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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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의 독일어 제목은 Geschichten aus der Einsamkeit다. Geschichten은 이야기들이라는 뜻이고, aus는 ~로부터, der Einsamkeit는 고독이라는 말이다. 고독으로부터의 이야기들 또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이야기들로 번역할 수 있다. 이 책은 영문 편역본 The Storyteller : Tales out of Loneliness를 완역한 것으로 총 42개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고독의 이야기들>은 28번째 이야기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을 보면 고독이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독이라고 하면 좀 철학자 같고, 외로움이라고 하면 일상 용어인 것 같다. 그래서 검색해 봤다. 고독(Solitude)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홀로 있는 상태로 명상이나 독서 또는 음악 감상을 하는 등 평안하고 긍정적인 느낌이고, 외로움(Loneliness)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거나, 친구들은 많은데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는 상태, 낯선 환경에 혼자 남겨졌을 때의 아픈 마음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고독의 이야기들>이라고 하지만 외로움도 느껴진다. 초월감과 자유로움도 있지만 괴로움과 고통스러움도 있다. 그래서 고독이라는 단어를 외로움을 품은 고독으로 생각하고 읽었다. 그렇다면 뒷부분에 있는 재밌는 이야기들은 왜 이 책에 포함시켰을까. 나는 웃음은 또 다른 고독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로움을 웃음으로 포장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옛날에 엄마도 있고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너무 외롭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산후 우울증이었던 것 같지만, 그때의 그 외로움은 그저 외롭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런 외로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죽을 만큼 외롭다?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이 정도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마치 글로 그림을 그리듯 고독을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독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그래서 발터 벤야민은 건강한 사람들도 가끔 문필가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을 살면서 삶이 주권자임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주권자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그림을 보듯 글의 이미지를 따라갔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삶이 주권자임을 제대로 느껴 본 것 같다.

발터 벤야민은 이런 꿈과 몽상과 이미지의 점철을 통해 삶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도저히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고독에 관하여, 어떤 왕비의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고독한 삶을 통해, 유명한 거장들의 꿈을 통해, 이해가 아닌 그냥 이미지로 느껴지는 고독을 말하고 있었다. 삶은 주권자이기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보다. 이 책 역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따라가며 느껴보면 되지 않을까?

이 책의 반전은 뒷부분에 있다. 삶이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구나를 만끽하다 보니 나의 마음의 휴식을 주는 쉬운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어렵게도 이렇게 쉽게도 쓸 수 있는 작가는 정말 천재가 맞다. 11살짜리 소녀가 주어진 제시어로 작문한 것도, 수수께끼도, 고압 전류 아이디어로 사업을 다시 일으킨 중국 명선생 이야기도 재밌다. 나는 포템킨 총리의 서명에 빵 터졌다.

모든 것이 색채들의 습윤함에 잠겨 유영하는 듯 보였는데, 특히 우세한 색은 무겁고 축축한 검은색이어서 그 꿈속 풍경은 이제 막 또 한 번 고생스럽게 경작된 농지의 풍경 같았다. 내 노년이 씨앗들이 이미 그때 거기에 파종돼 있었다. (p.73)

나는 이 부분에서 고독을 느꼈다. 노년의 씨앗은 또 얼마나 고독한 것인가. 이 책의 표지가 축축한 검은색을 띠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린다. 표지에 있는 파울 클레의 '여자와 짐승'이라는 작품 역시 고독과 잘 어울린다. 대지에서 여자와 짐승이 나와서 애써 살다가 결국은 대지로 간다. 여자의 치마처럼 보이는 것은 다시 흙이 되어야 한다는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바위 같은 운명처럼 보인다. 여자와 짐승에게 이 세상은 잠시 머물렀던 꿈일까.

이 책에는 스위스 출신의 독일 화가인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의 작품도 50점 수록되어 있다. 이 분의 그림도 꿈같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도 파울 클레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우연인지 사망한 해가 같다. 발터 벤야민은 자살을 했다. '일기' 라는 작품에 보면 꿈속에서 "이제 저는 더 살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이 떠나는 사람이 남기는 마지막 우정 표현 이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왜 발터 벤야민파울 클레의 작품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꿈처럼 모호하기 때문이다. 술에 만취한 사람을 상상해 보자. 그는 현실에서 걷고 있지만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면 꿈속을 걷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면 꿈속에서 사는 것은 아닐까?

저자가 말한다. 대체 왜 세상에는 뭔가가 있는 것일까?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세상을 생각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세상은 없어도 상관없다. 그 있는 것들 중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부분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데는 달빛 한 줄기면 충분했다. 내가 그의 말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애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력해서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었다.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치 비가 오면 그저 비를 바라보는 것처럼.

밤중에 어둠 속에서 깼을 때, 세상은 말없이 던져진 단 하나의 질문일 뿐이었다. 세상은 왜 있는 것일까? 세상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니, 나는 그것이 늘 놀라웠다. 세상이 없다니 정말일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고 해도 세상이 있다니 정말일까? 하는 의심보다 정도가 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삶은 질문하는 게 아닌 것이다. 받아들이고 즐기자. 즐거운 꿈을 꾸자. 고독 속에서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평화로움을 느껴보자.

책 속의 표현 중에 지나온 내 발자국을 누가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것 같았다는 말이 있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을 뿐이다. 이 세상은 한바탕 꿈이라더니, 고독도 즐거움도 꿈이라면 이왕이면 행복한 꿈을 꾸자. 처음에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뇌를 혹사시키다가 뒷부분에서 웃음으로 치료한 난해하면서도 독특하고 한마디로 뭐라 정의할 수 없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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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비밀 서사원 고학년 동화 2
무라카미 마사후미 지음, 카시와이 그림, 심수경 옮김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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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미쓰하시 아쿠루(光橋 明くる)와 구라키 사요코(暗き 小夜子) 두 명이다.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그래서 누가 말하는지 동그란 태양 마크와 초승달 마크를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그 아이의 비밀>의 그 아이는 2명의 주인공 모두가 서로에게 그 아이인 것이었고, 비밀은 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있었다.

미쓰하시 아쿠루미쓰(光)에는 빛이라는 뜻이 있고, 하시(橋)는 무언가와 연결되는 다리라는 뜻이다. 아쿠루(明くる)는 밝음이 오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쓰하시 아쿠루가 이야기하는 부분에는 ○둥근 태양 마크가 있다.

구라키 사요코는 자기에게만 보이는 비밀친구 까만 고양이가 있다. 구라키(暗き)는 어둠이고, 사요코(小夜子)는 밤의 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구라키 사요코가 말하는 부분에는 초승달 모양이 있다.

나는 성과 이름이 헷갈려서 성과 이름을 모두 썼다.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 이름을 먼저 익힌 다음 읽으면 훨씬 편하다. 배경은 아마나와 초등학교 6학년 1반. 담임은 사카이 선생님이다.

미쓰하시 아쿠루는 전학생이다. 벼머리에 비즈를 달고 다녀서 벼머리 비즈라고 부른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엄마랑 함께 산다. 늘 밝게 웃지만 마음속에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몸을 만지면 마음이 읽힌다. 구라키 사요코의 어깨에 손이 닿은 순간 보였던 까만 고양이. 새까만 털, 빛나는 초록 눈동자인 고양이의 색은 현실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진짜 색깔이었다. 그런 존재는 처음 봤다. 그 고양이 대체 정체가 뭘까?

구라키 사요코에게는 초록색 눈을 가진 까만 고양이가 보인다. 이매지너리 프랜드(Imaginary friend), 상상 친구다. 전학생인 미쓰하시 아쿠루가 다가가자 너랑 친해질 생각이 없다며 차갑게 대한다.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밖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안에서 잠가 버린 외로운 아이다. 모든 사람을 죄다 성가시고 짜증스럽고 귀찮게 여기고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상상 속의 친구인 검은 고양이와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아마미 유카는 생글거리면 느긋하게 말한다. 밝은색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내려뜨렸고 눈꼬리가 살짝 쳐졌다. 성격은 서글서글하고 순수하다. 마음속에는 반짝이는 햇살이 나뭇잎 틈으로 비쳐들고 있다. 하늘에는 잘 마른 이불처럼 뽀송한 양떼구름이 흘러갔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꽃내음이 실려왔다. 여유로운 봄날의 휴일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다.

사쿠라이 미사키는 모델 같은 아이로 가장 잘나가는 여자애들 무리의 중심에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친오빠 사키토는 은둔형 외톨이다. 그래서 오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려 한다.

아이자와 도모에는 올린 머리를 한 키가 큰 아이로 성격도 활발하고 호감이 가는 아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지만 친구를 차별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사토는 수다쟁이. 히이라기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여자애로 남자아이들의 본성을 뜯어고치겠다는 안타까운 신념을 지니고 있다. 쓰기타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묻고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다. 여동생이 여럿 있어 참을성이 많지만 그 탓에 싫은 역할을 떠맡기도 한다.

미쓰하시 아쿠루는 구라키 사요코에게서 보았던 검은 고양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마미 유카와 함께 검은 고양이 인형을 처음 가지게 된 곳부터 함께 찾아다니자고 제안한다. 작전 이름은 '사요코와 까만 고양이의 추억 찾기 여행! 즐거웠던 일, 재밌었던 일, 모두 다 찾아보자. 레쭈고 작전'이다.

마음은 바다처럼 워낙 크고 깊고 수많은 것을 품고 있어서 그 실체를 아직 인류의 힘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눈에 보여야만 존재하는 건 아니고, 또 눈에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키토 오빠는 구라키 사요코의 상상친구에게 마음이 있다면 그 친구가 어떤 생각으로 구라키 사요코를 떠났는지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고 얘기해 준다.

아마미 유카네 집에서 잠옷 파티를 하기로 했다. 구라키 사요코는 까만 고양이가 없이 삶을 즐긴다는 게 큰 죄를 짓는 기분이라고 한다. 고양이가 사라진 뒤로도 걱정은 했지만 친구들 덕에 행복하고, 고양이 없이 나만 즐겁게 지내서다. 그래서 그동안 친구였던 까만 고양이를 찾아 모두 함께 즐겁고 싶었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면 그 친구를 자신의 마음속 세상에 머물게 하거나 그 세상을 서로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러는 사이 우리 마음속 세상은 점점 더 넓고 풍요로운 곳으로 바뀌어 간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 그 세상이 어떤 곳인지 차츰 알게 된다. 저자 역시 혼자 힘겨워 하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주고 잃어버린 물건을 함께 찾아 줄 수 있는 친구, 함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한다.

2명의 주인공이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참 아름다웠다. 사람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책을 통해 처음 해본다. 미쓰하시 아쿠루가 손이 닿으면 보이는 마음을 그림처럼 묘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가 이혼했을 때 아이가 느꼈던 감정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사랑과 고마움은 꼭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하물며 상상친구까지도 행복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조카 주려고 서평단을 신청한 책인데 나도 책 속에 푹 빠져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주인공이 2명이라 태양과 초승달 마크를 확인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둘 다 각자의 시각으로 속 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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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행복과 몸행복의 비밀
윤영일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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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우주와 보이는 우주 사이에는 에너지가 흐른다. 그래서 보이는 우주는 이 에너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우주와 연결된다. 보이지 않는 우주는 뇌 속에 든 정신이다. 보이는 우주는 몸이다. 뇌와 몸 사이에는 정보가 흐른다.

뇌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이고, 몸이 느끼는 행복은 무엇일까? 이 책은 뇌와 몸이 정보에 어떻게 반응하며 어떤 식으로 해법을 내놓는지를 과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뇌와 몸은 과학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유익한 정보를 얻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보 과학과 행복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비법은 너도 승리하고 나도 승리하는 양승법, 그 누구도 패배자로 만들지 않는 무패법이다. 새로운 행복의 세계는 이것을 터득함으로써 열린다. 자기 내면의 고민과 불안을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도 다룬다. 더욱 위대한 자기로 진화하기 위한 방법, 비자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학적 방법도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뇌 행복과 몸 행복의 비밀>은 균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단어인 정보와 행복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정보란 정신의 최소단위다. 뇌와 몸은 정보처리 장치다. 물질의 최소 단위가 양자라면 정보는 정신세계와 물질세계의 매개 역할을 한다. 정보를 매개로 두 세계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게 해 주는 에너지와 같은 것이 정보다.

정보란 우리 인체가 외부 환경으로부터 받아들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책이나 영화, 풍경 등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 음악과 자연의 소리 같은 귀를 통해 들어오는 청각정보, 라면 맛과 같은 미각 정보, 라일락 향기, 바다 냄새 같은 후각 정보, 얼음을 만지고 차가움을 느끼는 감각 정보도 있다.

정보는 물질과 에너지와 함께 만물의 기본 요소다. 전통적으로는 중요한 경제학 원리가 하나 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우리가 라면을 먹으면 먹을수록 그 먹고 싶은 마음 즉 한계 효용이 줄어든다는 원리다. 물론 라면이라면 나처럼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예외도 있겠지만. 우리가 지나온 물질의 시대와 에너지의 시대에는 이 법칙이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가 지구를 지배하는 가장 강한 힘이 된 시대다. 지금의 지능 정보 시대에서는 질 높은 정보를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 한계 효용은 높아진다. 따라서 적어도 정보의 문제에 관한 한 오히려 한계 효용 체증의 법칙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행복에 관한 정보를 많이 많이 많이 수집해서 매일매일 행복을 연습해야 한다. 행복은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쉽게 잘 느낄 수 있다.

행복은 뇌와 몸의 합작품이다. 뇌와 몸이 하나로 작동하지 않으면 생명이 없다. 뇌와 몸이 분리되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 기본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이다. 고통에서 떨어지고, 즐거움을 얻는 것. 고통에서 떨어지거나 멀어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보일러를 틀면 된다. 마음이 따뜻해지도록. 그대로 추운 것을 인정하고 사랑으로 감싸라는 말이다. 사랑의 보일러 틀기~

내가 생활비를 아끼려고 커피 한 잔도 안 마시고 초 절약을 했다 치자. 누구를 위해 절약한 것인가? 나를 위해서 했다. 그런데 며칠 하다 보니 짜증이 난다. 나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절약이 짜증을 불렀다. 이고득락에서 벗어났다. 풍요로운 삶이라는 이상에 집착하다 현실의 고통이 커졌고, 행복 대신 불행만 키웠다. 균형이 깨진 것이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고통은 사랑의 보일러를 틀면 되지만, 커피 안 사 먹다가 생긴 내 힘으로 조절이 가능한 고통은 커피를 사 먹으면 된다. 이것이 이고득락이다.

만족이 곧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만족의 뜻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찰 만(滿), 발 족(足). 즉 발까지만 차면 만족하고 행복하란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머리끝까지 채워져야 행복할 것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행복은 자기만족이기에 안녕감, 몰입감, 초월감, 쾌감 등도 모두 자기만족이라는 의미 하나에 포함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신발이 따로 있듯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과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의 행복을 추구한다.

는 계산과 판단을 하지만 몸은 이해하고 수용하고 공감한다. 행복은 이 만든다. 그래서 몸에서 올라오는 느낌과 감성 즉 몸의 정보를 느끼고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몸이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데 아낀다고 꾹꾹 참으니 고통이 생겼다. 몸은 고차원적인 정보망이고 생명이자 감정과 정서다. 즐거우면 몸이 상쾌하고 우울하면 몸이 무겁고 무기력하다. 즐거움도 우울함도 몸이 먼저 즐겁거나 우울한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몸이 만든다. 그러니 몸이 원하면 에지간하면 들어주자.

나는 내면의 어린아이를 잘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화나는 감정이 떠오르면 그대로 인정해 주라고 했다. 아픈 기억들은 맞서 싸우거나 몰아내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안아주면 된다. 집이 추우면 보일러를 튼다. 찬 공기를 아무리 밖으로 내 보내려 해도 집은 따듯해지지 않는다. 내면의 아픈 기억과 감정들은 그대로 인정하고 보일러를 틀어 따듯하게 해 주면 되는 거다. 고통과 슬픔은 괴로워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속 후련히 털어놓고 속 후련한 행복으로 만들면 된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죽을 때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을 사람이다. 나는 가장 먼저 나의 뇌와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와 가장 먼저 친해져야 한다. 나는 하나다.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것도 내가 했고 다시 술을 마신 것도 내가 했다. 나의 실체는 하나인데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진정한 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하는 자기와 기억하는 자기는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준다.

저자는 행복 문제의 근원이 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하라고 한다. 그래서 의식을 정보 과학적 방법으로 이해하고 진정한 행복의 진실을 밝혀 보고자 한 것이다. 과학에 의해 밝혀진 법칙은 지동설과 상대성이론처럼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진다. 나는 특히 생존 부등식에서 행복 부등식을 도출해 낸 것이 놀라웠다.

알고리즘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일련의 단계적 절차나 과정을 말한다. 의사결정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나 과정이다. 종이에 문제를 푸는 것도 알고리즘이다. 인간도 컴퓨터도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사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알고리즘에 의하여 행동하며 의사결정을 내린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질적 풍요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다. 하루 세 끼조차 먹을 수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한국인이 돈을 더 중요시한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행복을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7부에는 18가지 행복 법칙이 나온다. 책 표지에 있는 정보 과학으로 밝힌 18가지 행복 법칙이란 행복 부등식의 두 가지 원리를 이해한 다음 사고 및 행동의 6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2가지 원리와 6가지 원칙의 8가지를 익히고, 나로부터 점점 행복을 확장시키는 10 가지 법칙을 더해 18 가지 행복 법칙이 된 것이다.

자기 삶의 행복을 위한 4 가지 법칙, 우리 삶의 행복을 위한 3가지 법칙, 인간의 삶의 행복을 위한 3 가지 법칙의 10 가지 행복 법칙을 배워 매일 연습하자. 저자의 행복론은 I1lius다. I1이란 하나밖에 없는 나(I)의 삶이고, li는 Life, 즉 인간의 삶이다. us는 우리의 삶이다. 이 3가지 측면의 각각의 삶의 균형을 찾는 18가지 법칙을 내 것으로 만들자.

헬렌 켈러가 사흘 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이 세상을 죽을 때까지 볼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행복은 내 마음속의 퀘렌시아(querencia, 안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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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은 식당 성공의 밑천이다
김정덕 지음 / 헤세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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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저자가 롯데리아 매니저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 (주) 단지 FnB의 대표를 하기까지 25년간 터득한 외식업 알짜배기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다. 이런 노하우는 쉽게 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사업 실패로 신용 불량자가 되었고, 자본금 2000만 원도 없어서 여기저기서 빌려서 시작한 식당 반찬 유통회사도 처음에는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겨야 했다.

<반찬은 식당 성공의 밑천이다>라는 제목 그대로 식당별로 메인 메뉴와 잘 어울리는 반찬을 소개해 주고, 특색 있는 반찬 구성과 상차림 노하우로 경쟁력 있는 식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성공한 식당의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다양한 실패와 성공의 요인을 듣다 보면 우리 식당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것이다.

나는 상품 후기와 비슷한 거래처 식당들의 이야기인 '단지 FnB를 말한다' 코너를 재밌게 읽었다. 기존 식당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저자를 통해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장사나 사업은 똑같다. 정답은 없다. 장사가 잘되고 고객에게 인정받으면 그것이 바로 정답이다.

스타트업과 장사에 관한 좋은 책들도 많고, YouTube에는 경영 노하우와 성공하는 법에 관한 도움이 되는 영상도 많다. 이렇게 양질의 자료들이 많기에 아마 성공하는 법을 모르는 자영업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망할까? 실행력 때문이다. 실패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현실과 타협하고 타성에 젖어서 아무것도 안 한다. 본인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을 뿐이다.

책 뒷부분에 "구색 갖추기로 반찬 내놓지 말라"는 제목을 보니 떠오르는 곳이 있다. 셀프바에 정말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는데, 만두는 끝이 다 말라비틀어졌고, 과일 통조림과 마카로니 무침은 상했고, 상추와 깻잎은 시들시들한 식당이었다. 한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안 가면 되지 굳이? 역시 손님은 그런 상한 음식을 놓은 식당은 발길을 끊지 불평을 하거나 얘기해 주지 않는다.

이렇게 손님은 별로인데도 사장님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자기 객관화 부족이다. 그래서 매장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수시로 밖에서 매장을 봐야 한다. 그러면 꺼진 간판 불도 보이고 출입문 찌든 때도 보이고 직원들 위생상태도 보인다. 그래야 손님들이 정말 흥이 날 정도로 맛있게 먹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내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다. 이렇게 수시로 나 자신과 내 식당을 객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돈 2000만 원으로 창업을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일도 오래 했고 외부 활동도 열심히 해서 인맥을 많이 넓혀놨기에 좋은 반찬을 소개하면 무조건 매출이 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는 거다. 1년 남짓 직원과 함께 차에 반찬을 싣고 다니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지만 생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회사에서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주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처럼 아무런 경험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망하는 사람이 많다. 옛날에 퇴직금으로 치킨집 해서 망했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프랜차이즈가 모든 걸 대신해 주지 않는다. 결국 모든 책임은 나 스스로에게 있다. 저자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일했을 때의 인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매출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자 공부를 했다. 한번 실패를 했기에 두 번 다시 실패할 수 없어서 전국 유명 맛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공부했다. 그 맛집에 나오는 반찬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분석했다. 이때 배운 것이 상차림이고 음식 간의 궁합이었다. 메인 메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반찬의 종류들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 결과 잘 되는 식당 반찬 구성의 법칙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외식업은 뮤지컬이나 영화 같은 종합예술이다. 배우와 음악, 스토리, 홍보, 마케팅 등이 잘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 맨손으로 절벽을 올라가겠다는 초보 등반가가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결코 추락하지 않고 절벽을 정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 등반가를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은 어떨까?

저자에게 장사를 하겠다고 문의를 하면 일단은 이 암벽 등반가와 같은 느낌이라 무조건 말린다고 한다. 장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겠다면 주말도 포기하고 일할 수 있는지를 묻고,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면 하고 싶은 업종의 식당에서 최소 3개월 내지 6개월 이상 일한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 한 달도 못하고 힘들어서 장사할 생각은 접게 된단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용기와 무모함을 구별할 줄 아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은 현재 자신이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게 아닌지 철저한 자기 점검과 자기 객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젊은 40대 부부는 저자의 말을 듣고 식당 개업을 위해 몇 개월째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부라면 누가 생각해도 성공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열심히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음식장사에서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장사의 기본 7가지와 삼겹살집, 보쌈집과 족발집, 한상 차림 집, 국밥집의 주메뉴와 최상의 조합을 이루는 반찬 구성법을 배우고 나만의 특색을 살려내야 한다. 저자는 공장 반찬을 나만의 레시피로 새롭게 만들어서 특색 있게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외식업계에 있는 모든 분들과 창업하시려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맛있는 반찬이 잘 되는 식당의 노하우였다니! 이 책을 읽고서 내가 좋아하는 맛집을 떠올려 보니 메인만 맛있지 않고 겉절이까지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책으로 잘 되는 식당이 많아지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 손님은 맛있는 음식과 반찬 먹어서 좋고, 가게는 잘 돼서 좋다. 장사가 잘 돼서 웃고, 음식 맛있어서 웃게 되니 매일매일 더 기분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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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아츠 - 부처의 지혜로 배우는 제대로 화내는 기법
구사나기 류슌 지음, 박수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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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인생은 화만 내다 끝내기에는 너무 짧다. 매일매일 크고 작은 스트레스의 연속인데 이렇게 짜증으로 살자니 인생이 너무 아깝다. 하지만 어쩌겠나 방법이 없는데. 그러다가 인디캣 서평단에서 <멘탈아츠>라는 책을 만났다. 책 표지에 "화내라! 화내도 좋다!"는 말에 무조건 신청했다. 화를 내도 좋다고? 그럼 사회생활 어렵지 않을까? 왜 화를 내도 좋다는 건지 궁금했다.

이 세상은 스트레스가 가득하다. 스트레스가 쌓여서 화가 되고 결국은 폭발한다. 폭발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그래서 화병이나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이 있나보다. 저자는 병든 우리의 마음과 화로 가득한 세상을 치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화는 참는 게 아니라 잘 대처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겨진 '지혜의 검'이다. 이 검의 마지막 사용법은 잘라내기다.

이 지혜의 검은 어떻게 쓸까? 초기 불교 경전에 기록되어 있는 '기술과 방법'을 현대에도 활용할 수 있게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것이 멘탈 아츠(Mental Arts), 마음의 기술이다. 마음의 기술을 익히면 자잘한 화를 빠르게 흘려버리고, 성가신 상대도 냉정하게 마주하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극복해 내면서, 항상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나한테는 기술이 있으니까, 지혜의 검이 있으니까 괜찮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나 혼자서 씩씩거린 적이 있다. 그 이유를 이 책으로 알았다. 내가 화에 잘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가 나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옛날 일인데도 만성 화병인지 가끔 피곤하거나 할 때 생각나 컨디션을 악화시킨다. 그럼 해결책은? 마음의 기술을 써야 한다. 이 책은 단계별로 스테이지 10까지 있다. 나는 5까지만 내용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다.

1. 화의 원인

내가 화나는 것은 나 때문인가? 상대 때문인가? 대부분 상대 때문이다. 나도 화의 원인이 시댁에 있고 사기 친 넘에게 있다. 하지만 당한 나의 어리숙함에도 잘못은 있기에 자꾸 스스로를 나무라며 자책한다. 그런데 저자는 과감히 화가 나는 원인은 상대가 잘못한 것이지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내 잘못은 1도 없다! 고 생각 하라고 한다. 이런 확신이 들면 화가 반으로 준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그런 행동이 없었다면 나는 화낼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은 늘 즐겁다. 자기가 늘 옳고 당한 사람만 바보인 것이다. 이런 화를 왜 품고 살았을까?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참고 말지 하며 화를 덮어뒀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어떻게 화를 돌려줄까? 만약 돈만 비싸고 맛없고 불친절한 식당에서 기분이 나빴다면 앞으로도 이용하고 싶으니 이런 점을 개선해 달라는 식으로 화를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 즉, 화가 나면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 이해시킨다. 상대와 붙어서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전해야 한다.

설령 전하지 못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고, 내 감정이 어땠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정리해 봄으로써 내가 누구에게, 무엇에, 왜 화를 내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그리고 화를 상대에게 돌려줄지, 분노를 발판 삼아 활용할지,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릴지를 선택한다.

2. 화를 피하는 법

상대방 때문에 화가 나서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상대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큰일인가? 버스 안에서 자리 양보하는 걸로 너 몇 살이냐고 할머니들끼리 싸운다, AI가 쓴 서평을 그대로 올린 글을 읽고, 어떤 책을 악평하는 글을 읽고 맘 상했다. 모임에서 자기 돈 자랑만 하는 사람 때문에 내 신세가 처량해서 화가 났다. 한 번 보고 말 사람, 어울려도 즐겁지 않은 사람에게 화낼 가치가 있는가? 멀리하는 게 이득이다. 말할 가치도 없는 화는 냉큼 버리고 그 자리에서 멀어진다.

그런데도 마음속에 남은 화는 냉장고 속 음식재료와 같다. 내버려두면 썩는다. 그래서 화가 쌓이지 않게 해야 한다. 그 방법에는 내 마음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라고 생각했다"로 말하기, 심호흡, 주먹 쥐었다가 손에서 힘 빼기, 천 보 걷기 명상 등이 있다. 하는 법은 책을 참조하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하나! 접시를 깨거나 베개를 던지는 등 행동으로 표출하면 화가 풀리는 게 아니다. 마음이 거기에 동조해서 화가 더 강해진다. 왜 좀 후련한 것 같냐면 지쳐서 힘이 좀 빠졌기 때문이다. 욕도 하면 안 된다. 마음은 말에도 동조한다. 나쁜 감정과 화가 마음에 더 깊게 새겨진다.

그러니, 푸념과 욕과 과격한 행동 대신 하루하루 화가 맺히는 것을 막는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오늘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 화는 마음에 남지 않고 잊힌다. 이렇게 생각하며 화에서 멀어지고 흘려야 화에게 이기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왜 그렇게 사냐, 질린다, 한심하다고 말하면 화가 더 커진다. 자책보다는 샤워를 하거나 몸을 움직여 빨리 흘려 버리자며 화를 떨쳐내야 한다. 그게 잘 안되면 화날 때마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 화가 났으니 지금부터 1시간 내로 일을 끝내겠다. 열받았으니 오늘은 카페 문 닫을 때까지 공부하겠다. 비록 화를 전부 피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얻으면 된다. 머리를 쓰기 싫으면 화나서 대청소나 해야겠다. 이러면 만점이다. 오늘 하루는 좋은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내가 이긴 거다. I Win!🏆

3. 짜증의 정체 : 망상 영역

화도 나고, 한심한 마음도 들고, 탈진하고... 이 모든 것은 스스로 망상 영역을 너무 넓힌 탓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 했다가 알아주지 않으면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 나도 딱 이 스타일이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 당연히 고마워하겠지 하는 것도 망상 영역이라고 한다. 좋아하고 말고는 그 사람 영역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자유에게 밀린 거다. 생각하기는 쉽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점점 생각이 커진다. 나는 생각한다가 늘어날수록 나는 옳고 다른 사람 생각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이 나왔나 보다. 남 때문에 화가 났다는 말은 나는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말이다. 망상 영역은 실재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사실을 보고, 다음에 어떻게 할까만 생각하면 되는 게임이다.

남이 질투 나거나 밉다면 망상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 영역이 사라지면 '각자의 삶이 있다'만 남는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 자신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받아들이면 더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 남들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다양한 방법을 배워보자.

4. 남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먼저 마음을 봐야 한다. 마음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려고 하는 순간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을 보는 것과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정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티(Sati, 알아차림)는 부처가 마음을 보는 기술로 찾아낸 기법이다. 소리나 움직임을 알아차리기는 했어도 반응하지 않는 마음 사용법이다. 그저 들린다, 보인다, 나는 존재한다고 알아차리는 것만 일관하면 망상은 저절로 사라진다.

우리가 하기 쉬운 방법은 라벨링이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사실 그대로 확인하는 것이다. 운전하고 있다. 걷고 있다. 전철을 탄다. 세일할 때 사고 싶다. 이렇게 말로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화가 났다. 어떻게 할까? 이 라벨링 기술은 불편한 상대와 성가신 사람과 대결할 때도 필요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왜 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까? 이렇게 고민한다면 나와 그 사람은 전혀 별개이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망상을 하든 그 망상이 통하지 않으며, 받아들여질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편리에 따른 망상을 상대에게 강요하다가 열받게 되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든 중심은 나 자신이고, 내가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답으로 삼아야 한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할지는 나 자신이 정한다. 나라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거짓말에 휘둘리는 일도 없다.

5. 말로 이길 수 없는 사람 마주하기

말로 이길 수 없어서 압박을 느끼는 상대는 무언가를 요구해 오는, 거절하기 힘든 상대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쪽에서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로 답을 내는 것이다. 나는 계속 결국 거절을 못 해서 보험도 정말 많이 들어 줬다.

거절하면 날 미워하면 어쩌나, 나중에 욕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타인의 생각은 타인의 것이고, 내 일에는 나 자신이 답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한다면 나는 기쁠까?를 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싫고 부담스러운데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도 같고 결국 남이 하자는 대로 했다. 이래서 사기도 당한 것이다. 나보다는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 역시 망상이었다!

끈질기게 종교를 권유하는 친구에게, 나는 시간도 돈도 여유가 없어서 이해해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연락이 끊겼다. 저자가 말한다. 내가 너무했나 싶은 건 망상의 영역이다. 남한테 목메지 말라고.

여기까지가 스테이지 5까지의 내용이다. 스테이지 6에서는 지혜의 검의 필살기인 '관계 끊기'까지 상대방의 본질을 꿰뚫는 중요한 패턴들의 예를 통해 화 때문에 인생을 끝내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스테이지 7은 만약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는 법을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스테이지 8, 칭찬받고 싶은 나를 졸업하다! 나는 늘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했다. 늘 남과 비교했기 때문이다. 내가 인정받고자 한 것은 나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남을 부러워하고 나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게 화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깨달은 것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하고 비하했다. 늘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한 것 같은데 왜 나보다 훨씬 더 잘 살고 행복해 보이는지 남과 비교하며 살았다. 남들의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정작 나 자신은 나를 무시하고 나를 칭찬해 준 적이 없으며 남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 나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인 적은 없단 것을. 남에게는 친절하고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날 것이다. 그래서 나의 과거의 잘못은 내 탓이 아닌데도 나 스스로에게 화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과거의 망상일 뿐 그 화를 현재로 가져오면 안 되는 거였다.

그리고 마지막 2개의 스테이지에서는 많은 사람들 덕에 참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필살기들을 배운다. 부록에 이 10가지 마음의 기술들을 난이도 별로 잘 정리해놓았다. 나는 앞으로 화가 나면 이 책에게서 배운 기술 중 라벨링을 가장 먼저 하겠다.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 때문에 기분이 나빴으며,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사실 그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이 책 표지에 있던 화내라는 말은 화를 보관하지 말고 꺼내 놓으란 말이었다. 꺼내 놓고 화를 흘려보낼 것인지? 활용할 것인지? 되돌려 줄 것인지? 망상하지 말고 사실만 가지고 내 마음이 기쁜 쪽을 택하란 말이었다. 화내라! 화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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