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가
로버트 러프킨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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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사질환과 심장질환의 범인은 과당이다. 과당은 모든 가공식품과 가공 음료에 들어있다. 그리고 탄수화물도 당이다!

이 책은 의사이자 교수인 저자가 폭로하는 의료계의 거짓말 10가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놀란 것이 과당이었다. 과당이라니까 과일에 있는 좋은 당인 줄 알았는데...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것도 과당이다. 고과당 콘시럽을 쓴다고 한다. 이온음료에도 과당이 들어있었다.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를 먹이는 것은 담배를 피우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해롭다. 과당은 술처럼 간에서 분해되고 남은 것은 간에 저장된다. 지방간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아예 술을 입에 댄 적이 없는 사람도 지방간이 생긴다. 이런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과당연관지방간질환이라고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간 지방을 감소시킨다.

그래도 제로 칼로리는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다! 내가 영양정보를 보니 나트륨만 1%고 모두 0%였다! 처음엔 "이거 너무 좋은 음료인데?" 했다. 하지만 눈에 잘 안 보이는 원재료명을 봐야 한다. 거기 수크랄로스와 같은 인공 감미료가 있다. 수크랄로스는 열량도 당 성분도 없는데 인슐린 수치는 20%나 올린다.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당을 먹으려면 알룰로스로 대체하라고 한다. 0 칼로리란 말도 전부 상술이었다. 칼로리는 의미 없었다.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럼 밥은 좋은 먹거리일 것 같다. 가공식품이 아니니까.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은 꼭 먹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밥이 당덩어리라니...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이때 혈당을 낮추려고 인슐린이 나온다.

당은 우리 몸속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세포에 인슐린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당은 대사의 연쇄 작용으로 혈관뿐 아니라 뇌까지 망가뜨린다. 그래서 장기를 파괴하면 안 되니까 인슐린이 나와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간과 근육에 저장하려니 너무 창고가 좁다. 그래서 저장 창고가 넓은 배의 내장지방이나 피하지방으로 저장한다. 그러면 점점 뚱뚱해진다. 비상시에 써먹을라고 저장했는데 좀처럼 굶주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자당(蔗糖)은 처음 듣는다. 뭔가 했더니 사탕수수에서 얻은 당, 즉 설탕이 자당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1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당이기 때문에 비만과 충치는 물론 당뇨병을 유발한다. 많이 먹어서 뚱뚱한 것이 아니다.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 이유는 인슐린 때문이었다! 인슐린은 당뇨 환자가 맞는 주사인 줄로만 알았다.

무엇이 인슐린을 분비하게 할까? 음식이다! 특히 탄수화물이 원흉이다. 체중이 늘어나는 원인은 칼로리가 아닌 인슐린이었던 것. 앞으로 칼로리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과당과 탄수화물만 먹지 말자. 삼겹살집 가서 야채에 삼겹살만 먹고 오자. 밥만이라도 먹지 말자. 탄수화물은 안 먹어도 된다. 없으면 몸에서 만든다. 그때 배에 저장된 지방을 쓴다. 날씬해진다. 그래서 단백질과 지방 위주의 식사를 권한다.

인슐린이 하는 일이 열량을 지방으로 저장하라고 명령하는 거였다. 인슐린 건들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뚱뚱해지지 않는다. 쯔앙같은 먹방 여신들은 인슐린이 안 나와서 열량이 지방으로 저장되지 않는 것일지도?

고혈압도 다른 대사질환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스스로 자초한 병이다. 혈압이란 혈액을 우리 몸의 순환계를 거쳐 이동시키는 힘이다. 120/80mmHg(수은주밀리미터)가 정상이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데 고혈압과 당뇨가 결합하면 해마의 크기에 영향을 주어 치매에 걸릴 수 있다.

고혈압약은 지붕에 물이 새는데 바닥의 물을 닦는 수준이다. 그동안 지붕과 벽에는 누수 피해가 쌓인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물이 새는 부근 전체를 재건축해야 할 수도 있다. 혈압을 망치고 싶지 않으면? 알코올 소비와 가공식품 섭취를 줄인다. 이것은 만병통치약이나 마찬가지다.

고혈압 환자들은 짜게 먹지 말라고 하는데 소금이 우리 몸에서 과당을 만들어내도록 촉진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다. 소금이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내 별명은 우물이다. 속이 우물처럼 깊어서가 아니고, 하루 종일 뭘 계속 우물거리며 먹고 있어서 우물이다. 울 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넌 또 뭘 먹고 있냐로 시작했다. 이 책으로 이유를 알았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서 금방 배가 고팠던 것이다. 배가 고프니까 과자, 빵, 떡, 라면 등 또 탄수화물을 먹는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우물거렸다. 저자도 나와 똑같았다고 한다.

저자의 영양사 어머니는 하루에 조금씩 6~8끼를 먹으라고 하셨다. 나도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은 줄 알았다. 잘못 알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한두 끼를 많이 먹으면 조금씩 자주 먹을 때보다 건강하고 더 날씬해진다. 저자는 이제 일주일에 6~8끼를 배부르게 먹는다. 더 건강해졌고 더 이상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게 되었다.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면 핏속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심장질환의 발병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LDL 수치가 아니라 동맥에 있는 석회화된 죽상반이 주요 위험 요인이었다. LDL 수치와 죽상반은 관련이 없다. 스타틴은 거의 무의미한 약물이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스타틴 약물 대신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치료할 수 있다.

유익성을 과장하는 방식이 의약품 마케팅의 주된 수단이다. 스타틴도 이런 방식으로 판매된다. 스타틴은 근육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암, 백내장, 당뇨병, 인지 기능 장애의 발병률과도 관련이 있다. 심장발작의 위험을 가장 확실하게 예측해 주는 지표는 개인의 LDL수치가 아닌 대사질환이다. 심장질환의 원흉은 과당이다!

알츠하이머, 심장병, 당뇨병, 관절염은 수십 년간 별개의 질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질환들은 모두 대사이상이다. 대사는 낡은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기고, 호흡하고 노폐물이 배출되는 끊임없이 갱신되는 과정이다.

알츠하이머, 심장병, 당뇨병 셋 다 대사성 질환이다. 알츠하이머의 원인도 당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인슐린은 기억과 학습을 포함한 기초 과업도 수행한다. 그래서 정신질환도 당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당뇨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은 25%나 된다.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비만보다 당뇨가 먼저 찾아온다.

알츠하이머병이 공격하는 곳은 뇌다. 뇌를 망가트리는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반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약물이 알츠하이머병을 늦추거나 다스리진 못했다. 게다가 아밀로이드 베타반이 없더라도 신경 손상을 입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다.

당뇨가 있는 사람 중 70%가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 결국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요인 한 가지 때문에 생기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병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심장병처럼 신체에 생기는 여러 문제를 함께 다루며 다각도로 치료해야 한다. 병의 뿌리인 대사 문제를 다스려야 비로소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단식은 우리 몸의 건강한 대사 활동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너무 힘드니까 간헐적 단식을 권한다. 최소 12시간 간헐적 단식과 음식 섭취 시간을 짧게 제한한다. 나도 간헐적 단식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살이 더 이상 안 빠졌다.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자주 먹어서 그렇다. 그리고 수면의 질과 스트레스도 영향을 준다. 마음 편히 내가 스트레스 안 받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시작하자. 아예 신경 쓰지 않았던 것보다 훨씬 건강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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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만 한다면 우리는 죽을 수 있다 - 페소아의 내면보고서 러너스북 Runner’s Book 2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이준혁 편역 / 고유명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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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이 너무 많네요. 책도 가볍고 LP판에 들어있는 가사처럼 책 내용이 한 장으로 되어 있는 부록도 넘 맘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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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aker 관여자
이문기 지음 / 좋은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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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지?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지막히 들려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마음속 울림 같기도 했고 근방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기도 했다. 목소리에게 어떻게 자연의 이치를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나를 가르치냐고,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냐고 물으니 순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은 순응한다. (p.100)

이 책은 소설가 이문기 집사님의 경험을 토대로 한 논픽션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정민이고 남편은 윤성이다. 두 번의 사고에서 살아난 정민은 결국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하는데,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 정민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환상과 찬양과 신앙으로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존재에 대한 물음은 아직까지 정답이 없다.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왔다면 무엇을 하기 위해 왔는지, 나는 어떤 목적을 갖고 살고 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김상용 시인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구절인 '왜 사냐건 웃지요' 인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답은 각자의 몫.

<관여자>라는 제목을 보고, 알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해, 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관여나 참견 또는 개입이라는 말은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 그래서 관여자라는 제목을 보고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을 지칭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 인생에 관여를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대자인 '관여자 하나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이 관여하면 기분 나쁜데 왜 절대자의 개입은 괜찮을까? 아마도 우리가 우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피조물의 입장이니 말이다. 그래서 자식에게도 관여하면 안된다. 나는 자식을 낳았지 내가 창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은 아끼고 사랑하면 된다.

나도 잠깐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다. 어떤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가사가 생각난다. 아주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신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내 머리카락 개수까지 알고 계신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 있는데,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내 아픔을 헤아려 주신다면 나는 하나님을 믿을 것이다. 내가 죽을 병에 걸렸는데 하나님을 믿어야 살 수 있다면 당연히 믿을 것이다.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으면 그 어떤 약보다 낫다.

나는 모든 종교와 양자역학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양자역학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무식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은 양해를 바란다. 양자역학과 끌어당김의 법칙과 하나님도 같은 것이 아닐까? 종교에서 말하는 것도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겨자씨만 한 믿음을 강조하셨다.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으면 하나님이 계신 것이다. 안 믿으면 없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정민의 신비한 체험이 스스로를 살린 소중한 종교적 체험이자 하나님의 도움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방언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처럼 정민의 신비한 체험을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체험은 정민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목사님께서 집으로 오신 날 정민은 마치 예수님이 목사님 모습에 겹쳐 보인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얼마나 황홀하고 신비로웠을까 참 행복했겠다 생각하면 진실이 된다. 적어도 정민과 나에게는 진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예수님이 아닐까.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나도 내 주위의 모든 사람도 예수님처럼 귀하고 소중히 대하라는 뜻 같다. 정민이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은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정민은 그 사랑을 다시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어 주게 될 것이다. 그럼 그 도움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정민 역시 사람의 모습을 한 예수님으로 비치지 않을까?

나는 누구인가?

관여자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이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에 순응하며 잠깐 지구별 여행을 하다 떠나는 여행자이다.

정민은 남편 윤성과 함께 강원도 여행 중에 차가 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차도 사람도 다친 데는 없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정민은 하나님의 도우심이라고 말한다.

차를 몰고 나갔는데 갑자기 돌풍에 송판 조각이 날라왔다. 피할 수도 없는 상황. 다행히 송판 조각이 범퍼에 박혀 다치지 않았다. 정민은 자신의 몸속에도 송판 조각이 박혀 있음을 깨닫는다. 침묵하는 하늘이 알 수 없는 의미를 담고 내려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좋아하는 볼링도 못 치게 되었다. 집안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열등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있어야 의욕이 생기는데, 왜 밥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허망하다. 지친 그녀는 절대적인 신의 존재 앞에 나약한 자신을 인정하며 외친다. "살려 주세요, 하나님!"

검사 결과 종양은 아니었지만 네 군데의 디스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어그러져 있었다. 그때 옛날 같은 동네에 살던 윤희선이라는 친구를 만난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때가 되니 우리를 만나게 해 주신거랬다. 정민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믿고 싶었고, 교회 나가면 병이 낫는다는 말에 그녀를 따라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작은 교회에도 하나님의 손길이 미칠까 염려했던 정민. 주일예배 때 꿈에서 본 광경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남편이 신문사를 퇴직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큰오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경황이 없는 중에 은행에서 온 우편물은 이자가 3개월이 밀렸다는 내용이었고 집에서 쫓겨난다. 결국 교회 분들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찬양과 예배로 상처 나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달래며 버텼다. 그러나 교회를 벗어나면 여전히 마음이 아렸다.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 공감이 갔다.

동해 여행 중 사고에서 목숨을 건져 주시고, 강변북로 낙하물 사고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인생의 관여자로 정민의 생명을 지켜주셨다. 다양한 환상 체험으로 정민의 영혼까지 관여하시는 하나님. 남편의 이중 대출로 집에서 쫓겨났을 때, 하나님은 고난 중에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 인생에 관여하고 계심을 알게 된다.

정민은 하나님의 관여하심에 감사하며 영적으로 성숙해 간다. 어느 날, 긴 병마 앞에 나약해진 아버지가 식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것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앓아서 짜증 나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하나님과 만나며 정민은 아버지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우셨을지 헤아리지 못한 것이 너무도 죄송했다. 어쩌면 이런 안쓰러움과 미안한 마음은 관여자 하나님께서 주신 치유의 묘약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남은 날들은 정민과 관여자 하나님과의 행복한 동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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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국어회화
이재연.랭귀지아트 어학연구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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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왔다가 귀국합니다. (来旅行后回国)

'지식과 감성' 출판사에서 나온 <여행 중국어 회화>는 중국어 중급자 이상을 위한 책이다. 중국어 병음은 표기되어 있지만, 음성 듣기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간단한 여행 중국어 회화는 블로그나 기초 여행 회화 책을 참고하시길. 책 속 한 줄은 우리 인생의 여행 목적을 묻는 것 같아서 여행 왔다가 귀국합니다는 표현을 골라 보았다.

본문은 출국에서 귀국까지 다양한 상황에 필요한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12개의 주제는 출국 → 기내 → 도착 → 교통 → 호텔 → 식사 → 관광 → 엔터테인먼트 → 쇼핑 → 편의시설 →문제 발생 → 귀국이다.

12개의 각 챕터는 주제 별로 8개의 상황이나 장소가 설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문제 발생이라는 주제에는 의사소통, 실종, 도난, 분실, 병원, 약국, 차 고장, 교통사고의 8가지 구체적인 상황이 나온다. 마지막 귀국이라는 주제를 보면, 공항 이동, 공항 로비, 발권, 보안 검색, 출국 심사, 면세점, 탑승, 세관신고의 8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핵심 패턴을 연습하는 회화가 실려있다.

상대방의 다양한 질문과 대답에 대한 나의 답변과 궁금한 점을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표현들이 나온다. 각 상황에 맞게 어떻게 답하면 되는지 모범 패턴을 알려준다. 회색 부분은 상대방의 질문이나 표현이고 핑크색 부분은 내가 표현하는 부분이다.

각 장의 맨 앞에는 필수 패턴 실력 테스트가 실려있다. 한국어만 보고 중국어로 말해본 다음 헷갈리거나 모르는 표현을 체크하고 그 패턴을 본문에서 찾아서 연습해 보면 효과적이다.

본문에서 상대방의 표현은 회색 동그라미 ①, ②, ③으로 나와 있고, 내가 하게 되는 표현은 빨간색 동그라미 ①, ②, ③으로 나와 있다.


일례로 공항 로비에서의 회화를 보면

근처에 편의점이 있나요?

请问 ③这附近有便利店?

저쪽 약국 근처에 있습니다.

那边的药店附近就有一家便利店。

이렇게 핵심 패턴이 들어간 문장이 대화 속에 표시되어 있다.

이 패턴에 화장실, 환전소, 안내 데스크 등 필요한 장소만 넣어서 말하면 된다.

내가 꼭 필요하거나 약한 표현들을 쭉 읽어 가면서 정리한 다음 여행 전에 외워가면 좋을 듯.

다양한 상황에서 파파고를 이용해도 좋지만 중국어를 배운 분이라면 간단한 표현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직접 써 보는 것이 연습도 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하철 탈 때도 공항처럼 보안 검색을 한다. 흉기나 라이터 같은 위험한 물건이 없나 검색하는 것 같다. 혹시 모르니 검색대의 공안(公安, 중국 경찰)이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과 답을 연습해 놓자.

지하철 앱을 다운로드해서 이용하면 중국어와 영문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한국 플레이스토어 말고 중국 본토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면 좀 더 다양한 앱들이 검색된다. 요즘은 핸드폰만 있으면 길 찾기 기능도 잘 되어 있어서 따라가기를 이용해 어떤 장소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나요?

您的包里②装了什么?

(단지) 제 개인 소지품입니다.

②只有一些私人物品。


호텔에서는 전망 좋은 방으로 부탁할 때, 영업시간 묻기, 계산 방법 등 급할 때는 필요한 상황을 찾아서 말하면 된다. 옆방이나 윗방이 시끄러워서 조용히 해 달라고 할 때는 프런트에 부탁해야 한다. 아파트에서도 층간 소음을 호소할 때 관리실에 부탁하는 것처럼.

식당 찾기, 한국 음식점, 식사와 디저트 주문, 패스트푸드점에서, 카페, 관광지, 박물관, 미술관, 사진촬영 가능한지, 놀이공원, 클럽, 영화관, 카지노 등등 다양한 상황별 회화가 실려있다.

옷, 신발, 화장품, 식료품, 전자제품, 기념품, 주류와 담배 쇼핑할 때의 자주 쓰는 표현 정리도 잘 되어있다. 이 책의 뒤표지를 보면 마치 중국어 발음표나 시간표같이 보이는 표가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차례이다. 12가지 카테고리 × 8가지 상황이나 장소별 회화 = 총 96가지 상황별 여행 중국어 회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중급자들을 위한 <여행 중국어 회화> 책 한 권으로 중국 여행을 할 때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오자. 위급 상황이나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되묻거나 따지기, 문제 제시하기 등의 표현도 미리 알고 가면 좋겠다.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 일정을 참고하여 이 책으로 중국어 회화를 연습하며 가면 당장 써먹어야 해서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올 것 같다.

旅行快乐。一路平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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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품격
오영훈 지음 / 좋은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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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은퇴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인생 리셋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생을 리셋 하라.

이 책은 품격 있는 은퇴에 관한 80일간의 에세이다. 하루에 하나씩 80일간 은퇴에 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남편의 은퇴를 대비해서 은퇴 남편 증후군으로부터 남편을 지켜주기 위해 읽게 되었다. 굳이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더라도 혼자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해 주면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 첫 은퇴를 스스로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은퇴의 품격>이라는 제목을 보고, 옛날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생각났다. 그중 "불혹이란 그 어떠한 일에도 의연하게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나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10년도 더 지난 드라마 대사를 기억한 것은 아니고 명대사 검색해 봤다. 그런데 꼭 불혹이 아니라도 은퇴를 생각한 적이 있다면 품격이란 말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품격이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에서 느껴지는 품위다. 한 사람이 가진 가치로 그 사람을 저절로 존경하고 싶게 만든다. 그렇다면 품격 있는 노년이란? 세계 여행을 다니며 골프를 즐기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며 즐겁게 늙어가는 것? 한 1년만 여행을 해보자.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소일거리로 여행을 하면 곧 흥미를 잃는다. 그럼 어떤 게 품격 있는 은퇴이고 노년일까?

80개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고독력이라고 보았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찾지 않아도 홀로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품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은퇴했으니 이젠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스스로 비하하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느긋하고 여유로운 품격이 생기진 않을 것 같다.

고독력(solitude)이란 홀로 있는 것을 감사하고 즐기는 힘이다. 홀로 있어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고독감(loneliness)이다. 고독감은 감정이다. 그래서 고독감에 빠지면 외롭고 우울해진다. 고독력은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이기에 조용히 홀로 내면과 마주한다. 고독력은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 고독력은 의식할수록 높아진다. 고독력이 높아지면 혼자서도 평화롭고 행복하다.

은퇴란 그동안 대인관계에서 피곤했던 심신을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쉬는 일이다. 고통스러운 순간과 좌절을 겪어오면서도 은퇴를 생각하는 날까지 건강히 잘 살아낸 자신에게 칭찬을 해 주는 시간이다. 이 고독력은 나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마음 상태다. 그래서 창조와 연결된다.

나이가 들수록 남들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학생 때는 공부하느라 바빴고, 취직해서는 일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퇴하면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에 할 일이 없어서 막막해진다. 이때 자기 자신과 마주하면 좋은데, 대부분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만 하다 결국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평온하게 머무르는 법을 몰라서 생겨난다고 했다. 인간은 할 일이 없어 지루해지면 명상에 잠긴다. 지루함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나타난다. 지루함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서 은퇴로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겼을 때 고독력을 키우며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새롭게 취미를 배우는 시간은 기초를 배우는데 1,000시간, 즐기는 데 3,000시간, 타인을 가르치는 데는 5,00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은퇴 이후 하루 3시간씩 5년 정도 하면 한 분야에 정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 피아노나 기타 같은 악기를 배워도 좋다. 은퇴 후에 처음 그림을 배워 화가가 된 사람도 있다. 무언가를 잘하게 되면 재미가 생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여가=돈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먹으면 돈이 있어야 여가 활동도 하고 아프면 치료도 마음껏 받고 실버타운도 들어갈 것 아닌가. 그래서 은퇴 준비가 돈 외에는 다른 게 또 있을까 싶었다. 돈 없이 은퇴하면 능력도 없는데 뭘 먹고 사나 걱정이 앞섰다. 취미 활동도 다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골프나 여행처럼 돈이 많이 들거나 동호회 활동이 많은 취미보다 돈이 적게 드는 취미를 택하라고 한다. 활동적인 취미와 정적인 취미를 둘 다 가질 것을 추천한다. 자전거 타기와 음악 감상, 사진 여행과 블로그 기록, 그림 그리기와 등산과 같은 조합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 독서도 공짜고 문화센터를 이용하면 배우는 데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찾아보면 은퇴 후에 많은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참 많구나 느꼈다.

독서도 좋은 취미다. 이시형 박사는 독서하는 시간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 없다고 한다. 저자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메모도 하고 내 의견도 적고 하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이 책의 저자는 발췌독을 즐겨 한다. 책에서 목차를 보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것이다. 그러다 한 테마가 생기면 그동안 기억해 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한꺼번에 섞어 읽고 거기서 떠오르는 생각을 원고로 정리한다.

독서와 같이 끊임없이 무언가 배우고 익히는 것이 뇌 노화 및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내가 잘하는 일이 있으면 재능 기부를 해도 좋다.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워서 가르쳐도 좋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100대 명산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식물들을 소개하는 분도 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식물을 검색하다가 어떤 분 블로그에 들렸는데 직접 찍은 사진까지 있어서 그 식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은 적이 꽤 많다. 일례로 핑크 뮬리를 처음 들어봐서 음료수인가 싶어서 검색을 했다. 사전으로만 읽었다면 벌써 잊어버릴 단어겠지만 아름다운 핑크빛으로 뒤덮인 자연 사진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세상에 이런 식물이 다 있었다니! 이분 역시 나에게 사진으로 핑크 뮬리를 가르쳐 주셨다.

나처럼 서평단을 할 수도 있고, 외국어에 관한 것이나 의학 지식을 올려도 좋고, 지역 방언, 향토 요리, 역사 등에 관한 것을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다. 핑크뮬리를 확실하게 알게 된 나처럼 누군가에게 한 사람에게라도 꼭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고 가르친다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부터 능동적이 된다. 그래서 공부할 때도 친구에게 가르쳐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나보다. 나는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아웃풋을 염두에 두면 더 집중해서 공부하게 된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그 위에 노는 놈이 있다. 노는 놈이 성공한다. 노는 놈이란 일을 즐기는 놈이다. 나는 인생 후반전은 어떤 일을 하든 놀이처럼 즐거움이 동반되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하는 일을 놀면서 즐기는 기분으로 만들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행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에너지가 바뀐다.

앞날이 불안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뎌 보자. 즐거운 일을 찾아 매일 한 걸음만 걷다 보면 설령 나중에 아무것도 못 되었더라도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행복으로 남지 않을까?


은퇴 남편 증후군(RHS: Retired Husband Syndrome)이란 회사만 알던 남편이 퇴직하고 몸과 마음의 병으로 부부간에 불화를 겪다가 심지어 이혼까지 당하는 현상이다. 저자 역시 일 중심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의 크는 모습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회사 인간이었다고 한다. 아빠와 남편으로서 행복함을 누릴 여유 없이 바쁘게만 살았다.

회사가 전부였는데 퇴직을 했다. 퇴직한 첫날 아침, 갈 곳이 없어져 버린 막막함. 이제 나의 존재감도 사라지고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내 신세가 처량하고 창피하다. 일하고 있는 사람은 다 능력 있어 보이는데, 나는 이제 무능력하다. 이렇게 퇴직은 배우자를 잃는 것과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은퇴 한 첫날부터 이제 회사 안 가도 되니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한다고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 년 내내 게임만 해보자. 행복할까? 결국 우울해지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게임만 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잠시 도피일 뿐 퇴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은 아니다.

그럼 퇴직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퇴직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수록 변화를 극복하기 쉽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은퇴에 관한 책도 읽으며, 어떻게 변화에 대처할 것인가 하는 기본 방침을 정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 이 공백기에 자신의 체험을 기록하는 것도 좋다. 내 기분이나 마음, 아이디어 등을 기록하고, 과거를 정리해 본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자연과 함께 회사와 가족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본다. 찾다가 못 찾으면 어릴 때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것,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이를 먹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다. 가능성을 좁힌다는 말은 자신의 한계를 알라는 말이 아니고 집중해야 할 목표를 좁히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평생 경리만 하던 사람이 월 할 수 있겠냐는 마음가짐으로는 이제까지의 자신을 버릴 수 없다.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보다 자신을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듣는 자세는 우리가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 상대의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분비되어 호의를 갖게 된다고 한다.

나이 드는 기술이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이다. 헬렌 니어링은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나는 베풀 수 있는 돈도 없고, 지식도 없으니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베풀어야겠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근심 걱정 없이 마음이 평온하고 활기찬 날이다. 어떤 일이 생기든 자연의 순리를 따라 만족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비가 오고, 가을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낙엽이 진다.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365일 단 하루라도 똑같은 날이 없고 그래서 날마다 새롭고 좋은 날이다.

말이란 게 신기하게도 건성이라도 고마워를 연발하면 그 파동이 전해져 마음이 조금씩 따라온다고 한다. 그 대신 21일간 지속해야 한다. 그러면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어 저절로 습관이 된다. 그저 겉치레라도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살면 복도 굴러오고 행복해진다. 매일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면 매일 좋은 날이 된다.

행복과 불행은 나의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좋은 날이다. 과거에 아프고 안 좋은 경험이 많았더라도 다른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나만의 독특한 삶이니까 다 좋은 날들이었다. 은퇴를 하면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좋고,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좋고,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나는 뭘 좋아하나 찾아볼 수 있어 좋다. 앞으로의 남은 매일도 날마다 좋은 날이기에 또 좋다.

은퇴의 품격, 나이 듦의 품격이란 나부터 고독력을 단련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단단해져서 그 즐겁고 기쁜 파동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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