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의사 사용법 - 내 몸의 조화로운 건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김동규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내 몸이 어딘가 불편한데,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때 읽는 책이다. 한의학이 단순히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는 의학이 아니라 몸의 흐름을 살피는 의학이기 때문이다.
몸의 흐름을 살핀다는 것은 내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잘 돌보는 것이다. 여기서 돌봄은 단순히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며, 고장 난 곳을 고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장 나기 전에 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균형을 바로잡는 것도 포함된다. 진짜 건강 관리는 병원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그때부터 대응하는 것이다.
미병치지(未病治之)라는 말이 있다. 병이 되기 전에 미리 다스린다는 뜻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상공불치이병 치미병(上工不治已病 治未病)'이라고 나오는데, 훌륭한 의사(上工)는 이미 생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의 상태를 치료한다'라는 뜻이다. 내 몸이 병들지 않게 평소에 정비하고 조율하라는 의미다.
몸은 신호를 보낸다.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예전과는 달리 소화가 잘 안되거나 감정 기복이 잦아졌다면, 단지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흐름이 틀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신호를 그냥 넘기지 않고 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짜 건강관리다. 한의원은 단지 치료를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점검과 관리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은 병원 다니다가 안되면 가는 곳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감기도 초기에 잡으면 금방 낫는다. 모든 병을 처음부터 치료했더라면 쉽게 해결될 것을, 이미 증상이 오래되고 굳어져 체력까지 방전된 후에 와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의학은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이다. 단순히 아픈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학 분야다. 기능의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기능이 약해지고 흐름이 틀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몸의 기능이 흐트러지는 단계에서 접근하면 한의학은 아주 효과적이다.
한의학은 열이 난다고 단순히 해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왜 열이 나는지, 어디서부터 흐름이 꼬였는지를 살피고 그 원인을 풀어서 치료한다. 내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한의원에 가야 한다. 한의원은 단순히 치료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곳이다.
한의학은 빠른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무너진 걸 다시 세운다. 그래서 더더욱 신뢰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빠른 효과를 기대하거나 당장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한다면 중간에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회복의 흐름도 단절된다. 신뢰 없이 시작한 치료는 언제든 중단될 수 있고, 그런 흐름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약과 침이라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게 정말 나한테 맞는 건가 하는 불안이 계속 남아 있다면 아무리 좋은 처방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저자는 환자에게 믿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의심보다는 관찰을, 불안보다는 열린 마음을 바란다.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를 같이 보고 흐름을 함께 느껴보자고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함께 읽어주는 동반자가 되어 달라는 의미다. 한의학에서의 치료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의 출발점은 언제나 신뢰다.
한의학은 사람의 흐름을 다루는 의학이다. 그 흐름은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함께 느껴야 온전히 작동한다. 내 몸이 지금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느끼고 싶다면, 그 흐름에 마음부터 함께해 줘야 한다. 그 믿음이야말로 한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간절히 바라는 첫 번째 처방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출산 후에 한의원에 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 역시 출산 후에 이유 없이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병원에서는 산후우울증인 것 같다며 영양제와 음식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하라고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육아 스트레스는 친구들과 만나 수다로 푸는 줄로만 알았는데, 한의원에 가서 약을 먹고 나 스스로를 챙겼어야 했다.
아이 돌보느라 내 몸을 챙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병은 시간이 없을 때 온다. 바빠서 못 갔다는 말,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 이런 것들이 병을 키운다. 건강은 시간이 나서 챙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챙겨야 하는 것이다. 치료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건강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
몸이 진짜로 무너지면 그 바쁜 일들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핵심을 못 봐서 그렇다. 내 몸이 건강해야 가족도 안정되고 내 주변이 평화로워진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출근하면서 왜 몸을 돌보는 일은 그렇게 뒤로 미루는 걸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한의학은 조금 이상할 때 조금 불편할 때를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여긴다. 아픈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한 상태에서 가야 빨리 회복된다. 일단 병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치료도 복잡해지고, 돈도 많이 들고, 회복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병이 뚜렷해지기 전에, 비교적 간단한 치료만으로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 때, 예방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한의학은 몸 전체의 흐름을 보고 치료한다. 단지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주거나, 어지럽다고 철분제를 처방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럼을 치료했는데도 소화가 잘 되거나 잠을 잘 자고, 스트레스까지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의학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잘 지어진 약보다 먼저 좋은 한의사를 만나야 한다. 매스컴에서 선전하는 일률적인 약은 오히려 몸의 균형을 더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먹으면 안 된다.
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밥만 먹으면 토하고, 심한 두통을 호소해 몇 달간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아이의 이야기다. 뇌 MRI 등 온갖 검사를 다 해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결국 심리적 문제로 분류되어 심리 상담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진찰해 보니 장에 숙변이 크게 쌓여 있었다. 그래서 숙변을 제거하는 처방을 내렸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구토와 두통이 사라졌고, 항상 차갑던 손발까지 따뜻해졌다고 한다. 이후 약해진 비위를 보강해 주자 아이는 건강을 되찾았다. 숙변 때문인 걸 모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뻔했다!
이 책을 읽고, 우유를 끊었다! 나는 배고픔도 달랠 겸 아침에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신다. 원래는 여기에 꿀도 넣어 마셨는데, 당뇨 전단계라 꿀이나 시럽은 안 넣는다. 그런데 늘 소화가 잘 안되고, 속도 더부룩하고 카페라테를 먹을 때마다 트림도 올라왔다. 나이 먹어서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 그러려니 했다.
한국 성인의 대부분이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부족해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위장에서 발효가 일어나고 복부팽만, 속 쓰림, 트림, 구역감 같은 증상이 생긴다. 이럴 때는 우유를 끊기만 해도 소화가 훨씬 나아지고 피부도 깨끗해진다. 특히 피부염이나 아토피가 있으면 우유 및 유제품은 물론 달걀도 먹으면 안 된다.
또한 나이 먹을수록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해서 단백질 파우더를 먹는데, 이런 가루음식이 위장에 부담이 된다고 한다. 분말이라 소화가 더 잘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공복에 가루음식이 들어가면 위장이 자극을 받아 더부룩하고 무거워진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습담이 쌓인다고 표현한다. 밀가루 음식도 같은 맥락에서 위장에 부담을 준다. 어쩐지 라면을 먹고 나면 속이 안 좋더라니... 건강식으로 여겼던 파우더보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 훨씬 더 위장에 좋다.
체했을 때 보통 손끝을 따지만, 나는 아프고 무서워서 손끝을 해 본 적은 없고 그냥 소화제를 먹었다. 하지만 체했을 때는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명치에서 배꼽 사이를 손으로 천천히 눌러 아픈 부위를 찾아 살살 마사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한다. 체했을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위장으로 혈류가 몰려 말단의 순환이 떨어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걸으면 반복적인 관절 손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걷기 운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골반의 정렬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추나 치료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추나(推拿)치료는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밀고(推) 당겨서(拿) 비뚤어진 뼈와 관절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단순히 뼈를 맞추는 게 아니라, 틀어진 근육의 긴장을 풀고,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골반이 바로 잡히면, 걸음걸이도 바르게 돌아오고, 몸의 피로도 덜 쌓이며, 통증도 점차 사라진다.
운동하면 무릎이 튼튼해진다고 하지만, 무릎이나 골반 정렬이 틀어진 상태로 운동하면 오히려 잘못된 구조를 더 강화시켜 무릎은 더 빠르게 손상된다. 그래서 치료의 시작은 근육 강화가 아니라, 근육의 균형을 잡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병원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내 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냥 참고 넘기지 말고 한 번쯤 한의원의 문을 두드려 보자. 우리 몸은 언제나 회복하고 싶어 하고, 그 역할을 한약이 도와줄 수 있다. 회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p.40 "한의학은 몸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