9살 때 처음 만나면서 사랑과 영적 성장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을 의미했다.


헤세는 "나의 삶에도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변화가 일어난 지점이 있다."라고 한다. 추락, 체념, 슬픈 밤에 머물던 사람에서, 회복하는 사람, 감사와 평온과 행복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사람으로.


<왕의 축제(Königsfest)>

왕비가 가인에게 바이올린을 가져오라는 부분을 읽으니 존 바에즈(Joan Baez)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The River In The Pines)'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가인은 노래하는 사람(歌人)인지, 아름다운 사람(佳人)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바이올린으로 노래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글을 읽으며 추억의 노래가 생각나기는 처음이다. 


p.85  왕비는 가인에게 말했다. "이토록 달콤한 선율을 들은 건 오랜만이네요. 고마워요!"


<말 없는 이와의 대화

(Gespräch mit dem Stummen)>

말 없는 이란 귀신? 두 바이올린 연주자가 있었다. 친구가 연주를 너무 잘해서 시기심에 사로잡힌 연주자가, 친구를 살해한다. 그 친구가 가슴에 칼이 꽂힌 채 그의 앞에 나타나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살인은 안 된다. 살인을 하면 그 사람이 이렇게 귀신으로 나타나 내 피를 말려 죽일 거니까. 넷플 드라마인 <자백의 대가>가 생각났다. 

p.103  나의 악마와 나의 섭리처럼 널 사랑해. 그런데 너는 날 어떻게 사랑하지?


<게르트루트 부인에게(An Frau Gertrud)

이 부인은 헤세에게 영감을 준 부인일까? 단테의 베아트리체같이? 헤르만 헤세의 소설 <게르트루트>에서는 주인공 과 무오트 두 남자가 이 게르트루트라는 여인을 둘러싸고 갈등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헤세가 만들어 낸 뮤즈일까?


p.112  당신은 내 꿈의 하늘에 가장 자주 나타났어요. 당시 나의 가장 암울한 날에 그랬던 것처럼 온화한 은총의 별로서, 복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서. 


나는 이 <게르트루트 부인에게>의 내용이 이 책의 표지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어둑해지는 저녁은 귀향, 별은 영원,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밤, 광채 없는 한 점 별, 당신은 한밤중에 어딘가 당신의 방에서..."


<이삭 여문 들판 꿈(Traum von der reifen Ähre)>

찬란한 햇빛을 받아 빛나는 들판이 그려진다. 환희로 가득한 느낌이다. 이삭 여문 빛나는 들판이여, 너는 해방된 내 영혼의 모습이 아닐까? 글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상상해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빨간 머리 앤이 왜 그렇게 공상을 좋아했는지 이해가 됐다. 


숲을 산책하는 상상을 해 보자. 맑은 공기, 진한 녹음,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내리는 눈부신 햇살.. 그저 느끼는 것. 그게 힐링이다. 상상하면 금방 행복에 빠진다. 


p.126  고요한 들판의 빛과 하나가 되어 나의 눈과 가슴이 내 어린 시절의 형제들 가운데로 돌아온다. 넘실대는 들판으로, 순수한 하늘로, 형제자매 같은 나무들과 개울들과 바람들로. 


글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서문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스케치"이고, 내가 내린 결론은 "글로 그린 스케치 북"이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이 책으로 상상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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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 시작할 땐 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시로쿠마 나나민 외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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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그릴 줄 아는 그림은 사과랑 간단한 나무, 하트, 책 정도다. 가장 따라하기 쉽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다이어리 꾸미기(#다꾸)에 관심이 있거나, #손그림 일러스트를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기본 그리기 책이다. 손 그림이 단순하고 쉽고 재밌어서 나에게 딱이었다! 내가 아는 모양에 선 몇 개만 더 추가하면 좀 더 완성도 높은 손 그림이 된다.


게다가 단순한 그림이지만 하나의그림을 여러 단계로나누어 보여주기 때문에, 유아부터 어르신들까지 바로바로 완성하고 색칠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작은 완성이나 성공을 맛볼 때마다 도파민이 팍팍 나오기 때문에 머리도 좋아진다!


데이터를 정리할 때 간단한 아이콘만 그려 넣어도 훨씬 알아보기 쉽고 예쁘다. 만약 일기를 쓴다고 하면 1월은 하트모양으로 감싸거나 2월은 구름 모양으로만 테두리를 둘러 통일감을 준다. 생일에 글자 대신 간단한 케익 손 그림 일러스트를 그려 놓으니 너무 귀엽다!


리포트를 제출 할 때도 이 책에 나온 귀여운 아이콘 모양을 응용해서 소제목이나 번호를 매기면 통일감을 주면서 눈도 편안해 지고 가독성도 높아진다.


취미, 기념일, 사람 그리기 등 테마별 일러스트로 나뉘어져 있어 빨리 찾을 수 있고, 어디에 활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팁도 알려준다.


나는 "여러 가지 펜을 사용해서 일러스트를 그리자"는 다양한 필기도구와 색칠하는 팁이 특히 유용했다. 도트펜은 처음 봤는데, 너무 귀엽다! 그냥 점만 찍어도 예쁜 무늬가 된다!


데이터를 정리할 때 간단한 아이콘만 그려 넣어도 훨씬 알아보기 쉽고 예쁘다. 만약 일기를 면 1월은 하트모양으로 감싸거나 2월은 구름 모양으로만 테두리를 둘러 통일감을 준다. 생일에 글자 대신 간단한 케익 손 그림 일러스트를 그려 놓으니 너무 귀엽다!


리포트를 제출 할 때도 이 책에 나온 귀여운 아이콘 모양을 응용해서 소제목이나 번호를 매기면 통일감을 주면서 눈도 편안해 지고 가독성도 높아진다.


노후에는 글쓰기보다 그림 그리기가 기억력 증진에 좋다는 말을 듣고, 그리기에 도전! 그럼 어릴 때부터 이렇게 그림그리기를 연습하면 머리가 도대체 얼마나 더 좋아지는 걸까? ㅎㅎ 펜은 나의 최애펜인 하이테크 0.25로 그렸다.


#다꾸시작할땐귀여운손그림일러스트 제목처럼 기본과 응용 #일러스트 그 중에서도 #손그림일러스 그리고 글자 장식, #아이콘 및 기호, 마스킹 테이프 활용법 등이 나와있다.


나는 글자 꾸미는 게 제일 재밌었다. 일단 글자 쓰고 그 위에 살짝만 추가하면 되니까 너무 간단한데 은근히 예쁘다. 특히, 세로선 넣기와 테두리 하는 게 제일 간단하다.


손그림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매일매일 다이어리를 쓰거나, 필사하시는 분들께 맘에 드는#손그림일러스트하나씩 추가하기 강추!


한꺼번에 여기에 나온 손그림들을 다 그리는 것이 아니고, 매일 1개씩만 내 것으로 만들어 간다. 그러면 나도 어느새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쉽게,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손그림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능력자!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되면, 나만의 다이어리와 나만의 단어장이 귀여운 그림들로 더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다꾸 필템!


이제 머지 않아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거나, 생일 파티 초대장을 만들 때, 아이와 함께, 또는 부모님과 함께 직접 손그림을 그려서 완성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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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 시작할 땐 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시로쿠마 나나민 외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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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게 다꾸는 물론 필사 끝나고 일러스트로 마무리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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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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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적을 달성하는 글이 왜 좋은 글일까? 생일 파티 초대장을 쓴다고 하자. 초대장의 목적은 친구를 파티에 오게 하는 것이다. 초대장을 쉽고 재밌게 잘 써서 친구들이 많이 왔다면, 이것은 아주 좋은 글이다. 친구를 초대하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평의 목적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잘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고 나서 내 서평의 목적을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에게 쓸모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책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나는 글쓰기와 책 쓰기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글쓰기에서는 독자와 오감이, 책 쓰기에서는 쓸모라는 단어를 기억하자.


글쓰기


글쓰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첫 번째 단어는 독자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려면 일기장에 써야 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글쓰기는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사람과 연관된다. 기획서는 직장 상사를, 이력서나 자소서는 면접관을, 연애편지는 사랑하는 이를, 소설은 독자를 위에 써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품을 한다면? 망한 거다. 왜냐하면 글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써달라고 했는데, 전혀 관계없는 여행 경험담을 써낸 자소서가 있다. 채용 담당자의 질문 내용은 무시하고, 내세우고 싶은 자기 이야기만 썼다. 아마 성과를 낸 경험이 없어서 다른 거라도 써서 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담당자라면 이런 글은 광탈이다. 목적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독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그들은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읽고 분석해 보는 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p.267  독자가 있을 때 비로소 그 글은 살아 있는 무언가가 된다. 글은 독자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두 번째 단어는 오감이다. 사람 마음은 오감을 통해 얻은 외부 자극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글로 사람을 움직이려면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내 글로 독자의 감각기관을 자극해야 한다. 좀 더 보여주고, 좀 더 들려주고, 좀 더 맛을 느끼게 해야 그나마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써야 한다. 사랑에 대해 쓰고 싶다면, 내 생각 말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함께 본 영화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써야 한다.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뿐이다. 


글은 말에서 비롯되었다. 내 입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문장은 독자의 눈도 쉽게 따라간다. 완성된 원고를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라. 읽기 편한 글이야말로 가독성이 높은 글이다. 책에 나온 가독성이 낮은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나도 몇 줄 읽어봤는데 도저히 읽어지지가 않는다!


책 쓰기


임승수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관과 세계관이 있어서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책 쓰기는 '어떻게 잘 쓸까?'가 아닌 '무엇을 왜 쓸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다. 


책 쓰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쓸모다. 어떤 독자에게 쓸모가 있을지 정확히 그려보는 상상력과 그 사람을 향해 다가가려는 진심, 이해하기 쉽고, 재밌고, 명확하게 풀어내는 기술이 어우러져야 책은 비로소 독자의 손에 닿는다. 저자는 "쓸모는 설계하고, 다듬고, 조율한 끝에 도달하는 관계의 성취"라고 정의한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은 처음 출간하려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서점에 가보니, 와인 전문가들이 쓴 책은 많았지만, 입문자를 위한 책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 입문자를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잘 보면 책의 홍수 속에서도 블루오션이 있다는 것이다.


마트에 가서 어떤 와인을 사야 하는지, 어떤 음식과 마셔야 더 맛있는지, 어떤 잔으로 마셔야 하는지,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의 차이, 가짜 와인 구별법 등 와인을 전혀 모르는 나도 궁금하다. 게다가 전문적인 내용은 빼고 에피소드 위주로 쉽고 재밌게 썼다. 쓸모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이 책은 한동안 와인 분야 베스트 1위였는데, 이런 성과를 낸 것은 저자의 책이 특정 독자층에게 확실하게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음식과 와인 페어링 경험담과 가성비 와인 정보를 다룬 <와인과 페어링>이라는 책까지 나오게 되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더 나은 선택을 하거나, 위로를 받거나, 웃었다면, 그 순간 그 글은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쓸모를 증명한 것이다. 


왜 쓰는가?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누구인가? 누군가에게 요만큼이라도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제는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왜 쓰는지를 아는 사람이 더 소중한 시대이다. 이유 있는 글, 삶의 물음이 담긴 글, 감정이 살아 있는 글은 내가 쓰고, AI는 그 빛이 더 멀리 가도록 활용하는 방법도 굿.


언제 책을 쓰면 좋을까? 초판 1쇄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쫄딱 망하더라도, 책을 쓴 것에 대해 후회가 없을 때 써야 한다. 그래서 책을 쓰기 전에 오마이뉴스라는 앱을 깔고, 내가 사는 이야기에 글을 쓰거나, 시리즈에 연재 글을 써 볼 것을 추천한다. 반응이 좋으면 출판사의 제안으로 책도 낼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글들은 출판사가 면밀히 주시하기 때문이다. 내 글이 채택되면 소소하게 원고료도 벌 수 있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가장 먼저 내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 중에,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 처음 와인을 시작할 용기를 주고, 마르크스를 공부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글쓰기를 다시 해보겠다는 다짐을 끌어냈다면 그것은 이미 쓸모 있는 글이다. 


책은 그냥 쓰면 되는 게 아니라 분량을 정하고, 목차부터 쓰는 것이다. 다짜고짜 원고지 천 매를 써야 한다면 황당하지만, A4 용지 5장 분량의 글 한 편을 작성하는 일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자세한 책 쓰기 방법은 아주 솔직한 실제 경험담과 함께 책에 나와 있다. 


출판사의 간택을 받는 법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지금 이 책이어야 하는가?" "누가 이 책을 필요로 하는가?" 내 책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이 어떻게, 왜 더 나은지, 대상 독자 범위 등 차별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출판사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해당 주제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리고 완성된 원고보다 샘플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보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나는 당연히 완성된 원고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편집자는 원고를 정독하는 것이 아니고, 책의 콘셉트, 구성, 독자층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책을 사게 만드는 사람 낚는 제목이 궁극의 제목이다. 


글쓰기는 독자와 오감, 책 쓰기는 쓸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에게 쓸모 있는 책을 써야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p.271  나만의 책을 쓴다는 건,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밤하늘의 별과 같이, 그 색깔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 책이 작지만 성능 좋은 🔦 손전등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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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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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자란 내 무의식에 있는 나의 열등한 인격이다. 이 그림자는 너무 싫다거나, 유난히 거슬린다거나, 어쩐지 끌린다거나 하는 나의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나도 싫은 사람이 있는데, 왜 그렇게 싫을까 생각해 보니, 나에게 있는 이기심이 그 사람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은 이기적이라는 나의 열등한 인격을 자극했기에 싫은 거였다.

아이와 싸우고,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상상해 보자. 아이가 내게 상처를 주었다는 말은 나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다는 말이다. 이 분노는 내가 만들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날 얼마나 무시했으면... 나의 열등한 인격이 상처 입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아이는 나도 잘 모르고 있는 나의 그림자를 건드린 거다.

내 원래 생각은 아이를 너무 닦달한 것 같아서 "내가 좀 너무 했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평소에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가 심한 말로 날 공격했다고, 이이에게 내 분노의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 이렇게 남 탓하는 게 투사(投射)다.

내가 아이 말에 상처를 입었으니, 내가 화내는 것은 아이 때문이며 당연한 것이다. 나도 이제까지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날 짜증 나게 하는 주위의 사건이나 사람들이 잘못됐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층간 소음만 해도 그렇다. 거실에서 줄넘기를 연습하고, 공 튀기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고, 층간 소음 방지 매트도 깔지 않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층간 소음에 대한 분노의 크기는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의 크기에 비례한다. 내가 원래 예민한 사람이 아닌데, 저 예의를 상실한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난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는 칼부림까지 나고,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 역시 소음과 내면의 투사(Projection)가 합쳐져 만들어 낸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 감정에 내 마음속에 쌓여 있는 피로감과 짜증을 남에게 뒤집에 씌우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투사는 남 탓하기, 남에게 뒤집어 씌우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인정하기 싫을 때, 작동한다. 이 모든 짜증과 고통은 아이가 심한 말을 했기 때문이며, 층간 소음을 당연시하는 이기적인 이웃 때문이다. 100% 남 탓이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면 내 안에 있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마주할 필요가 없어진다.

김수영의 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보면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땅 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도 시인은 자신의 비겁함을 마주하는 대신, 만만한 대상에게 화풀이한다. 원래 시인은 거대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악행에 분노해야 하지만, 맞서 싸우기엔 자신이 너무 나약하다. 이 열등한 인격은 자신의 무력감을 남이나 딴 곳에 전가하는 것이다. 진짜 대상에게는 못하고 만만한 대상에게 분노하는 건 전치(轉置, 옮겨놓기)라고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한테 덮어 씌우는 점은 같다.

화나고 짜증 날 때, 유난히 어떤 사람이 미울 때는 그림자를 생각하자. 남 탓, 환경 탓하기 전에 이것이 내 그림자가 만드는 투사임을 알아차리면, 아이와 이웃, 내 주위 사람들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사실 나를 향한 분노임을 깨닫게 된다.

아이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스스로 자기 몸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사회가 아니라 나 자신이 원인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서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은폐된 욕구다. 이 욕구는 다른 욕구로 대체할 수 있다. 그 방법은 이 책 속에서 찾아가 보자.

이 책은 나의 그림자를 통해, 나를 좀 더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하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준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한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두 사람은 모두 칼 융(Carl Jung)의 분석 심리학과 '그림자(Shadow)' 이론을 깊이 연구해온 전문가이다. 이 두 편집자가 펴낸 이 책 <그림자 바이러스>에는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들의 통찰력 있는 글이 실려있다. 이런 책을 엔솔로지(Anthology선집)라고 한다.

코니츠웨이그는 중년에 자신 안에 있는 악마를 만났다. 그리고 자기 안에 어두운 충동을 점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의 영혼 속에서 자라는 자신에 대해 진실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이 내리막길로 향하는 지도를 그려, 어둠 속에서 빛을 운반하는 길이 되어 줄 것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그림자를 '억압된 것'으로 보았지만 은 '열등한 인격'으로 보았다. 그래서 우월한 인격처럼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자야말로 모든 창조의 시작이다. 그림자는 불만족스럽고 고통스러웠던 불모지가 낙원으로 바뀌는 공간이다.

이 책 제목에서는 그림자에 '바이러스'라는 말을 붙였다. 찾아보니 바이러스는 심리적, 사회적 파급력과 잠재적 파괴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은유적인 표현이었다. 그림자는 의식적인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마치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처럼.

반복되는 부정적인 패턴을 유지하려 하고, 갑자기 감정을 폭발 시키는 게 그림자의 작용이다. 우리가 그림자를 무시하고 부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강력해져 예기치 않은 순간에 폭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직접 전염은 안되지만, 그림자에는 심리적 전염인 투사(Projection)가 있다. 투사란 자신의 그림자를 남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다. 이 투사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개인 간의 갈등에서 시작해서 7부에 나오는 집단적 편견, 성차별, 인종차별, 전쟁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다.

예를 들어, 개인이 자신의 억압된 분노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배우자나 직장 동료에게 투사하면 관계가 파괴된다. 집단적으로는 한 사회가 자신들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특정 이웃 국가나 소수 집단에게 투사하여 집단적 증오와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 책의 제목인 <그림자 바이러스>라는 말은 그림자가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관계를 병들게 하는 은밀하고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어둠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 속에서 열등한 자기를 되찾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무의식 속 그림자는 지금도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 당신이 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거대한 무의식의 힘이 행할 수 있는 인간의 사악함에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개인의 인식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은 오직 인간 자신뿐이며, 우리는 다가오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그림자에 맞서는 행동의 경계는 언제나 그렇듯 개인 안에 있다.

그림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쌓고, 우리의 의식과 무의의 균형을 맞추어 자아감을 확대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림자를 마주해야 한다. 그림자와의 올바른 관계는 우리에게 그동안 깊이 묻혀 있던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어 더 진실하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흥미롭게 읽었던 1부와 2부, 9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1부 : 그림자란 무엇인가?

그림자를 소개하고 정의하는 글들이 나온다. 로버트 블라이는 그림자를 모두가 끌고 다니는 기다란 가방으로 비유했다. 어렸을 때 지녔던 에너지 덩어리는 스무 살 무렵이면 자기의 대부분을 가방 속에 처넣은 채 한 조각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것을 잃어버린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융 심리학 훈련 분석가 에드워드 C. 휘트먼트는 그림자란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억압한 부분이라고 한다. 무의식 속 모든 부분은 투사를 통해 밖으로 나타나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통해 그림자를 만난다. 내가 유독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나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때 투사에서 나타나는 감정 반응이 향하는 곳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콤플렉스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는 자신의 모습과 감정에 반드시 책임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행동에는 책임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자기 수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그림자는 어디에 있는가? 그 밖에 작가와 정신분석가의 인터뷰, 역사와 문학에 등장하는 그림자, 그림자는 꿈속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자.

2부 : 그림자의 형성

집은 한 사람이 시작된 곳이다. 가정은 자신의 운명을 희곡처럼 상연하는 극장과 같다. 가족 안에서 아이는 자아 발달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겪는다. 2부에서는 아동기에 일어나는 그림자 형성 과정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엄마가 성취하지 못했던 꿈을 딸에게 강요함으로써, 딸이 자라면서 내가 엄마의 꿈을 이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경우, 자신을 굶주림으로 괴롭히며, 자기 몸을 적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섭식 장애가 생긴다. 여성이 자기 몸에 가하는 덧없는 공격에는 엄마에 대한 투쟁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직접 분노를 표출할 수 없다면 무엇을 공격할까? 많은 딸들이 엄마를 향한 분노를 자신의 몸으로 돌린다.

3부에서는 질투, 분노 등 형제자매, 배우자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대해, 4부는 건강함이라는 빛과, 병이라는 그림자에 대해, 5부는 일터에서 만나는 그림자와 성공의 이면, 결점과 잘못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 나온다.

6부 악의 심리학에서는 융이 말하는 오늘날 악의 문제와, 순수의 위험성, 인간의 악을 치유하는 방법, 악의 기본 역학에 대해 살펴본다. 7부는 적의 탄생, 광신적 차별주의, 나치의 의사들에 대한 내용이다. 8부에서는 그림자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중년에 나타나는 그림자와 꿈을 분석하고, 악을 다루는 방법이 나온다.

9부 : 그림자 작업

9부는 자신의 그림자를 책임지는 방법, 버림받은 자기 되찾기, 부끄러운 내면의 목소리 길들이기, 타인에 관한 글쓰기, 그림자 그리기 연습을 통해 내 어두운 면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면은 애정 어린 모습으로 포용할 때 내면에 빛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내가 별것도 아닌 일에 심하게 발끈하는 것은 분명 자기 투사다. 과도한 집착이나 누군가를 과도하게 회피하거나 혐오한다면, 이는 우리가 그림자를 끌어안고 있거나, 그림자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불안감은 외부가 아니라 나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꼬집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면, 어떻게 이를 멈출지 질문할 필요가 없다. 그냥 바로 멈추면 되니까.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증상을 사라지게 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싸우려 하면 악화될 뿐이다.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그림자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증상을 없애려 하지 말고,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증상을 키워야 한다. 의식적으로 이를 온전하게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울한 상태라면 더 우울해지고, 긴장한 상태라면 더 긴장한다. 죄책감이 든다면 더 큰 죄책감을 느껴봐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최초로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그림자와 나란히 살 수 있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해 왔던 것들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스스로 우울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불안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으면 불안은 더 이상 불안이 아니다. 긴장을 떨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긴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45개의 글을 매일 하나씩 읽으며 스스로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알아가 보면 어떨까?

타인에게서 사랑하거나 혐오하는 부분을 발견한다면,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이것들이 실은 우리 자신의 그림자가 지닌 특징이라는 것을. 모든 것은 나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나 자신의 문제였다. 우리를 꼬집어 아프게 만드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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