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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 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고 안전한 한강을 위해 희생되신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한강에 있는 다리와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성수대교 붕괴 사건으로 제정된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안전한 통행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사고 이후 한강의 모든 다리에 정밀 안전 진단을 시행했고, 유지관리라는 개념이 등장해서 더 이상의 사고는 없었던 것이다.
한남 대교 이야기 중에 소양강댐이 한강 수위를 조절하여 강남 지역을 대도시로 변모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때 강줄기 흐름을 바꾸고 산을 헐어야 하는 어려운 공사를 하다가 공사 중 37명의 기술자와 근로자가 작업 현장에서 순직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수도권에 살면서 집이 한 번도 물에 잠긴 적이 없다면 이분들의 희생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안전 뒤에는 이런 희생이 있었다.
우리는 한강에 대해서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그냥 있나 보다 했지 느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한강도 다리도 진심으로 느껴진다. 굳이 왜 느껴야 하냐고? 우리나라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내가 한국인인 것이 참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국의 템즈강과 파리의 센 강은 우리나라의 안양천 또는 분당에 있는 탄천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강이었다. 그에 비하면 한강은 1킬로미터 이상의 강폭을 가진 거의 바다인 셈. 그래서 강 바람이 센 거였다. 바다처럼 큰 강이어서.
다리를 떠나 남산이랑 관악산 우면산 정도만 알고 있던 나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인왕산, 청계산, 아차산 등도 모두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에 이렇게 많은 산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전주 한옥마을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 북한산 한옥 마을도 있었다.
비봉의 진흥왕 순수비에서 서울이 가장 잘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여기는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보니 정말 서울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대중교통으로 다리를 관람하는 법이었다.
1. 양화대교
한강 최초의 다리가 한강 철교라면 우리나라의 기술로 지은 최초의 다리는 양화대교다. 다리 이름은 몰랐지만 잠두봉의 순교자 박물관은 오다 가다 많이 봤던 것 같다. 누에가 머리를 든 모습과 비슷해서 잠두봉이다. 머리가 잘리는 산이라는 뜻의 '절두산'이라고도 한다. 그저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이렇게 쉽게 죽여도 되었던 가슴 아픈 흔적이다.
합정역 7번 출구로 나가 한강 방향으로 가면 절두산과 순교자 박물관이 있는 양화진으로 갈 수 있다. 선유교를 건너면 양화한강공원으로 가게 된다. 9호선 선유도역에서 걸어왔으면 이 다리를 통해 선유도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알려주는 가이드북 역할도 톡톡히 한다.
2. 원효대교
영화 <괴물>에서 한강 어딘가의 콘크리트 터널 같은 공간이 원효대교 북단에 위치해 있다. 원효대교의 이름은 원효로에서 따왔고, 원효는 원효(元曉) 대사에서 따왔다. 효창공원에는 원효대사의 동상도 있고 백범 김구 선생의 묘와 기념관까지 있다는 것을 나만 지금 안 건가? 원효대사가 괴물을 때려잡는 원효대교.
원효대교는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고,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한강공원 주차 사이트에서 주차장 상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에디스톤 등대에 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렇게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3. 한강 철교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처음 놓인 것이 한강 철교다. 철도가 지나는 다리를 철교라고 하고 철로 만든 다리도 철교라고 한다. 한강 철교는 제1철교에서 제4철교의 4개가 있는데 9호선 노들역 1번 출구로 나와 사육신 역사 공원으로 가면 한강철교를 볼 수 있는 우수 조망명소라는 전망대가 있다.
노들역에서 건널목을 건너 노들나루공원을 대각선으로 질러가면 한강대교 입구의 사거리가 나온다. 이 입구의 왼쪽으로 자전거와 사람들이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같이 있다니, 나도 한강 변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 한강 철교를 느끼고 싶다면 노량진역에서 1호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가면 된다. 급행을 타면 제1철교와 제2철교를 이용해서 한강을 건너볼 수 있다.
강철왕 카네기를 아시는지? 나는 카네기란 사람이 강철처럼 굳세게 뭔가 인생에서 이뤄낸 사람이어서 위인전에 나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철강회사를 만들어서 강철왕이라고 한다. 초딩 때 들었던 강철왕의 뜻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회사 이름은 바뀌었지만 본사는 피츠버그에 있고, 미식축구팀 이름도 스틸러스다.
한강철교와 에펠탑은 같은 트러스 구조로 만들어졌다. 책에는 이 구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나는 한강 철교를 지날 일이 있으면 이 다리가 에펠탑과 같은 츄러스 구조로 되어있다고만 기억하겠다. 츄러스나 트러스나 발음이 비슷하니깐.
서울 함 공원도 특이하다. 성산대교 북단에 퇴역 군함과 잠수함을 전시하는데 아이들뿐 아니고 어른도 가면 이색적인 볼거리라 재밌을 것 같다.
4. 한강 대교
옛날에 한강에 다리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건넜을까? 배 타고 건넜겠지? 그런데 정조는 배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배를 강에 엄청 많이 띄우고 그 위에 판자를 연결하면 배다리가 된다. 어찌 이런 생각을?
그러면 물속에 어떻게 교각을 만들었을까? 교각(橋脚)은 다리를 받치는 다리, 즉 기둥을 말한다. 위아래가 뚫린 양동이를 모래사장에 세우는 것으로 비유를 해 주시니 이해가 쏙 되었다. 위아래가 뚫린 양동이를 케이슨이라고 한다. 케이스라고 생각해도 될 듯. 그래서 이런 공법을 오픈 케이슨 공법이라고 한다.
한강 대교는 제1한강교, 양화대교는 제2한강교, 한남 대교는 제3한강교라고 불렀는데 1984년 한강 다리 이름을 일제히 바꾸면서 한강 대교가 되었다. 현재 한강대교는 1930년대와 1980년대의 나이가 다른 쌍둥이 다리다.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로 나와 걸으면 노량진 문화원과 노량진 교회가 있고, 용이 달리고 봉이 날아드는 정자라는 뜻의 용양봉저정이 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에 가기 위해 한강을 배다리로 건너고 쉬던 행궁이다.
나는 용양봉저정 공원에서 블로거들이 찍은 사진으로 다리 사진을 보았다. 너무 멋있다! 하늘 전망대 조망점에서는 원효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가 보인다. 정말 아치 모양의 흰색 쌍둥이 다리네? 나도 어디 가서 이제 아는 척 좀 할 수 있겠다.
5. 반포 대교
반포대교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인 2층 구조의 다리다. 위를 반포대교라 하고 비 많이 오면 잠기는 아래쪽을 잠수교라고 한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보는 멋진 분수쇼를 하는 다리이기도 하다.
9호선 고속터미널 역 G2 출구는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반포 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360미터 길이의 지하 통로가 공공보행 통로로 개방되어 있다. 이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 곧바로 반포 한강공원에 도달할 수 있다. 통로 끝자락에 이르면 하얀 타일로 마감된 구간이 나오는데 여기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계단을 통해 한강공원으로 진입한다.
계단을 내려와 잠시 걸으면 장대한 반포 대교와 잠수교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 상류 쪽으로 걸으면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동작역에서 반포 한강공원까지 무료로 운행되는 한강 해치카 셔틀 정류장이 있다.
세빛 섬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튜브스터라고 배에서 식사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세빛 섬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튜브 스터에서 1시간에 55,000원이면 한강에서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 대신 튜브 스터?
6. 한남 대교
혜은이의 '제3한강교'라는 노래 제목이 한남대교다. 이 노래가 유행한 이후, 오렌지족이 등장했고,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가로수길 같은 상권이 탄생했다. 경기 남부에서 서울 시내로 가기 위해 빨간색 광역 버스를 타면 경부고속도로에서 나오자마자 왕복 12차로의 한강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 다리가 바로 한남대교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한남대교에서 남산타워가 보이고 아 서울에 도착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남산 1호 터널을 지나면 명동으로 진입한다. 이 다리 덕에 말죽거리는 땅값이 1년 사이 10배가 올랐지만 강남지역은 상습 침수지역이라 개발되기 어려웠다. 오늘날의 강남을 있게 한 것은 소양강댐 덕분이었다.
7. 성수 대교
수인 분당선 서울숲 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서울숲공원 정문이 나온다. 문화 예술공원,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 생태원의 특색 있는 4개의 구역으로 되어 있어 공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 식사를 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생태숲으로 가는 길에는 성수대교 북단 아래를 지나게 된다.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는 서울숲공원에서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울타리로 막혀 도보로 접근이 힘들다. 위령비조차 도보로 접근이 어려운 현실은 우리 사회가 그들의 희생과 교훈을 얼마나 쉽게 잊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이지만, 그 고통을 짐작하기조차 어렵지만 성수대교 붕괴로 희생되신 분들과 무학여고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의 죽음을 자책하며 생을 마감하신 부모님들을 추모하고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을 받으셨던 유가족 분들에게 책으로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작가님의 마음에 감동했다.
8. 올림픽 대교
올림픽 대교는 88 서울 올림픽을 영구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현상 공모를 시행하여 당선된 설계를 바탕으로 건설되었다. 주탑 꼭대기에 있는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윤동규 교수의 '영원한 불'이라는 작품이다. 이 조형물을 내려놓고 하강하던 헬기는 로터가 조형물과 부딪치며 추락했고, 조종사, 부조종사, 기관사 모두 현장에서 순직했다는 사실도 꼭 기억하자.
암사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한 암사종합시장이 있다. 여기서 간식을 사고 길을 건너 버스를 탄다. 340번, 3318번, 3324번 중 하나를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광나루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즈믄길나들목 가는 길이 나온다. 하류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천호대교 아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천호대교를 지나면 올림픽대교와 테크노마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이 펼쳐진다.
강변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테크노마트 9층 '하늘공원'에서는 올림픽대교를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블로그 사진을 보니 정말 올림픽 대로가 눈앞에서 쫙 펼쳐진다. 이곳 일몰이 장관이라고 하니 꼭 노을 시간에 갈 것.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 테크노마트 옆에는 이제 사라져 가는 포차 거리도 있다.
이렇게 8개의 다리를 중심으로 다리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등대 이야기, 댐 이야기, 경제 이야기, 사회 이야기 등 다리를 통해 서울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구경 하고 온 느낌이다. 나중에 시간 되면 이 책 한 권 들고 나도 한강 다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