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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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용성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하다. 2000년대 초, 도로 위의 국민차 아반떼 차주들은 모두 과거의 추억과 멋을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

차와 함께 살아왔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추억들...<마이카 시대>에는 인생의 동반자 마이카에 대한 열네 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인생을 함께해 온 마이카 그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마치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처럼 나처럼 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마이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 덕분에 차 이름을 검색해 보며 어떤 차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 칠까 봐 겁이 나서 마이카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급 면허를 딴 남편이 처음 장만한 엘란트라는 생각난다. 자주색이었고, 가벼운 접촉사고가 한 번 있었고, 베이비시트에 아들이 있었던 행복한 장면이다.

이 책에는 우리처럼 신혼을 엘란트라로 시작한 상준의 이야기가 나온다. 엘란트라 이후 카니발을 샀다고 한다. 명예퇴직을 한 상준의 시바스리갈 음주 운전 무용담에 너무 웃었다. 음주 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하도 다들 안 마셨다고 하니까 주량을 솔직히 말했다고 벌금 없이 집까지 고이 모셔다드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자동차 키만 있고 자동차가 사라진 것이다. 알고 보니 다른 곳에 주차해 놓았던 것. 아무리 만취 상태였어도 어떻게 남의 집 대문 앞에 주차를 한 것인지? 지금도 나는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버스 기사가 운전하면서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단다. 지금은 음주 운전은 생각도 못 하지만 옛날에는 차가 많이 없어서 관대했던 것 같다.

아내의 마티즈 초보 운전 이야기에는 그 옛날 김 여사가 등장한다. 김 여사는 운전이 서툴러서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하는 여사님이시다. 아줌마들이 하도 차 끌고 나와 길을 막히게 하니까 욕을 먹는다고,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왜 쓸데없이 차를 끌고 나오냐는 말을 나도 들어봤다. 얼마나 말들이 많았으면 실제로 '지금 밥하러 가는 중'이라는 문구를 자동차 뒷유리에 붙여놓았을까?

록스타는 자동차 이름이다. ROCSTA라고 전라도 광주의 아시아 자동차에서 생산한 차라고 한다. 나도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돌변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운전이 미숙한 점잖고 온순한 아버지의 욕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이 묘사된 부분에서는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면서 마음이 아팠다. 록스타와 함께 그때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셨기를...

불과 백여 미터 앞에서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목격한 포텐샤 차주 명우 이야기로 옛날 가슴 아픈 뉴스들이 생각났다. 아시아나 비행기 추락,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2014년 세월호사건까지 겹쳐진다.명우는 폐암으로 갑자기 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잠시 갓길에 주차하고 쉬었는데 그 짧은 시간이 목숨을 구한 것이다.

영업을 하려면 비싼 차를 몰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없어 보이면 신뢰하지 않는다고. 그랜저 이야기를 읽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영업의 세계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청년기를 보낸 정사장은 각 그랜저를 몰고 다닐 때마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나는 돈 많은 사장이니 믿고 거래해도 된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돈을 좀 벌게 된 정사장은 개성공단에 남의 돈까지 빌려서 투자했다. 정치가 사람을 죽이더라고. 남북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정사장은 쫄딱 망했다. 그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이 입금되는 날이면 편의점에서 막걸리 두 통에 새우깡 한 봉을 놓고 각그랜저 전성기를 곱씹는다.

아반떼에 얽힌 이야기가 나는 제일 기억에 남았다. 딸과 아내를 호강시켜 주려고 열심히 돈벌기에 바빴던 남편은 아빠 없이 자랐다는 딸의 이야기에 뒤늦은 후회를 한다. 박노해의 <이불을 꿰매면서>라는 시를 찾아 읽어보면서 이분들의 이야기에 괜히 마음이 아려왔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에 방 청소에 고추장 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 달라 물 달라 시켰었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 홑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박노해

새로 배운 단어 2개. 잘코사니. 감탄사인데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소리다. 고소하다, 쌤통이다는 뜻. 스쿠프가 한국 최초의 쿠페라고 한다. 쿠페(Coupé)란 프랑스어로 '자르다'는 뜻인데 세단의 뒷부분을 잘라낸 듯 날렵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말한다. 나는 그냥 스포츠카라고만 알았는데 앞으로 쿠페라고 잘난 척을 해야겠다.

중2 병보다 훨씬 쎈 게 갱년기라고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심각한가보다.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고 한다. 갱년기가 70에 오는 사람도 있단다. 갱년기 엄마 아빠는 마이카만 애지중지하지 말고 서로서로 아껴주자. 아들이 대학 대신 영농조합을 만들어서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하자 결국 아들을 응원해 주는 아빠가 생각난다. 마이카와 함께한 소중한 인생 이야기들은 그 나름의 색깔로 내 기억을 아름답게 물들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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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행복일력 - 세상 모든 부모에게 드리는 다정한 명화와 글 365
백다은 지음 / 더블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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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부모는 처음이라서, 365일 나와 아이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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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행복 일력>은 이 세상 모든 부모님을 위한 힐링 북이다. 나처럼 아이를 다 키운 엄마가 읽어도 옛날 일이 생각나 행복해지고, 매일매일 육아 전쟁을 치러야 하는 부모님은 잠시 마음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이를 키웠을 때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위안을 받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았다.

이 일력을 읽으며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다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는 일과 육아의 연속... 어떻게 다 견뎌냈을까. 나의 엄마도 나도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저자는 힘들 때는 누구에게든 이렇게 말해보라고 한다. "나 정말 힘들어."

하루 24시간 아이를 돌본 당신의 사랑과 돌봄 덕분에 아이는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게 되었다. 0316

아이와 함께 매일매일 일력을 넘기면서 그림을 보고 그 느낌을 적어놓으면 아이와 함께 한 추억의 1년이 되지 않을까? 나는 명화 감상이라고 하면 작가가 누구고 어떤 의미로 이런 그림을 그렸고 하는 해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명화 감상이 별게 아니었다. 그림을 보고 내가 어떤 감정이 드는지, 기쁜지 슬픈지, 따듯한지, 차가운지 그리고 이런 감정이 왜 생겼을지 생각해 보면 된다.

"네 생각이 궁금해."라는 말은 호기심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한다. 아이뿐 아니라 남편이나 친구, 그리고 그 누구에게라도 생각을 물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늘부터 내 가족뿐 아니라 남들에게도 생각을 물어보기 연습을 해봐야겠다. 매일매일 아이는 엄마 칭찬, 엄마는 아이 칭찬 한 가지씩 함께 적어 놓아도 1년 365일이 행복으로 넘칠듯.

365일 다이어리 하면 나는 외국어 공부나 성경 구절 또는 요리가 떠오른다. 일기 쓰기 어려워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365일 자문자답 다이어리도 있다. 하지만 명화를 매일 감상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 봤다. 명화를 감상하며 우리 가족만의 행복한 추억을 떠 올려보자. 게다가 부모에게 위안이 되는 말과 교육 조언도 있다. 그때 이걸 더 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들을 추려보았다.

아이가 매일 돌아오면 만세 환영을 해 주고 "오늘은 어떤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니?"라고 질문해 주라고 한다. 이렇게 질문을 하면 자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질문을 자주 해주면 아이는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도 우리 엄마도 뭐 먹고 싶냐는 질문 정도만 했던 것 같다.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앞으로는 남편과 아들에게 질문을 좀 해봐야겠다.

나비 포옹 : 나를 스스로 안아주는 것을 나비 포옹이라고 한다.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하고 양쪽 손으로 양쪽 팔뚝을 잡는다. 그다음 손바닥을 나비가 날갯짓하듯 두드리며 스스로 토닥토닥. 아이에게도 이렇게 스스로 작은 날개를 감싸 안는 법을 알려주자. 나비의 날개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감싸 안는 나비 포옹은 강력한 힘이 있다.

"힘들 때면 나비처럼 널 꼭 안아주렴. 네가 얼마나 소중한지 네 몸에 새겨주는 거야." 0221

행감바 : 동-네가 내 이름 대신 별명을 불러서, 정-속상해. 기분이 안 좋아. 라는 바-내 이름을 불러 주었으면 좋겠어. 0314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친구들과 또는 누구와 다투거나 섭섭할 때 행감바를 기억하면 좋겠다. 그 사람의 어떤 행동 때문에 내 감정이 상했고, 내가 바라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그림에는 내가 어릴 적 유행하던 훌라후프가 있어서 모처럼 동심 여행.

인사약 : 정-네가 만들기 하는데, 내가 장난쳐서 화났지? 과-미안해. 속-앞으로는 장난치거나 방해하지 않을게. 0318

용기 있는 사람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다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아이에게 인사약을 가르치면서 나도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약속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교육이 필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는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부모도 같이 성장하자는 말이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하고 어려운 것이 교육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부모가 스스로를 교육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그래서 다 큰 아들이지만 아들에게 이 행복 일력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아들 자취방 갈 때마다 메모하고 오기로 했다. 할 말이 이도 저도 생각이 나지 않는 날에는 그냥 사랑한다고 써 놓고 와야겠다.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질 때마다 사랑한다고 톡을 보내주겠다

꼭 안아주기, 노래 부르며 눈코입볼 터치하기, 간지럽히기, 코 비비기, 무릎에 앉혀 책 읽어주기... 나도 다 한 것 같은데, 정말 행복한 순간이 많았을 텐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온 우주에서 당신밖에 없다고,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최고의 부모라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

🎄 🎅🤶 🎄 이 <부모 행복 일력>은 크리스마스에 부모님들에게 선물해 드려도 참 좋을 것 같다. 나처럼 아이가 다 커버린 부모여도 글과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어릴 때 생각이 나서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엄마도 나를 키우면서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생각하니 엄마에게도 너무나 감사했다. 다함께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은 동그라미처럼 완전하고, 시작과 끝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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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읽어 주는 쉬운 상속법
이충호 지음 / 좋은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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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 스스로 지식이 있어야 상속이 발생한 후에 당혹감과 황망함을 면할 수 있다.

나는 상속받을 재산이 없으니까 상속에 대한 것은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상속할 재산이 없는 경우라도 혹시 빚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나는 받을 게 없다고 안심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말이다. 상속재산의 포기나 한정승인 등을 신경 써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는 부모님 대신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그 빚이 자칫하면 내 자녀에게까지 상속된다. 내가 집 한 채는 못 사줄망정 빚을 물려주면 안 되겠다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상속이 발생한 후에, 즉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서야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안 읽었으면 그럴 뻔했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더라도 상속에 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전문가들이 쓰는 말을 이해하고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알 것 아닌가! 전문가와 상담을 할 때는 시간당으로 받으니까 상담 시간이 곧 돈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상속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소개하고, 상속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와 상담 사례로 독자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우려는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민법상 상속제도와 세법상 상속세 관련 내용을 빠짐없이 다루어 상속법 및 상속세 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

나처럼 빚을 상속받게 되는 사람은 물론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를 상속받는 평범한 분들 역시 나중에 당황하지 말고 미리미리 이 책을 통해 상속에 대해 공부해 두면 좋겠다. 또한 상속세 법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추고자 하는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다음 유서나 녹음을 발견하면 바로 가정법원에 제출해서 검인(檢印)을 신청해야 한다. 검인이란 가정법원이 도장 쾅 찍어서 유언서나 유언녹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내 부모인데 검인 청구를 안 하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상속인 등에 대한 불법행위가 돼서 손해를 배상하거나, 유서의 은닉에 해당돼서 상속결격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꼭 검인 절차를 밟자. 돌아가신 것도 슬픈데 법을 몰라 손해배상에 유서 은닉이라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지 말자.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 1순위는 직계비속이다. 직계란 나를 중심으로 위아래, 방계란 좌우란 것을 화살표 모양을 보고 쉽게 이해했다. 나를 중심으로 위나 아래가 직계인데 비속은? 존은 존경하다 할 때의 존이다. 지위가 높다는 의미다. 비는 낮을 비, 지위 등이 낮다는 의미다. 그러니 나보다 높은 엄마 아빠는 직계존속, 나보다 낮은 자녀는 직계비속이다.

즉 내가 죽으면 내 아들이 상속 1순위다. 그럼 남편은? 나의 직계비속인 아들과 함께 상속인이 된다. 만약 내가 자녀도 부모도 없다면? 내가 오빠랑 남동생이 있더라도 남편 혼자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한다. 부부는 0촌 이라더니 상속법으로 더 확실히 증명된다.

우리나라 민법은 태아를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고 배 속에 있는 아이도 상속을 받는다고 한다. 다만 태아가 출생을 하고 난 다음이다. 만약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아이를 혼자 키울 자신이 없어 낙태를 한다면 고의로 상속자를 살해한 것이라 상속결격이 되어 상속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재혼을 할 경우 새 배우자의 자녀에게는 상속할 수 없다. 만약 새 배우자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입양을 하거나 증여를 해야 한다.

전 남편과 사별 후 현재 남편과 20년째 함께 살고 있는데 미처 혼인신고를 못했다. 갑자기 남편이 위중한 상황. 만약 남편이 사망하면 함께 살았던 아파트를 상속받을 수 있을까? 놉. 사실혼 관계는 상속받지 못한다.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는 있다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살지 말고 혼인 신고를 꼭 해서 법적으로도 보호를 받고 살도록 하자!

유류분 제도는 원래 유언장에 따라 상속을 못 받는 상속인이 일부라도 상속 재산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런데 평생 부모와 연 끊고 전혀 부양의무를 안 하고 살다가 부모 사망 후 갑자기 나타나 유류분을 달라고 한다던가 부모를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동을 한 상속인에게 유류분은 준다면 그 부모는 무덤에서도 뛰쳐나올 것 같다. 그래서 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게 민법이 개정되었다고 한다. 아주 잘 했다.

나는 상속받을 게 빚뿐이라 당연히 상속을 포기할 것이다. 원래 빚보다 상속재산이 많다면 단순승인을 하면 된다. 사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안 하면 그냥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럴 일은 없기 때문에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뭔지 열심히 읽었다.

상속포기란 빚을 상속받지 않은 대신 재산도 상속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빚만 상속포기하는 게 아니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부모의 빚을 아들 3형제가 다 상속을 포기해서 안심했는데 손주들에게 빚이 상속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 그 빚이 할아버지와 자녀들에게 대습상속되기도 하므로 별도로 대습상속으로 인한 채무도 상속포기를 하거나 애초에 한정승인을 했어야 한다.

상속포기를 할 때는 반드시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해서 피상속인인 아버지의 4촌에 해당하는 후순위 상속인까지 모두 상속 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다. 그리고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의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 상속포기는 상속포기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심사하여 심판 결정을 내리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한정승인이라는 것은 준비할 서류도 많고 절차가 복잡해서 이 책으로 진행 상황을 파악한 다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생각이 있다면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마음대로 빚을 갚거나 예금을 인출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알아두면 돈이 되는 상속세 법은 상속받을 재산이 있는 분들에게 꿀팁이다. 상속세를 계산하는 팁만 보더라도 유산세가 아니고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면 납부할 세금이 줄어든다. 또한 상속세는 상속재산의 '가액(價額)'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라 현금이 아닌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주식을 물려받았을 경우 화폐가치로 그 가액을 산정한다. 가액이란 물건의 치에 상당하는 금이다.

마지막 4장은 상속세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 보험금과 퇴직금, 연금 상속에 대한 것, 상속세 세율 및 상속세의 결정과 경정, 상속세의 제척기간과 소멸시효 등에 대한 내용이다. 경정(更正)은 고칠 경자이므로 바르게 고친다는 뜻이고, 제척(除斥)이란 배제하여 물리친다는 뜻으로 존속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법은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법이 참 잘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고,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나 패륜아에게는 절대 관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대다수의 착한 사람들은 법을 몰라 억울하게 손해 보는 일이 없게 미리미리 상속에 대해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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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브레인 - 성공의 뇌를 리부트하라
강환규 지음 / 라온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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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려고요.

고통을 먼저 택하면 반대로 쾌락이 따라온다.

<미라클 브레인>이라는 제목에 미라클 모닝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나는 매일 미라클 모닝을 하는데 미라클이 하나도 없다.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가 나한테 기적이긴 한데... 뭐가 잘못된 걸까? 나의 뇌를 점검해 보고 리부트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그때그때 다르다. 그러고 보니 일찍만 일어났지 정해진 루틴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는 있었는데 어느 사이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삶을 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놀고먹기 좋아하는 나의 뇌가 주도했다는 걸 알았다. 나의 뇌는 머리를 쓰는 일이나 인내를 아주 싫어하는 뇌였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루틴이 있다고 한다. 내가 왜 모닝 루틴을 하다가 그만뒀나 싶어 예전에 조금 하다가 만 미라클 모닝 기록을 보았다. 욕심은 많아서 아침부터 해야 할 루틴이 너무 많았다. 딱 한 가지만 하기. 아주 작은 것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나는 책 읽기 한 가지로 정했다. 그래도 일찍은 일어나니까 일어나서 30분이라도 폰은 안 보고 내일부터 독서에 집중하는 루틴을 만들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행동을 자동화해야 한다. 새로운 나는 반복을 통해 만들 수 있다. 뇌는 선택과 행동에 따라 변한다. 왜 나는 아침부터 폰을 보게 된 것일까? 뇌는 게을러서 신경 쓰고 집중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보다 머리를 안 써도 되는 행동을 택한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브라이언 넛슨 교수는 사람들은 쾌락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쾌락을 기대하는 갈망을 없애고 싶어서 쾌락에 중독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게임에 중독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을 없애려고 게임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뇌는 반복하면 중요한 줄 아니까 게임을 할 때마다 점점 더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도 아침에 폰부터 찾다 보니 독서는 늘 뒷전이고 핸드폰이 더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뇌는 반복적인 보상에 강하게 반응하여 쉽게 중독 습관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이 보상을 이해하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대체재로 바꾸어야 한다. 보상은 아주 작은 성취를 통해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뇌는 성취감을 느끼고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어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저자의 별명은 왕상태였다고 한다. 왕 상태가 안 좋은 사람. 아주 잘 한 일들을 작은 실수들로 다 덮어서 마이너스 인생으로 만들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어도 '왕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ADHD 판정을 받고 스스로 자신의 뇌는 '도망가는 뇌'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열심히 자기 계발서와 뇌과학 책을 읽고 실행하기를 11년, 그의 뇌는 '지배하는 뇌'로 바뀌었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전전두엽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서 약을 처방받지만 혈압약처럼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 줄 뿐 치료는 안된다고 한다. ADHD는 지속적으로 산만하고, 충동적이고,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하는 것도 어렵고, 시간 관리도 잘 안되고, 물건도 잘 잃어버린다. 그런 저자가 독서 모임을 통해 점점 몰입을 하기 시작했다. 독서토론을 하면서 "책 읽으시는 분이라 그런지 말하는 게 다르시네요."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내가 따라 해 보고 싶은 것은 저자의 18시간 간헐적 단식이다.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26kg이나 살을 뺐다. 공복 시간을 오래 지속함으로써 꼬르륵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재미있는 목표를 세웠다는 것이다. 나는 꼬르륵 소리가 나면 엄청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18시간에 도전하지 말고 12시간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봐야겠다. 이도 저도 어려우면 저녁 먹고 간식 안 먹기와 식사 시간에만 먹기를 실천해 보겠다.

암 치유의 대가 이해용 박사는 해 떨어지면 어떤 음식도 입으로 가져가지 말라고 했다는데, 나는 저녁 먹고 간식으로 과자나 빵 또는 라면을 렌지에 돌려 스프 찍어 먹었다. 이게 다 탄수화물이라 허기가 빨리 졌던 것이다. 요즘은 단백질 두유와 잡곡밥을 먹으니 군것질이 많이 줄었다.

이제부터는 간헐적 단식으로 내 몸을 쉬게 해주겠다. 충분한 공복 시간이야말로 뇌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음식물 소화시키느라 한 시도 쉴 틈이 없었던 내 장기들아 식탐 많은 날 용서해 주렴. 너무 배고프면 따듯한 소금물을 한 잔 마시고, 그래도 배가 고프면 일찍 자라고 한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숙면을 취하게 된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 도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소금으로 가글하고 소금 차 한 잔을 마시자. 소금 차는 뇌를 파워풀하게 각성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이때 천일염보다 용융소금이나 죽염을 권한다. 나는 레드몬드 소금도 좋대서 알아보니 비싸다. 가수 이승기 씨의 아침 루틴 중 하나가 죽염으로 가글을 1분씩 하는 것이라는데, 저자도 아침마다 소금물로 가글을 하면서 감기와 비염에서 해방되었단다. 혹시 비염 있는 분들은 소금 가글을 시도해 보시길.

이 책에서 배운 상식 하나. 기름이 많은 삼겹살을 왜 기름장에 찍어 먹을까? 나도 궁금했는데 식물성 기름인 들기름이나 참기름과 동물성 기름인 삼겹살 기름이 만나면 분해되는 효과가 있어서라고 한다.

초등학생도 미라클 모닝을 한대서 깜짝 놀랐다. 어떤 학생이길래 어릴 때부터 미라클 모닝인가 했더니 3시에 일어나야 엄마 아빠가 자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게임 중독은 심각하다. 저자 역시 게임 중독이었다. TV와 스마트폰 등 화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면 후두엽이 발달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보이는 것에 더 민감해지고, 문제 해결, 판단, 계획, 사회적 행동, 인내 창의성 등 성공과 가장 밀접한 부분인 전두엽은 별로 쓸 일이 없어서 점점 약해진다.

왜 핸드폰을 많이 하면 무기력해 지지? 나는 왜 자꾸 남 탓 환경 탓을 하는 거지? 전두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깊이 사고하지 못하고 집중력과 인내심은 이미 스크린에 익숙해져 점점 사라져간다. 카톡이나 인스타 DM, 댓글을 통한 소통은 비언어적 신호를 놓치게 만들어 감정적 소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지고, 주도성이나 목표 없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약 1.5kg인 뇌는 80%가 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는 지방과 단백질이다. 우리 몸무게의 2%에 불과한 뇌는 우리 몸의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그래서 에너지를 아끼려고 늘 절전모드 상태를 유지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피곤해서 달달한 게 생각나는 것도 뇌가 절전모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뇌가 이 절전모드 유지를 위해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것을 자동 생각이라고 한다. 자동 생각은 자기도 모르게 익숙한 것들을 택해버린다.

눈을 감고 행복했던 순간을 자주 상상하자. 그러면 편도체가 더 이상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게 되어 전두엽이 다시 주도권을 차지하고 이성을 되찾는다. 비전보드를 만들고, 내가 원하는 삶을 기록하고, 꿈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사는 것이 뇌에 성공을 입히는 연금술이다. 뇌에게 중요한 것은 빈도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그것을 아주 중요한 것으로 판단해 버린다.

간단하지만 인생을 바꿀 만한 뇌과학 기반의 후버만 루틴 10가지가 책 뒤에 실려있다. 그 중 유용한 팁 하나. 아침에 피곤한 이유는 아데노신이라는 피로 물질 때문이다. 이때 커피를 마시면 축적된 아데노신이 한꺼번에 몰려와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을 카페인 크래시(caffein crash)라고 한다. 그래서 기상 후 90분에서 120분 사이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 커피 타임을 최대한 지연시킬수록 카페인 크래시를 피할 수 있어 더욱 오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달리기는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고, 노화도 늦춘다. 마라톤 기부로 유명한 션은 53세의 신체 나이지만 그의 혈관 상태는 10대로 나왔다. 50대인데 10대 혈관이라니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그러나 걷기도 싫어하는 나에게는 일단 미라클 모닝에 딴짓하지 말고 독서부터 시작해서 작은 성공을 쌓아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신호 바뀔 때 뛰는 것으로 만족하고 조금 많이 걷기를 꾸준히 하겠다. 그리고 모닝커피 늦게 시작하기와 간헐적 단식을 적용해 보려고 한다.

나의 뇌를 성공의 뇌로 리부트 하려면 매일의 루틴을 만들고 이것을 꾸준히 반복해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책에서 이건 실천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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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이었어? - 생각 없이 내뱉는 무서운 말들
별 지음 / 휴앤스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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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 충분하다. 날씨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염려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이런 뜻이었어?>라는 제목 옆에 "생각 없이 내 뱉는 무서운 말들"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나쁜 의미의 말을 좋게 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특히 62개의 콘텐츠 중 27번 째인 "도를 아십니까?"는 조상님께 굿까지 할 뻔했던 나로서는 궁금해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난 도가 뭔지 모르니까 한번 들어나 보자 하고 따라간 것이다. 왜 도를 아냐고 물었을까? 바로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원하는 바를 얻기 위에서 였을까? 나중에 들은 바로는 도를 아느냐고 묻는 분들은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도를 아십니까를 따라간 이유는 무생각...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는 굿을 하라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서 빠져나왔지만 만약 돈이 많았다면 거절을 못 하는 나는 굿을 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하는 일마다 잘되면 굿을 해서 잘 된 것이고, 하는 일마다 안 되면 굿까지 했는데 사기였다고 억울해 했을 것이다.

나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카드가 사용되었다는 문자에 놀라서 확인한다고 링크를 클릭할 뻔한 적이 있다. 아이폰이 당첨되었다고 개인정보를 입력하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기 수법을 들었어서 나는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심코 클릭했다가 작게는 몇 십만원 부터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 어떤 어르신은 평생 모은 1억이 넘는 돈을 다 날린 사례도 있다.

사기꾼들은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선한 사람을 노린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나보다 나의 약점을 더 잘 알고 있다. 당하고 난 다음에 억울해 봤자 당한 사람만 손해다. '그럴 줄 몰랐다'(p.136)는 나도 잘 썼던 말이다. 피해를 입고난 뒤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은 메아리에 불과하다.

'사페레 아우데(Sapere aude)!' 라틴어로 과감히 알려고 하라!는 칸트의 말이다. '그럴 줄 몰랐다'라고 하는 건 죄다. 몰랐다고 그 책임에서 1%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 더 많이 보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라도 깊이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아는 게 없을수록 보이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착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똑똑해지기다. 똑똑해지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말들이 이런 뜻이었다는 정확한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쁜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 대신 착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도 혼이 난다. 똑똑해지라는 것이다. 당하지 말고, 법도 알고, 사기 수법도 알고, 사기꾼보다 사이비 교주보다 더 똑똑해져서 사기꾼들 쯤은 웃으며 물리칠 수 있는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함석헌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사이비 종교가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판적 사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 역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내 행동을 합리화하려 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 없는 거 인정이다.

그럼 나는 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책을 안 읽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 끝부분에 분주함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은 읽기를 매우 어려워한다는 말이 나온다.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되어 쉽게 쓰면 안 되냐고 불평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딱 그렇다.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어렵게 썼냐는 불평이 터졌다.

아무리 재미있는 소설책도 앞에 조금 읽다가 말았다. 다음 장 읽는 동안 앞의 내용을 까먹는다.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면 헷갈려서 쉬운 책도 장식용이 된다. 나는 왜 이렇게 책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스트레스가 많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요구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어릴 때는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강요하더니, 다 커서 결혼을 해서도 시부모님도 잘 모시고, 친정 부모님에게도 효도해야 한다. 아이도 잘 키워서 좋은 대학 보내야 하고, 집안 살림도 잘해야 하고,... 딸, 며느리, 엄마, 아내, 가사도우미, 육아도우미, 가정교사, 직장인 등등 내 몸은 하나인데 나에게 원하는 캐릭터가 너무나 많다. 울화병이 우리나라 여성에게만 있어서,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도 우리말 그대로 화병(Hwa-byung)이라고 표기할 정도다.

어쩌면 주위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였나 보다. 화병의 주요 감정인 분노, 억울함, 답답함 등은 나 역시 모두 시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겪어왔다. 억울하고 답답한데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의 가장 빠른 해결책인 술이나 TV로 도피를 했던 것 같다. 남자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술 취한 사람에게 관대한 것은 이런 상황을 서로가 너무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지 혼자 생각해 본다.

남자들에게 결혼해서 좋은 점을 물으면 안정을 찾아 자기 일에 더 전념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아내는 자신들의 삶을 오로지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양육에 쏟으려고 태어났을까? 남자의 아내 자랑 1위는 요리, 2위는 자녀 양육, 3위는 집안일이었다. 그럴 거면 주방장과, 유치원 교사나 보모, 청소 도우미와 결혼하지? 더 놀라운 건 여성들도 이런 부조리함에 기꺼이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무지(無知) 때문이다.

저자의 지인이 부모님이 그렇게 술 좀 줄이라 해도 들은 척도 않더니, 와이프 한마디에 술을 아예 끊었다고 한다.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서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지 감시도 집착도 소유도 아니다.

'허경영 랜드'와 사이비 교주들의 황당한 이야기를 통해, 사기꾼들의 수법 중 공통되는 부분을 알았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다. 그럼 나의 부모님과 내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가? 친절하지 않다. 나에게 요구하는 게 끝이 없다. 그런데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천국으로 보내준다고?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쩌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는 사람이 부탁하니까, 남이 나를 싫어할까 봐 싫어도 거절을 못 하고 매번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도록 이 책을 통해 단단히 마음 챙기는 중이다. 내가 싫으면 좋게 거절해서 말이 안 통하면 그냥 무시하고 손절할꺼다. 욕먹더라도 나를 지켜야겠다. "끝내 적으로 남은 사람에게는 조금의 시간도 에너지도 쓰지 말라. 친구들만 챙기기에도 부족한 시간과 에너지를 적에게 쓰는 것처럼 바보 같은 짓은 없다."(p.72)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말을 한 사람에게만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 때 '쿠이 보노(Cui bono)"를 기억하겠다. 로마의 연설가 키케로가 한 말인데 라틴어로 '누구의 이익인가?'라는 뜻이다. 누구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꼭 생각을 해 보고 결정할 것이다.

굿을 했다면 결국 누구의 이득인가? 교주의 이익이다. 내가 친구 때문에 억지로 보험을 들어주면 결국 누가 좋은가? 보험회사다. 옷 가게 사장님의 권유에 못 이겨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샀다면 결국 누구의 이득인가? 옷 가게 사장님이다. 이런 질문은 한 번도 스스로 해 본 적이 없다. 배운 적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정말 호구였구나...

책에는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한 사마리아인 역시 일정이 빠듯했다면 돕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성향이 선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니 내가 싫은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으려면 한 번 더 깊게 생각하고 맘 단디 먹고 유식해져야 한다.

결혼 하라는 말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저자의 조언이 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틀린 말이다. 짚신은 크기가 같다면 제 짝을 구별할 수 없다. 짚으로 만들어 모두 모양이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늬를 새긴 고무신은 제 짝이 있다. 크기만 맞는다고 짝이 아니라 무늬와 색깔까지 다 맞아야 제 짝이다. 그러니 주위에서 눈이 너무 높다고 말하면 그건 고무신에게 짚신이 되라는 말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란다.

'포기할 줄 아는 만큼 성공한다'(p.246) 이 말을 나는 핵심에 집중하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필요 없는 일들은 과감히 포기하자. 내면에 단단한 자존감을 갖춘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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