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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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자란 내 무의식에 있는 나의 열등한 인격이다. 이 그림자는 너무 싫다거나, 유난히 거슬린다거나, 어쩐지 끌린다거나 하는 나의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나도 싫은 사람이 있는데, 왜 그렇게 싫을까 생각해 보니, 나에게 있는 이기심이 그 사람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은 이기적이라는 나의 열등한 인격을 자극했기에 싫은 거였다.

아이와 싸우고,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상상해 보자. 아이가 내게 상처를 주었다는 말은 나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다는 말이다. 이 분노는 내가 만들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날 얼마나 무시했으면... 나의 열등한 인격이 상처 입었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아이는 나도 잘 모르고 있는 나의 그림자를 건드린 거다.

내 원래 생각은 아이를 너무 닦달한 것 같아서 "내가 좀 너무 했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평소에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가 심한 말로 날 공격했다고, 이이에게 내 분노의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 이렇게 남 탓하는 게 투사(投射)다.

내가 아이 말에 상처를 입었으니, 내가 화내는 것은 아이 때문이며 당연한 것이다. 나도 이제까지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날 짜증 나게 하는 주위의 사건이나 사람들이 잘못됐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층간 소음만 해도 그렇다. 거실에서 줄넘기를 연습하고, 공 튀기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고, 층간 소음 방지 매트도 깔지 않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층간 소음에 대한 분노의 크기는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의 크기에 비례한다. 내가 원래 예민한 사람이 아닌데, 저 예의를 상실한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난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는 칼부림까지 나고,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 역시 소음과 내면의 투사(Projection)가 합쳐져 만들어 낸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 감정에 내 마음속에 쌓여 있는 피로감과 짜증을 남에게 뒤집에 씌우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투사는 남 탓하기, 남에게 뒤집어 씌우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인정하기 싫을 때, 작동한다. 이 모든 짜증과 고통은 아이가 심한 말을 했기 때문이며, 층간 소음을 당연시하는 이기적인 이웃 때문이다. 100% 남 탓이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면 내 안에 있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마주할 필요가 없어진다.

김수영의 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보면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땅 주인에게는 못 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도 시인은 자신의 비겁함을 마주하는 대신, 만만한 대상에게 화풀이한다. 원래 시인은 거대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악행에 분노해야 하지만, 맞서 싸우기엔 자신이 너무 나약하다. 이 열등한 인격은 자신의 무력감을 남이나 딴 곳에 전가하는 것이다. 진짜 대상에게는 못하고 만만한 대상에게 분노하는 건 전치(轉置, 옮겨놓기)라고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한테 덮어 씌우는 점은 같다.

화나고 짜증 날 때, 유난히 어떤 사람이 미울 때는 그림자를 생각하자. 남 탓, 환경 탓하기 전에 이것이 내 그림자가 만드는 투사임을 알아차리면, 아이와 이웃, 내 주위 사람들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사실 나를 향한 분노임을 깨닫게 된다.

아이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스스로 자기 몸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사회가 아니라 나 자신이 원인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서 상처를 주려고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은폐된 욕구다. 이 욕구는 다른 욕구로 대체할 수 있다. 그 방법은 이 책 속에서 찾아가 보자.

이 책은 나의 그림자를 통해, 나를 좀 더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에 대해서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하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준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한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두 사람은 모두 칼 융(Carl Jung)의 분석 심리학과 '그림자(Shadow)' 이론을 깊이 연구해온 전문가이다. 이 두 편집자가 펴낸 이 책 <그림자 바이러스>에는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들의 통찰력 있는 글이 실려있다. 이런 책을 엔솔로지(Anthology선집)라고 한다.

코니츠웨이그는 중년에 자신 안에 있는 악마를 만났다. 그리고 자기 안에 어두운 충동을 점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의 영혼 속에서 자라는 자신에 대해 진실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이 내리막길로 향하는 지도를 그려, 어둠 속에서 빛을 운반하는 길이 되어 줄 것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그림자를 '억압된 것'으로 보았지만 은 '열등한 인격'으로 보았다. 그래서 우월한 인격처럼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자야말로 모든 창조의 시작이다. 그림자는 불만족스럽고 고통스러웠던 불모지가 낙원으로 바뀌는 공간이다.

이 책 제목에서는 그림자에 '바이러스'라는 말을 붙였다. 찾아보니 바이러스는 심리적, 사회적 파급력과 잠재적 파괴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은유적인 표현이었다. 그림자는 의식적인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마치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처럼.

반복되는 부정적인 패턴을 유지하려 하고, 갑자기 감정을 폭발 시키는 게 그림자의 작용이다. 우리가 그림자를 무시하고 부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강력해져 예기치 않은 순간에 폭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직접 전염은 안되지만, 그림자에는 심리적 전염인 투사(Projection)가 있다. 투사란 자신의 그림자를 남에게 덮어씌우는 것이다. 이 투사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개인 간의 갈등에서 시작해서 7부에 나오는 집단적 편견, 성차별, 인종차별, 전쟁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다.

예를 들어, 개인이 자신의 억압된 분노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배우자나 직장 동료에게 투사하면 관계가 파괴된다. 집단적으로는 한 사회가 자신들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특정 이웃 국가나 소수 집단에게 투사하여 집단적 증오와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 책의 제목인 <그림자 바이러스>라는 말은 그림자가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관계를 병들게 하는 은밀하고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어둠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 속에서 열등한 자기를 되찾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무의식 속 그림자는 지금도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 당신이 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거대한 무의식의 힘이 행할 수 있는 인간의 사악함에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개인의 인식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은 오직 인간 자신뿐이며, 우리는 다가오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그림자에 맞서는 행동의 경계는 언제나 그렇듯 개인 안에 있다.

그림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쌓고, 우리의 의식과 무의의 균형을 맞추어 자아감을 확대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림자를 마주해야 한다. 그림자와의 올바른 관계는 우리에게 그동안 깊이 묻혀 있던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어 더 진실하게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흥미롭게 읽었던 1부와 2부, 9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1부 : 그림자란 무엇인가?

그림자를 소개하고 정의하는 글들이 나온다. 로버트 블라이는 그림자를 모두가 끌고 다니는 기다란 가방으로 비유했다. 어렸을 때 지녔던 에너지 덩어리는 스무 살 무렵이면 자기의 대부분을 가방 속에 처넣은 채 한 조각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것을 잃어버린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융 심리학 훈련 분석가 에드워드 C. 휘트먼트는 그림자란 이상적인 자아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억압한 부분이라고 한다. 무의식 속 모든 부분은 투사를 통해 밖으로 나타나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통해 그림자를 만난다. 내가 유독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나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때 투사에서 나타나는 감정 반응이 향하는 곳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콤플렉스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는 자신의 모습과 감정에 반드시 책임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행동에는 책임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자기 수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그림자는 어디에 있는가? 그 밖에 작가와 정신분석가의 인터뷰, 역사와 문학에 등장하는 그림자, 그림자는 꿈속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자.

2부 : 그림자의 형성

집은 한 사람이 시작된 곳이다. 가정은 자신의 운명을 희곡처럼 상연하는 극장과 같다. 가족 안에서 아이는 자아 발달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겪는다. 2부에서는 아동기에 일어나는 그림자 형성 과정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엄마가 성취하지 못했던 꿈을 딸에게 강요함으로써, 딸이 자라면서 내가 엄마의 꿈을 이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경우, 자신을 굶주림으로 괴롭히며, 자기 몸을 적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섭식 장애가 생긴다. 여성이 자기 몸에 가하는 덧없는 공격에는 엄마에 대한 투쟁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직접 분노를 표출할 수 없다면 무엇을 공격할까? 많은 딸들이 엄마를 향한 분노를 자신의 몸으로 돌린다.

3부에서는 질투, 분노 등 형제자매, 배우자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대해, 4부는 건강함이라는 빛과, 병이라는 그림자에 대해, 5부는 일터에서 만나는 그림자와 성공의 이면, 결점과 잘못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 나온다.

6부 악의 심리학에서는 융이 말하는 오늘날 악의 문제와, 순수의 위험성, 인간의 악을 치유하는 방법, 악의 기본 역학에 대해 살펴본다. 7부는 적의 탄생, 광신적 차별주의, 나치의 의사들에 대한 내용이다. 8부에서는 그림자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중년에 나타나는 그림자와 꿈을 분석하고, 악을 다루는 방법이 나온다.

9부 : 그림자 작업

9부는 자신의 그림자를 책임지는 방법, 버림받은 자기 되찾기, 부끄러운 내면의 목소리 길들이기, 타인에 관한 글쓰기, 그림자 그리기 연습을 통해 내 어두운 면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면은 애정 어린 모습으로 포용할 때 내면에 빛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내가 별것도 아닌 일에 심하게 발끈하는 것은 분명 자기 투사다. 과도한 집착이나 누군가를 과도하게 회피하거나 혐오한다면, 이는 우리가 그림자를 끌어안고 있거나, 그림자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불안감은 외부가 아니라 나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꼬집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면, 어떻게 이를 멈출지 질문할 필요가 없다. 그냥 바로 멈추면 되니까.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증상을 사라지게 하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싸우려 하면 악화될 뿐이다.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그림자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증상을 없애려 하지 말고,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증상을 키워야 한다. 의식적으로 이를 온전하게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울한 상태라면 더 우울해지고, 긴장한 상태라면 더 긴장한다. 죄책감이 든다면 더 큰 죄책감을 느껴봐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최초로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그림자와 나란히 살 수 있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해 왔던 것들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스스로 우울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불안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으면 불안은 더 이상 불안이 아니다. 긴장을 떨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긴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45개의 글을 매일 하나씩 읽으며 스스로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알아가 보면 어떨까?

타인에게서 사랑하거나 혐오하는 부분을 발견한다면,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이것들이 실은 우리 자신의 그림자가 지닌 특징이라는 것을. 모든 것은 나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나 자신의 문제였다. 우리를 꼬집어 아프게 만드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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