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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이었어? - 생각 없이 내뱉는 무서운 말들
별 지음 / 휴앤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그것으로 충분하다. 날씨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염려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이런 뜻이었어?>라는 제목 옆에 "생각 없이 내 뱉는 무서운 말들"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나쁜 의미의 말을 좋게 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특히 62개의 콘텐츠 중 27번 째인 "도를 아십니까?"는 조상님께 굿까지 할 뻔했던 나로서는 궁금해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난 도가 뭔지 모르니까 한번 들어나 보자 하고 따라간 것이다. 왜 도를 아냐고 물었을까? 바로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원하는 바를 얻기 위에서 였을까? 나중에 들은 바로는 도를 아느냐고 묻는 분들은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도를 아십니까를 따라간 이유는 무생각...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는 굿을 하라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서 빠져나왔지만 만약 돈이 많았다면 거절을 못 하는 나는 굿을 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하는 일마다 잘되면 굿을 해서 잘 된 것이고, 하는 일마다 안 되면 굿까지 했는데 사기였다고 억울해 했을 것이다.
나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카드가 사용되었다는 문자에 놀라서 확인한다고 링크를 클릭할 뻔한 적이 있다. 아이폰이 당첨되었다고 개인정보를 입력하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기 수법을 들었어서 나는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심코 클릭했다가 작게는 몇 십만원 부터 피해를 본 사람이 많다. 어떤 어르신은 평생 모은 1억이 넘는 돈을 다 날린 사례도 있다.
사기꾼들은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선한 사람을 노린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나보다 나의 약점을 더 잘 알고 있다. 당하고 난 다음에 억울해 봤자 당한 사람만 손해다. '그럴 줄 몰랐다'(p.136)는 나도 잘 썼던 말이다. 피해를 입고난 뒤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은 메아리에 불과하다.
'사페레 아우데(Sapere aude)!' 라틴어로 과감히 알려고 하라!는 칸트의 말이다. '그럴 줄 몰랐다'라고 하는 건 죄다. 몰랐다고 그 책임에서 1%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 더 많이 보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라도 깊이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아는 게 없을수록 보이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착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똑똑해지기다. 똑똑해지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썼던 말들이 이런 뜻이었다는 정확한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쁜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 대신 착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도 혼이 난다. 똑똑해지라는 것이다. 당하지 말고, 법도 알고, 사기 수법도 알고, 사기꾼보다 사이비 교주보다 더 똑똑해져서 사기꾼들 쯤은 웃으며 물리칠 수 있는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함석헌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사이비 종교가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판적 사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 역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내 행동을 합리화하려 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 없는 거 인정이다.
그럼 나는 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책을 안 읽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 끝부분에 분주함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은 읽기를 매우 어려워한다는 말이 나온다.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되어 쉽게 쓰면 안 되냐고 불평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딱 그렇다.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어렵게 썼냐는 불평이 터졌다.
아무리 재미있는 소설책도 앞에 조금 읽다가 말았다. 다음 장 읽는 동안 앞의 내용을 까먹는다.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면 헷갈려서 쉬운 책도 장식용이 된다. 나는 왜 이렇게 책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스트레스가 많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요구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어릴 때는 좋은 대학 가야 한다고 강요하더니, 다 커서 결혼을 해서도 시부모님도 잘 모시고, 친정 부모님에게도 효도해야 한다. 아이도 잘 키워서 좋은 대학 보내야 하고, 집안 살림도 잘해야 하고,... 딸, 며느리, 엄마, 아내, 가사도우미, 육아도우미, 가정교사, 직장인 등등 내 몸은 하나인데 나에게 원하는 캐릭터가 너무나 많다. 울화병이 우리나라 여성에게만 있어서,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도 우리말 그대로 화병(Hwa-byung)이라고 표기할 정도다.
어쩌면 주위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였나 보다. 화병의 주요 감정인 분노, 억울함, 답답함 등은 나 역시 모두 시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겪어왔다. 억울하고 답답한데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의 가장 빠른 해결책인 술이나 TV로 도피를 했던 것 같다. 남자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술 취한 사람에게 관대한 것은 이런 상황을 서로가 너무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지 혼자 생각해 본다.
남자들에게 결혼해서 좋은 점을 물으면 안정을 찾아 자기 일에 더 전념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아내는 자신들의 삶을 오로지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양육에 쏟으려고 태어났을까? 남자의 아내 자랑 1위는 요리, 2위는 자녀 양육, 3위는 집안일이었다. 그럴 거면 주방장과, 유치원 교사나 보모, 청소 도우미와 결혼하지? 더 놀라운 건 여성들도 이런 부조리함에 기꺼이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무지(無知) 때문이다.
저자의 지인이 부모님이 그렇게 술 좀 줄이라 해도 들은 척도 않더니, 와이프 한마디에 술을 아예 끊었다고 한다.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서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지 감시도 집착도 소유도 아니다.
'허경영 랜드'와 사이비 교주들의 황당한 이야기를 통해, 사기꾼들의 수법 중 공통되는 부분을 알았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다. 그럼 나의 부모님과 내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가? 친절하지 않다. 나에게 요구하는 게 끝이 없다. 그런데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천국으로 보내준다고?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쩌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는 사람이 부탁하니까, 남이 나를 싫어할까 봐 싫어도 거절을 못 하고 매번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도록 이 책을 통해 단단히 마음 챙기는 중이다. 내가 싫으면 좋게 거절해서 말이 안 통하면 그냥 무시하고 손절할꺼다. 욕먹더라도 나를 지켜야겠다. "끝내 적으로 남은 사람에게는 조금의 시간도 에너지도 쓰지 말라. 친구들만 챙기기에도 부족한 시간과 에너지를 적에게 쓰는 것처럼 바보 같은 짓은 없다."(p.72)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말을 한 사람에게만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 때 '쿠이 보노(Cui bono)"를 기억하겠다. 로마의 연설가 키케로가 한 말인데 라틴어로 '누구의 이익인가?'라는 뜻이다. 누구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꼭 생각을 해 보고 결정할 것이다.
굿을 했다면 결국 누구의 이득인가? 교주의 이익이다. 내가 친구 때문에 억지로 보험을 들어주면 결국 누가 좋은가? 보험회사다. 옷 가게 사장님의 권유에 못 이겨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샀다면 결국 누구의 이득인가? 옷 가게 사장님이다. 이런 질문은 한 번도 스스로 해 본 적이 없다. 배운 적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정말 호구였구나...
책에는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한 사마리아인 역시 일정이 빠듯했다면 돕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성향이 선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그러니 내가 싫은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으려면 한 번 더 깊게 생각하고 맘 단디 먹고 유식해져야 한다.
결혼 하라는 말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에게 아주 좋은 저자의 조언이 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틀린 말이다. 짚신은 크기가 같다면 제 짝을 구별할 수 없다. 짚으로 만들어 모두 모양이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늬를 새긴 고무신은 제 짝이 있다. 크기만 맞는다고 짝이 아니라 무늬와 색깔까지 다 맞아야 제 짝이다. 그러니 주위에서 눈이 너무 높다고 말하면 그건 고무신에게 짚신이 되라는 말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란다.
'포기할 줄 아는 만큼 성공한다'(p.246) 이 말을 나는 핵심에 집중하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필요 없는 일들은 과감히 포기하자. 내면에 단단한 자존감을 갖춘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26/pimg_7913331534507930.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