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태국 여행을 10배 재밌게 만들어 주는 책 - 뻔한 태국 여행은 그만
김정욱 지음 / 상상의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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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출의 탈을 쓰고 있지만 철저히 인생의 저축이 되는 일,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유명한 곳을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 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근본부터 완전히 바꾸어 놓은 고마운 책이다. 표지에 있는 말, 뻔한 태국 여행은 그만이라는 말은 나처럼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고, 쇼핑하고 오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말이다.

그 뻔한 여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나름 추억이 있고 행복이 있다. 그런데 보다 깊은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당신의 태국 여행을 10배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란 작가님의 20여 년간에 걸친 태국 여행을 통해 태국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왜 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또다시 태국을 오가며 일일이 직접 갤럭시 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구성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관광명소 사진도 있지만, 뻔한 장소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이 아니고서는 알려줄 수 없는 특이한 곳을 많이 알려준다. 일례로 방콕 시내에 위치한 '짐 톰슨 하우스'나 '국립 방콕 박물관' 같은 곳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의외로 잘 가지 않는다고 하니 여유로운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사뭇쁘라깐'을 아시는지? 우리나라 4호선 끝자락인 '오이도역'에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듯 방콕에서 BTS를 타고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나는 왜 방탄소년단이 태국에 갔나 싶었다는. 찾아보니 방콕 수도권과 근교를 잇는 도시철도를 BTS라고 했다.

BTS รถไฟฟ้าบีทีเอส, Bangkok Mass Transit System의 약자인데, 2025년 1월 기준, 일일권을 판매한다. 아침 일찍 구입하면 당일 내 몇 번이든 반복해서 탈 수 있다. '게하 역'으로 가면 역 가까이에 '사뭇쁘라깐 바다'가 펼쳐진다. 전망이 끝내주는 레스토랑도 많다. 책에 있는 레스토랑도 너무 낭만적이다.

태국을 사랑하는 저자가 태국의 여러 도시를 다니고, 머물며, 경험했던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색다르기도 한 에피소드들도 재밌다. 나무 옆에 웬 여자 옷인가 했더니 나무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양주 킵 해놓은 것인 줄 알았더니, 오토바이 주유용 휘발유 병이었다. 태국이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라인 것도 처음 알았다. 게다가 '도입살길 천호필달'이라는 한국인도 모르는 한글 사진은 어떻게 찍으신 건지?

저자가 태국어를 처음 공부할 때는 분명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배웠기에 태국에도 4계절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국의 계절은 여름과 더운 여름 그리고 정말 미치게 더운 여름 이렇게 3계절이다. 한 마디로 태국은 그냥 사계절이 덥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나는 알 수 없는 태국 역의 비유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으로 비유를 해 주셔서 이해도를 확 높여버리신 저자님의 센스가 너무 맘에 든다. 첫 부분에 나오는 열차표 사건이다. 서울역에서 대전역을 가는 사람이 부산행을 끊었다. 가만있으면 대전역을 가는데 깜짝 놀라 수원역에 내려서 중도에 표를 바꾸었다. 딱 이런 상황이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대전에 사는데 수원에서 열차를 잘못 탔다. 중간에 천안에서 내려서 조금 기다렸다가 다음 열차를 타면 되는데 당황한 나머지 이상한 곳에 내려서 다시 네이버 지도로 경로 검색해서 한참만에 돌아서 대전에 왔다. 그래도 워낙 지도도 잘 되어 있고 내 위치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라고 방향까지 알려줘서 참 감사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서울역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타는 거 맞냐고 물어본 학생들도 생각난다. 내 표를 보여주니 수원역이 아니라 서울역을 간다는 것이다. 서로 타는 곳이 틀릴 거란다. 그래서 수원역 다음이 영등포역이고, 그다음이 서울역이라고 여기서 같이 타면 된다고 알려줬다. 언어도 잘 통하는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젠 태국에서도 휴대폰과 한국 신용카드로 기차표를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심지어 침대 자리 지정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실수도 있고 사람 사는 재미도 있었던 옛날이 왜 그립게 느껴지냐고 묻는다.

나는 어문계열을 나와서 그런지 유독 언어에 관심이 많다. 태국어도 한번 배우고 싶었지만 성조가 5개나 된다고 하고 글씨도 도저히 내가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배울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자음이 42개라서 핸드폰에 있는 키보드가 두 판이라는 것이다. 시프트 위치에 있는 위로된 화살표를 누르면 새로운 자음판이 또 나온다. 정말 태국어 하시는 분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1월 2월 이런 식으로 월을 말할 때 숫자를 쓰는데 태국에서는 모든 달을 숫자를 안 쓰고 태국어로 쓴다. 그래서 자기들도 헷갈려 한다고 한다. 나도 검색을 해서 태국 글자를 한번 접해봤는데 눈이 뱅뱅 돈다. 1월 มกราคม (마카라콤), 2월 กุมภาพันธ์ (꿈파판), 3월 มีนาคม (미나콤)...@@...

저자는 월 이름이 별자리에서 유래한 것을 알게 된다. 복잡해 보이고 생소한 철자들 속에서 질서와 숨겨진 철학을 발견하는 순간 복잡함에서 기인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뭔가를 이해했다는 뿌듯함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으니, 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철학자가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태국을 떠올리면 태국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아닌데 돌아보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환한 웃음을 웃어 주고, 어려운 일은 자기 일처럼 기꺼이 도와주고 안심시켜 주었던 넉넉한 마음의 모든 태국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p.287)

이 책을 읽으니 '여행 작가'가 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태국 아저씨에게 100번 젓는 믹스커피 비법을 배우는 장면도 그렇게 행복해 보인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일상을 이렇게 아름다운 글로 풀어내는 일, 읽는 사람도 함께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 작가님께 이 책 덕분에, 태국 가면 남들과 다른 일정으로 보다 많은 행복을 담아오겠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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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 - 국가대표 무릎 주치의 김진구 교수의 메디컬 에세이
김진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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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의 발전은 낡은 것과 새것의 충돌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금은 왜곡된 '보수'라는 단어가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강직함과 정직함, 새로운 세대를 포용하고 존경받는 단어가 되기를 희망하며. 간절히... (p.236)

<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은 의욕이 없는 분,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다. 김진구 선생님은, 이렇게 산 사람도 있구나 하며 흥미롭게 들여다봐주면 좋겠다고 하신다. 에세이 집을 소설책처럼 읽다가 멈춰 생각했다가 다시 읽기의 과정을 반복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과정을 서점에서 읽었다고 상상해 보았다.

내가 서점에 가서 무심코 책을 펴 읽기 시작한다. 재밌어서 빠져든다. 드라마에 나올 듯한 응급상황에서는 지금 그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맘이 급해져 막 빨리 읽는다. 음악을 들으며 수술하는 장면을 읽으면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환자가 결국 죽음을 택한 장면에서는 함께 마음이 아파진다.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따라서 울고 있다. 결국 책장을 덮고 이건 나 혼자 읽을 수 없다며 들고나온다.

내가 죽음을 택한 환자의 소식에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것을 Sympathy(동정, 연민)라고 한다. 감동적인 이야기에 따라 우는 건 Empathy(공감)이다. 만약 의사가 환자에 대해 동정심을 갖는다면 불쌍하고 딱해서 내가 어떻게 해서든 꼭 고쳐주고 싶다. 수술이 잘 되면 자랑스럽다. 내가 의사라는 우월감도 느낀다. 그러다가 못 고치면 스스로 자책한다. 그런데 만약 의사가 공감을 한다면 어떨까?

환자의 아픔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의사 역시 사람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환자의 완치는 스스로의 노력과 보호자의 정성 또는 신의 은총 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내가 고쳤다는 사실은 자랑이 아닌, 내가 내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자긍심이 남는다.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가 안 좋아도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더 연구하고 노력하게 된다.

선생님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전문가나 최고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돌팔이라는 말을 일부러 더 가져다 썼다고 한다. 나는 고작 돌팔이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교만해 지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인간적으로 환자에게 다가가 어떻게든 환자 앞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돌팔이라는 말에 진 빚이 참 많다.

나는 좋은 의사가 된다는 것에 대해 후배들에게 하는 당부 5가지가 참 좋아서 그것을 중심으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이제는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다. 그래서 이 당부는 꼭 의대생 뿐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빛나게 하는 당부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1. 외로운 사람들을 사회는 전문가라 부른다.

선생님은 하루 마지막에 하는 샤워만 자신을 위해서 하고 하루 세 번 이상 하는 나머지 샤워는 모두 환자들을 위해서 한다. 나를 믿고 내게 몸을 맡긴 환자들을 위한 배려다.

처음에는 너무 귀찮고 힘들었지만, 힘들수록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프로가 되기 위한 유일하고 혹독한 비밀이었다는. 그래서 프로는 디테일이 다르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2.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숨기지 마라.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연구실에 뼈와 무릎관절 모형을 사들여 수술 노트를 새로 작성한다. 교과서 반 페이지 분량이 네 장에 걸쳐 60 단계의 술기로 세분된다. 나는 술기(術技)라고 해서 기술의 오타인 줄 알았다. 의학 분야에서는 숙련된 기술을 술기라고 한다. 보통 기술이 아니라 어려운 기술이니까 강조해서 기술을 거꾸로 말한다고 기억하기로 했다.

손재주가 없다는 관용어인 all thumbs를 열 손가락이 다 굵고 짧은 엄지손가락이어도 어느 손가락보다 더 회전이 자유롭지 않냐며 초긍정 마인드를 보여주신다. 정말 엄지손가락을 잘 마사지하면 혈액순환도 잘 되고 잠도 잘 오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엄지손가락은 아주 쓸모 있는 손가락이다.

이런 긍정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어딜 가나 진상은 꼭 있다. 진상을 순화해서 블랙 컨슈머라고 한다. 악성 소비자라는 뜻이다. 병원에서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선생님은 "나는 의사가 아니라 호텔 지배인이다. 지배인은 고객과 싸우지 않는다"라며 그때마다 스스로를 세뇌했다.

어떤 환자분이 인터넷에 비방글을 올려 속수무책으로 당한 일이 있었다. 선생님은 무책임한 글로 매도당하면서 덕분에 내가 인터넷 스타가 되겠다고 하셨지만 진실이 왜곡되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이 얼마나 애가 탔을까...

그래서 앞으로는 환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더 상세하고 친절히 설명하고, 환자의 궁금증에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 홈페이지에 비밀 게시판을 만들어 이런 블랙 컨슈머들이 실컷 불만을 올릴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 모든 불만은 직원이 아닌 이 게시판에 올려야 접수가 된다고 하면, 직원들도 좀 편해지고 게시판에 실컷 불만을 적다 보면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3.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선생님은 수술을 할 때 <레 미제라블> 하이라이트 17곡을 다운받아 틀어놓고 노래가 바뀔 때마다 수술 속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펠로우, 전공의, 간호사 등으로 이루어진 한 팀이 음악 덕분에 편안함과 긴장감이 적당히 어우러져 하루 수술 스케줄을 물 흐르듯 소화해낸다.

음악을 이용하니 수술팀들은 30분짜리 곡을 틀으면 탄성이 터지고 두 시간짜리 곡을 틀게 되면 수술이 복잡하고 까다로울 것이라는 예고라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명령이 아닌 배려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

나는 타이머를 이용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몇 분인지를 체크해서 그 음악이 끝나기 전에 숙제를 끝낸다던가, 그 음악이 끝나면 반드시 쉬어야 한다던가 하는 음악을 이용한 시간 관리법도 매우 유용한 팁이다.

슈만을 틀어달라는 소녀에게 슈렉은 안다고 하니 까르르 웃는다. 그 웃음으로 긴장을 풀고 소녀는 어려운 수술을 잘 마치고 재활도 잘 이겨냈다는 이야기. 일본의 와세다 대학이 세상에서 가장 센 대학인 것도 처음 알았다. 와~ 세~다!

4. Empathize! (공감하라)

나는 사기를 당해 본 적이 있어서 사기꾼이라는 말이 너무 싫다. 그런데 이 책으로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으면 웃게 되었다. 내 마음의 상처도 조금 치유된 느낌이랄까.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환자와 의료진의 사기를 높이려면 내가 먼저 수술팀의 사기를 올리는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 때문이다.

사기꾼이란 말이 나도 힘든데 모두의 사기를 위해 내 마음을 숨기고 에너지가 넘치는 척 기분 좋은 척 사기 친다는 뜻이기도 하고, 단순히 사기를 올려주는 사람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기 친 사기꾼은 덕분에 나는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독서를 시작하게 만들었으니 나의 사기를 올린 사기꾼 맞다.

진정한 사기꾼(?)은 김연경 선수였다고 한다. 그녀는 이야기를 할 때 남을 탓하는 걸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는 늘 남 탓만 하고 살았는데... 언제나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좌절을 기꺼이 감당해내려고 애썼던 그녀의 은퇴를 통해 그녀와 같은 멋진 사기꾼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응원한다.

이미현 선수가 친엄마를 만나고, 엄마는 자신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는 소식도 너무 기뻤다. 비록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야 했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이렇게 다시 만나 과거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나도 행복해진다.

5. 진실한가?

수술할 때 이렇게 저렇게 하지 말라고 떠드는 모든 것들은 지난 25년간 했던 실수들이라고 한다. 이 실수를 숨기지 않고 모두 밝히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진실한 것이다.

손재주가 없어 수술도 잘 못하던 사람이 구제불능 의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실수를 기록해서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있는 기술은 사체 해부실이든 모의 뼈 수술이든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연습했다. 모든 좋은 수술은 모든 실수에 대한 명료한 기억이다. 각 과정마다 실수한 것을 적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술기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노트를 달았다. 지금도 120여 단계의 Dr. Kim's Note를 가지고 있다.

논문을 심사할 때 교수님는 그 논문이 거짓말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지적할 체크 리스트가 70여 개나 준비되어 있다. 아들에게도 교수님께서 논문을 리젝트 할 때 왜 이 논문이 거짓인지를 반박할 체크리스트가 70가지가 넘는다고 했더니 아주 좋은 정보라며 좋아한다.

친구여 우리가 걸어온 길을 너무 특별하다고 여기지 말자는 말. 나 혼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는 알량한 자부심도 내려놓자는 말. 그리고 나 혼자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란 말에 그동안 쌓인 응어리가 다 풀려 버렸다.

수많은 이들의 도움과 연대가 있었으며 눈에 보이진 않아도 신의 가호와 선의가 나를 끌어주고 밀어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나 혼자 애써 버티며 살 수 있었던 건 누군가의 덕이었다. 나도 이렇게 세상을 넓게, 고맙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제는 우리가 길이 되자.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스스로가 길이 될 수 있다. 길이 되기 싫으면 응원하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그것도 함께 길이 되는 게 아닐까? 선생님의 모든 수술이 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듯 말이다.

선생님은 할아버지 무릎을 고쳐주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기증하여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환자를 고쳐주고, 건강을 되찾은 장기 이식 환자는 지친 내 마음을 고쳐주고, 돌고 도는 행복이란다. 이 맛에 오늘도 가운을 휘저으며 수술실과 진료실을 누빈다고. 받은 것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 때문에 힘든 고비를 숱하게 넘어올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시겠다며.

나도 선생님처럼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인 날이 좋으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하면 적당해서 모든 날이 다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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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커뮤니티는 리더십이 다르다 - 성공하는, 오래가는 커뮤니티의 비밀
조창오 지음 / 라온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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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더는 운영자가 아니다.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는 큐레이터다. 그리고 변화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6년간 운영해 왔던 독서 커뮤니티 덕분에 퇴사할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원하는 사업을 하며 살고 있는 저자의 운영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커뮤니티 리더뿐 아니라 처음 커뮤니티를 시작하려는 분,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조직과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은 리더들을 위해 썼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인 <잘 되는 커뮤니티는 리더십이 다르다>그대로 커뮤니티 부분과 리더십의 두 부분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았다. 어떤 게 성공한 커뮤니티일까? 커뮤니티가 오래가려면? 왜 구성원들이 한두 번 나오다가 말까? 성공적인 커뮤니티 리더란?

잘 되는 커뮤니티는?

이제는 학연, 지연, 혈연의 시대가 아니라 취향의 시대다. 잘 되는 커뮤니티는 독서나 주식 투자 공부 등 뚜렷한 목적과 철학이 있다. 커뮤니티는 각자의 절실함을 채워주어야 한다. 그래서 나한테 맞는 커뮤니티는 많지도 않고 찾기도 힘들다.

나도 일본어 스터디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몇 개월 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일어를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어를 배워서 일본어로 책을 읽으며 내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나눔까지 했더라면 지금도 하고 있을 듯?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가르칠 생각만 했지 애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구성원들도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훌륭한 커뮤니티를 만나면 이런 모임을 꼭 만들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 아직 나에게는 뚜렷한 목적과 철학을 가진 커뮤니티를 만나본 적이 없다. 만약약 훌륭한 커뮤니티 모임을 운영할 자신이 없다면, 운영자가 되기 전에 먼저 팔로워로서 내공을 쌓는 것도 좋다. 나의 취향과 관심사가 기반이 되는 커뮤니티는 만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울까.

기회는 사람으로부터 온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가? 저자는 독서 모임을 추천한다. 책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으로 읽어내는 것이라 다양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된다.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통해 위안을 얻으며 삶의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저자는 현재 100명이 넘는 '자유와 성장' 독서 모임이라는 자기 계발 커뮤니티를 6년째 운영 중이다. 이렇게 인기 있으면 확장해도 좋을 텐데 저자는 모임의 목적이 매우 뚜렷했다. 본인 스스로가 관계의 깊이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성향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참여자들에게 전달되었다. 당장 돈이 되지 않고, 앞으로도 돈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모임을 열게 된 목적과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었다. 목적이 흔들리지 않으면 돈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다. 운영하는 나와,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행복하면 그게 최고의 모임이다. 퍼스널 브랜딩도 커뮤니티도 본질은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운영의 핵심은 만족감과 의미다. 사람은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운다면 그것보다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더 빠른 길이 있을까? 저자는 대학생 때부터 여러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운영해 왔는데, 단순한 친목을 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함께 성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까?

그래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모임 참여자들이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발제문을 구성한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단체 토크 시간과 그룹 토크 시간을 분리했다. 또한 구성원들이 스스로 얘기하기 힘든 자랑거리 등을 대신 설명하며 그들이 빛날 수 있게 도왔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빛내는 커뮤니티는 절대 실패할 수 없다.

4장 이후로는 오래가는 커뮤니티의 비밀이다. 회비 운영, 지속성을 유지하는 법, 원칙과 시스템 구축하는 법,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법, 모임 날을 축제처럼 만들고, 모임 하기 전과 후가 달라지게 하는 법 그리고 6년간의 커뮤니티의 성장과 함게 진화하는 비전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리더십이 다르다?

내가 배울 사람들을 모을까? 아니면 내가 가르칠 사람들을 모을까? 나는 커뮤니티 리더는 한 분야에 정통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울 사람을 모은다니. 리더가 배우는 사람이어도 된다는 말이다. 나는 이제껏 내가 가르쳐야 할 사람을 모아야 하니, 리더는 전문가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고 싶어 하는 리더는 가르치고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성장하는 커뮤니티 중심에 사람을 연결하는 리더가 있었다. 구성원의 성장과 상호 연결을 도우며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니즈와 절실함을 충족시켜준다. 나는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효과적인 커뮤니티 유지법? 간단하다.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면 된다.

리더가 영향력이 있고 돈이 많으면 유리한 건 맞지만 저자는 둘 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좋은 분들을 나의 커뮤니티에 모시는 건 쉽지 않기에 진정성을 쌓아갔다. 시간은 걸렸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세상은 그렇게 외롭지 않다.

모두와 친해지려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저자가 좋은 인연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다. 선택과 집중. 나와 결이 맞고,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다.

좋은 인연을 오래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나의 꿈을 드러내는 것이다. 직장에서 내 꿈을 이야기하면 소문이 퍼질 수 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내 꿈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존중받을 수 있다. 내가 어떤 뜻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하면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만난다. 연결은 또 다른 연결을 이어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면, 그 진심은 반드시 돌아온다.

트레바리, 프립, 문토, 소모임이라는 앱들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넷플릭스를 보는 날엔 연희동에 가야 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된 커뮤니티 넷플 연가라는 곳도 알게 되었다.

커뮤니티 운영이 쉽지 않다고 솔직한 경험을 얘기하는 이 책을 읽으면 커뮤니티 운영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커뮤니티 한 번 만들어볼까?" 생각하는 분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멋있는 리더들이 더 많은 커뮤니티를 만들길 바란다. 건강한 커뮤니티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덜 외롭고, 더 행복해질 테니까.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커뮤니티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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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가 들려주는 산업 이야기 5 - 지정학과 경제 2 신용평가사가 들려주는 산업 이야기 5
김명수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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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몇 년간 기업 부채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부진한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만큼 부채 규모 관리와 생산성 개선을 통한 건전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신용평가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봤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나 회사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분이다. 간단히 내 신용점수 평가하는 분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게 나와 같은 개인이 아니고 회사가 되면 회사의 재산, 수입, 빚 등을 살펴야 하니 고난도 전문직이다.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신용등급으로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돈을 빌려줘도 될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 귀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런 분들 6분이 모여 이 <신용평가사가 들려주는 산업 이야기> 시리즈를 내게 되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이 산업 이야기 시리즈의 5번째 책이자 4권에 이은 '지정학과 경제 편'의 2번째 책이다.

1부에서는 4권에 이어서 지정학과 경제에 대한 것을 다룬다. 트럼프의 재등장과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2부에서는 PF 위기에서 촉발된 주요 신용평가 이슈와 신용리스크 관리를 다룬다. 나는 AI에게 단어 뜻을 물어보며 어려웠지만 재밌게 읽었다.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재사(Contemporary History)를 공부하는 느낌은 이 책이 처음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현재의 트렌드에 관한 것이어서 역사 공부를 한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뉴스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도 생각하게 됐다. 왜 블로그 이웃분이, 이 책을 1권부터 시리즈로 읽기 시작했는지 매우 공감되었다.

PF(Project Financing) 위기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위기를 말한다. 쇼핑센터를 짓는다고 하자. 큰 건물이니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 건물이 완성되면 그때 돈 갚기로 하고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이것을 'PF 대출'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게를 안 빌린다. 아파트도 안 산다. 이것이 '부동산 경기 침체'다. 그러면 돈이 부족해져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건물을 짓던 회사가 망할 수도 있고, 은행도 돈을 못 받으니 서로 불안해진다. 이것이 PF 위기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및 IT 전시회다. 나도 많이 들어봐서 CES는 알고 있었는데, COPMUTEX는 처음 들어봤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다. '컴퓨터 엑스포'를 줄인 말이다.

신용평가사로서 평가등급과 보고서에 담기 어려운 국제 정치 경제, 거시경제, 산업 동향 등을 다루는데 이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다른 세계 이야기 같았다. 나는 집에서 서평만 쓰니 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이 혼돈과 격변의 시대인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이런 거시적인 전망은 앞으로의 좌표를 찾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나와 같은 경제 하나도 모르는 분에게는 검색하는 시간이 책 읽는 시간보다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분들이나 경제 전문가, 투자하시는 분과 정치, 경제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책이다.

기한이익 상실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내가 친구에게 10만 원을 꿔주고, 친구는 만 원씩 10개월에 걸쳐 갚기로 했다. 그런데 5개월까진 잘 갚다가 6개월부터는 돈을 안 갚는 거다. 빨리 갚으라 했는데도 계속 미루기만 한다. 기한은 돈을 갚을 때까지의 기한인 10개월이다. 이익이란 10개월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이익이다. 그런데 이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나는 한꺼번에 남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침입을 막아낸 우리나라, 냉전시대에는 러시아 때문에 남북이 나누어졌지만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K-POP, K-드라마에 이어, K-뷰티와 패션 등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너무 자랑스럽다.

하지만 저자님의 말씀처럼, 중국, 일본, 러시아의 틈바구니 속에 산다는 것은 고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AI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반면, 동시에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때 생각을 바꿔서 녹색지구를 만드는 데 AI를 이용해서 국제적으로도 협력한다면 지속 가능하고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환경보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국제 정세도 같이 신경 쓰지 않으면 지구를 보호하기 전에 우리가 지구보다 더 힘들게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녹색 지구뿐 아니라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첫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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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유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 머니 파이프 라인 구축기
에디 지음 / 책세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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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시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쉬엄쉬엄해, 적당히 해가 아닌, 그래 한번 열심히 해봐. 그 길 끝까지 달려 보라는 말이었다.

이 책은 소유의 삶을 살게 된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자 재테크 팁까지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다. 저자는 열여덟 살에 히말라야를 등반했다. 소유의 삶을 결심하고 난 뒤의 과정이 정상을 향해 등반하던 그때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 표지에 등반 그림을 실었다고 한다.

소유의 삶을 결심하기 전, 저자는 돈보다는 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고 강남으로 출근할 때는 매우 행복했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붙었으니, 스스로도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된다. 이때만 해도 회사의 삶은 내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회사는 내 것이 아니다.

대기업 입사 4년 차, 뾰족한 스페셜리스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꿈을 향해 달려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연차가 쌓여 조직에서 상급 관리자로 승진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직을 해도 젊음을 바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높은 연봉을 받아도 삶의 질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내가 만약 대기업을 다닌다면 아마 은퇴까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만 생각했을 것이다. 직장인의 본질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처음 생각해 봤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게다가 본업 외에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하려고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읽고 공부한 것에 박수 👏

그러고 보니 월급쟁이 부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직장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의 일인데 나는 왜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에 다녀야 한다고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회사일에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경제적 독립은 멀어진다. 월급쟁이는 부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소속감이나 명예도 중요하다. 그래서 회사에 남는 분들의 선택도 존중한다. 삶에는 선택이 있을 뿐 정답은 없는 거니까.

우선 내가 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부업을 선택할 때는 시간이 갈수록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는 것을 택한다. 이 방향성만은 꼭 가져야 한다. 그래서 단순 배달이나 편의점 알바는 추천하지 않는다. 계속 직장인으로서 살 것이라면, 기업에서 하는 업무를 어떻게 축적의 삶으로 이어갈지 생각해 보자.

월급을 벌어서 저자처럼 시드 머니를 마련하고 부업이 월급을 뛰어넘으면 그때 회사를 그만두는 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든 가장 낮은 신분에 속했다. 그래서 노동자에서 생산자로 관점을 바꾸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서른에 집부터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부동산 매수 실패 경험 이후 생애 첫 집을 마련하고, 두 번째 주택을 소유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무인점포 오픈 과정과 필요한 돈, 그리고 전세 레버리지 투자할 때 주의할 점 등은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퇴사 전 3개월 동안 기존 월급의 두 배 이상을 벌게 되었고, 정부 지원 사업 합격도 퇴사 생각의 불씨가 되었다. 회사를 나오면서 몇 가지 다짐을 한다. 돈으로 동기 부여를 얻는 방식인 '돈기부여' 대신 삶의 원칙과 본질에 집중하기로. 예를 들면 식당은 신선한 식재료와 음식 맛,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과 같은 것이다.

무인 매장을 창업하고, 월세 수익 만들기, 잔금 대출 및 소유권 이전 절차,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서 온라인 건물주가 되는 자세한 정보까지 나와 있다. 재미와 정보를 한 권에 담은 느낌이었다.

글쓰기를 습관화하는 방법을 관심 있게 보았다. 내가 책 읽기를 아주 싫어해서 억지로 책을 읽어야만 하는 환경인 서평단을 하고 있다. 마감일이 임박해오면 어쩔 수 없이 읽게 된다. 이런 환경 설정은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특히 저자의 가장 작은 도미노 조각인 블로그 글쓰기와 다른 플랫폼에 관한 팁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이 없다면, 자유조차 없다. 이후 경제적 자유와 자립을 목표로, 여러 자산을 소유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 1차 목표를 달성했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저자 역시 최선을 다해 사회에 보탬이 되기로 다짐한다. 저자에게는 '삶이란 나의 신념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힘을 덜어내야 멀리 갈 수 있다. 부록에 있는 '변화를 꿈꾸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도 참 좋다. 그중에서 용기를 얻는 법은 용기를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블로그 친구라도 나를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저자는 넷플에서 <오스만 제국의 꿈>을 재밌게 봤는데 거기서 21살인 술탄의 결정을 양어머니 단 한 사람만 지지해 줬다고 한다. 다들 젊은 술탄의 꿈을 비웃는데도 정신적인 지주였던 양어머니만은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그 응원의 힘으로 술탄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해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그래서 나도 저자처럼 소유의 삶을 결심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인생의 어떠한 순간에서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p.6,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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