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족은 선물이었다
정성교 지음 / 좋은땅 / 2025년 2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겹겹이 쌓인 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별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예쁘다.
이 책은 자연과 함께 걸으며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의 작지만 큰 실천 이야기다. 환경운동가이자 산을 오르며 청소하는 저자의 인스타그램에는 자연에서 거둬들인 우리들의 부끄러운 흔적들이 한 봉지 가득 담겨 있다. 이 봉지야말로 아름다운 자연을 다음 세대에 전하려는 사랑 그 자체가 아닐까?
이 책은 산 타는 남자 정성교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이다. 전작에서의 산과 함께하는 풍경은 그대로 두고, 이번에는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을 새겨 넣었다. <부족은 선물이었다> 그래서 더 많은 자연을 접하고 느낄 수 있었다. 부족했기에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 현재의 나는 자연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이 만들어 준 것임을 깨닫고,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이자 제일 큰 학교인 자연 속으로 출퇴근을 한다.
책에서 얻은 수익금을 자연에 기부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있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 산을 오르며 자연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이 확대되어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오른다. 우리가 이렇게 자연을 아끼면, 자연은 더 맑고 푸르른 공기를 선물해 주지 않으려나?
요새 공기질이 너무 나빠서 목이 매일 칼칼하고 아프다. 게다가 어제까지만 해도 패딩을 입었는데 갑자기 반팔을 입어야 할 지경이다. 이런 환경을 우리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전기랑 가스도 아끼고, 옷도 입던 옷 엔간하면 계속 입고, 쓰레기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 외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님처럼 아무나 오를 수 없는 등산 코스를 돌며 산에 있는 쓰레기를 치워내는 일도 있었다. 나는 등산이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막걸리 한잔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흥청망청 놀다가 버리고 간 쓰레기들은 작가님께서 모두 다 거두어 오신다. 나는 작가님의 이런 행동이 너무도 인상적이고 귀하고 아름다웠다. 어떻게 등산을 하시면서 쓰레기 주울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작가님 산행의 목적 자체가 쓰레기 줍기다. 건강은 자연이 덤으로 선물해 주지 않을까. 쓰레기를 줍기 위해 산을 오르기는 해도, 쓰레기를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작가님... 특히 담배꽁초 앞에서는 가슴이 철렁하셨단다. 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주주는 지구라는 파타고니아의 슬로건이 생각난다. 회사도 개인도 이렇게 자연을 위하는 마음들이 모인다면 이제 머지않아 다시 사계절을 느끼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천하는 한 사람의 힘이 두 사람을 만들고 그래서 공동체가 생기고 자연은 더 넓고 크게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사랑의 선순환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니, 어머님께서 해주셨다는 흑설탕을 묻힌 인절미 구이가 생각난다. 나는 내가 먹고 싶어가지고 이것을 누가 사업 아이템으로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릇노릇하게 즉석에서 인절미를 구워서 꿀도 찍어 먹고 흑설탕도 찍어 먹고, 콩고물도 묻혀 먹고, 꿀 찍어서 콩고물을 또 찍어 먹고 취향껏 인절미 구이를 즐기는 것이다. 너무너무 맛있을 거 같다.
이 인절미 구이 이야기에 대전역에서 파는 호떡 빵 생각이 났다. 호떡은 식으면 맛이 없는데 페이스트리로 되어 있고 안에 슈크림이 들어서 언제 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인절미를 즉석에서 구워서 먹을 수 있다면? <오징어 게임>이 옛날 놀이를 현재에 재현했듯 이 책 속에는 스타트업을 하실 분들의 추억의 소환 거리가 많이 나온다.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 다른 친구들이 소시지와 계란, 어묵 반찬을 싸올 때, 저자의 도시락에는 밥과 김치, 멸치뿐이었지만 한 번도 도시락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나만의 세상이 있고,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없어서 짜증이 나거나 투정과 불평이 가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 왔고 내가 만들어 갈 것에 대한 소중함. 이 소중함에 대한 반응이 더 커야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 남이 가진 것, 남이 누리는 것에 반응하는 것은 스스로 내 속에 억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처음 결혼했을 때 남들은, 내 친구들은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우리는, 나는으로 시작하니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게 되었다.
그런데도 친구들이 투자를 잘해서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는 말을 들으면 질투 난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책을 왜 읽나 싶다. 하지만 이때 자연을 생각해 보았다. 좁은 도시와 빌딩숲이 아닌,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넓은 자연 속에서는 강남 아파트 건 지방 월세방이건 똑같이, 건물이 아니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보인다.
자연과 가까이하면 철학자가 되나 보다. 길을 잘못 들거나 실수를 하면 자책하거나 주저앉아 있으면 안 된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렇게 자연을 통해 배우면서 스스로 나아져 간다는 것을 느낄 때 얼마나 뿌듯할까?
스스로의 만족이 반복될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 자존감의 비교 대상은 나 자신이 된다. 이렇게 계속 성장하면서 꾸준한 만족감을 느끼면 감사와 행복이 저절로 넘친다. 이렇게 풍요로운 삶은 자연이 가르쳐 준 내 안으로 걸어가는 길을 택했을 때 가능해지는 건 아닐까?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탓하지 않고 그저 자연을 숨 쉬게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좁은 길을 걷고 계신 작가님께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