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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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목적을 달성하는 글이 왜 좋은 글일까? 생일 파티 초대장을 쓴다고 하자. 초대장의 목적은 친구를 파티에 오게 하는 것이다. 초대장을 쉽고 재밌게 잘 써서 친구들이 많이 왔다면, 이것은 아주 좋은 글이다. 친구를 초대하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평의 목적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잘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고 나서 내 서평의 목적을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에게 쓸모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책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나는 글쓰기와 책 쓰기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글쓰기에서는 독자와 오감이, 책 쓰기에서는 쓸모라는 단어를 기억하자.


글쓰기


글쓰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첫 번째 단어는 독자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려면 일기장에 써야 한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글쓰기는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사람과 연관된다. 기획서는 직장 상사를, 이력서나 자소서는 면접관을, 연애편지는 사랑하는 이를, 소설은 독자를 위에 써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품을 한다면? 망한 거다. 왜냐하면 글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써달라고 했는데, 전혀 관계없는 여행 경험담을 써낸 자소서가 있다. 채용 담당자의 질문 내용은 무시하고, 내세우고 싶은 자기 이야기만 썼다. 아마 성과를 낸 경험이 없어서 다른 거라도 써서 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담당자라면 이런 글은 광탈이다. 목적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독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그들은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읽고 분석해 보는 것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p.267  독자가 있을 때 비로소 그 글은 살아 있는 무언가가 된다. 글은 독자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두 번째 단어는 오감이다. 사람 마음은 오감을 통해 얻은 외부 자극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글로 사람을 움직이려면 오감을 자극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내 글로 독자의 감각기관을 자극해야 한다. 좀 더 보여주고, 좀 더 들려주고, 좀 더 맛을 느끼게 해야 그나마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써야 한다. 사랑에 대해 쓰고 싶다면, 내 생각 말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함께 본 영화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써야 한다.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뿐이다. 


글은 말에서 비롯되었다. 내 입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문장은 독자의 눈도 쉽게 따라간다. 완성된 원고를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라. 읽기 편한 글이야말로 가독성이 높은 글이다. 책에 나온 가독성이 낮은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나도 몇 줄 읽어봤는데 도저히 읽어지지가 않는다!


책 쓰기


임승수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관과 세계관이 있어서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책 쓰기는 '어떻게 잘 쓸까?'가 아닌 '무엇을 왜 쓸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다. 


책 쓰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쓸모다. 어떤 독자에게 쓸모가 있을지 정확히 그려보는 상상력과 그 사람을 향해 다가가려는 진심, 이해하기 쉽고, 재밌고, 명확하게 풀어내는 기술이 어우러져야 책은 비로소 독자의 손에 닿는다. 저자는 "쓸모는 설계하고, 다듬고, 조율한 끝에 도달하는 관계의 성취"라고 정의한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은 처음 출간하려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서점에 가보니, 와인 전문가들이 쓴 책은 많았지만, 입문자를 위한 책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 입문자를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잘 보면 책의 홍수 속에서도 블루오션이 있다는 것이다.


마트에 가서 어떤 와인을 사야 하는지, 어떤 음식과 마셔야 더 맛있는지, 어떤 잔으로 마셔야 하는지,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의 차이, 가짜 와인 구별법 등 와인을 전혀 모르는 나도 궁금하다. 게다가 전문적인 내용은 빼고 에피소드 위주로 쉽고 재밌게 썼다. 쓸모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이 책은 한동안 와인 분야 베스트 1위였는데, 이런 성과를 낸 것은 저자의 책이 특정 독자층에게 확실하게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음식과 와인 페어링 경험담과 가성비 와인 정보를 다룬 <와인과 페어링>이라는 책까지 나오게 되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더 나은 선택을 하거나, 위로를 받거나, 웃었다면, 그 순간 그 글은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쓸모를 증명한 것이다. 


왜 쓰는가?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누구인가? 누군가에게 요만큼이라도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제는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왜 쓰는지를 아는 사람이 더 소중한 시대이다. 이유 있는 글, 삶의 물음이 담긴 글, 감정이 살아 있는 글은 내가 쓰고, AI는 그 빛이 더 멀리 가도록 활용하는 방법도 굿.


언제 책을 쓰면 좋을까? 초판 1쇄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쫄딱 망하더라도, 책을 쓴 것에 대해 후회가 없을 때 써야 한다. 그래서 책을 쓰기 전에 오마이뉴스라는 앱을 깔고, 내가 사는 이야기에 글을 쓰거나, 시리즈에 연재 글을 써 볼 것을 추천한다. 반응이 좋으면 출판사의 제안으로 책도 낼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글들은 출판사가 면밀히 주시하기 때문이다. 내 글이 채택되면 소소하게 원고료도 벌 수 있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가장 먼저 내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 중에,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 처음 와인을 시작할 용기를 주고, 마르크스를 공부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글쓰기를 다시 해보겠다는 다짐을 끌어냈다면 그것은 이미 쓸모 있는 글이다. 


책은 그냥 쓰면 되는 게 아니라 분량을 정하고, 목차부터 쓰는 것이다. 다짜고짜 원고지 천 매를 써야 한다면 황당하지만, A4 용지 5장 분량의 글 한 편을 작성하는 일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은가? 자세한 책 쓰기 방법은 아주 솔직한 실제 경험담과 함께 책에 나와 있다. 


출판사의 간택을 받는 법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지금 이 책이어야 하는가?" "누가 이 책을 필요로 하는가?" 내 책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이 어떻게, 왜 더 나은지, 대상 독자 범위 등 차별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출판사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해당 주제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리고 완성된 원고보다 샘플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보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나는 당연히 완성된 원고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편집자는 원고를 정독하는 것이 아니고, 책의 콘셉트, 구성, 독자층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책을 사게 만드는 사람 낚는 제목이 궁극의 제목이다. 


글쓰기는 독자와 오감, 책 쓰기는 쓸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에게 쓸모 있는 책을 써야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p.271  나만의 책을 쓴다는 건,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는 밤하늘의 별과 같이, 그 색깔을 오롯이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 책이 작지만 성능 좋은 🔦 손전등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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