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난한 찰리의 연감 -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의 모든 것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주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한 기업을 아주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 적절한 주가에 거래되는 대단한 기업을 찾아 장기 보유하면 특히 개인은 아주 좋은 성과를 얻는다.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의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자이다. 가치 투자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투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과 여러 분야에 걸친 사고의 힘을 배울 수 있는 지침서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궁극적인 가치 투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생 남을 통찰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찰리 멍거의 전기와 그가 20년간 강연한 것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빌려 온 것 같다. 찰리의 육성을 그대로 옮긴 11개의 강연을 통해 폭넓은 주제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찰리의 투자 원칙의 개요만 제시한다. 각자가 캐낼 수 있는 보물은 다 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11강 내용이 보물이었다
워런 버핏은 "찰리는 문제가 될 만한 약점을 60초 만에 모두 포착한다. 동업자로서 완벽하다"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찰리의 접근법은 독창적이고 복잡해서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윤곽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의 명확성은 인간 행동의 패턴과 비즈니스 시스템 그리고 다른 수많은 과학 분야를 공부한 끝에 힘들게 얻은 결실이었다.
찰리는 준비성, 인내심, 절제력, 객관성을 가장 근본적인 투자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찰리의 투자 성향 중 하나는 자주 매매하지 않는 것이다. 찰리는 이것을 깔고 앉는 투자라고 부른다. 이 투자를 하면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도 줄고, 헛소리를 적게 듣게 된다. 또한 그는 포트폴리오에 3종목만 들어 있으면 충분히 분산된 것으로 보았다.
찰리는 피해야 할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그다음 주어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긍정적 단계를 고려한다. 전망 없는 부분은 즉각 제거하고, 좀 더 생산적인 부분에 시간과 주의를 투입한다. 투자를 Yes와 No와 이해하기 너무 힘듦이라는 3개의 바구니로 보는 것이다. ○ X △! 나도 동그라미인 Yes 바구니만 검토하면 된다니까 아주 간단해 보인다. 물론 Yes 바구니에 담길 것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말이다.
찰리는 작은 금 알갱이를 찾기 위해 수많은 모래를 걸러내는 사금 채취 방식이 아닌 땅 위에 뻔히 놓여 있는데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 커다란 금덩어리를 찾아낸다. 리스크가 적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후보를 고른다. 언제 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몇몇 대단한 종목을 사서 길게 간다. 어쩌면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11강에서 심리학 분야의 사고 모형을 적용해 오판을 초래하는 25가지 흔한 원인을 설명한다. 아주 똑똑한 사람도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완전 바보 같은 실수를 한다. 어리석은 실수는 절대로 완전히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오판의 심리학(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경제학자 제이컵 바이너는 많은 학자가 송로버섯 탐지견과 같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오직 하나의 제한적인 목적을 위해 훈련받고 번식한다. 그래서 오판의 심리학을 아는 것과 지식의 통합인 통섭이 중요해진다. 이런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만 확실히 알아도 주식투자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보상/처벌 과잉 반응 경향
(Reward and punishment super response tendency)
벤저민 프랭클린은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하라고 했다. 즉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준다거나 이득이 클 때는 앞뒤 안 가리고 일단 하고 본다. 처벌도 그렇다. 음주운전 벌금이 1억이라면 아무도 음주 운전을 안 할 것이다.
디저트를 먹기 전에 먼저 당근을 먹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규칙으로 보상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즐겁지는 않지만 필요한 업무를 먼저 하고 즐거운 업무를 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보상은 가장 잘 통한다.
2. 호감/애정 경향
(Liking/Loving tendency)
↔ 3. 미움/혐오 경향
(Disliking/Hating tendency)
이쁜 사람은 뭘 해도 다 좋게 보이고 미운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다 밉게 보인다. 나도 한 번 아니다 싶은 사람은 그 사람의 좋은 면이 있어도 안 보려고 했기 때문에 너무 이해된다.
4. 의심 - 회피 경향
(Doubt-Avoidance tendency)
우리 뇌는 의심을 빨리 제거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사실. 그래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기에 당하기 쉽다.
5. 비일관성 - 회피 경향(Inconsistency-Avoidance tendency)
우리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즉 이 비일관성 회피 경향 때문에 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갖지 않는 게 훨씬 쉽다는 말이다. 이 경향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호구를 만들어 이득을 취한다.
6. 호기심 경향
(Curiosity tendency)
호기심은 다른 심리적 경향에 따른 나쁜 결과를 막거나 줄여준다. 게다가 오랫동안 풍부한 재미와 지혜를 제공한다. 유일하게 좋은 경향이다.
7. 칸트식 공정성 경향
(Kantian fairness tendency)
칸트의 정언명령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명령이다. 서로 양보하거나 줄서기는 공정한 나눔이다. 이를 어기면 적대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8. 시기/질투 경향
(Envy/Jealousy tendency)
워런 버핏은 세상을 이끄는 건 탐욕이 아니라 시기라고 말했다. 예수님을 죽인 것도 시가와 질투였고,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고 시기와 질투였던 것을 보면 시기심은 본능이지 싶다.
9. 호혜성 경향
(Reciprocation tendency)
받은 대로 돌려준다. 은혜를 은혜로, 원수를 원수로 갚는 것이다. 이런 경향 때문에 뇌물수수가 안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받으면 결국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10. 단순한 연계에 영향받는 경향(Influence from mere associaton tendency)
단순히 비싸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명품은 비싸니까 좋다는 식이다. 프랭클린은 결혼하기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후에는 반쯤 감으라고 했지만 찰리는 있는 그대로 보고, 그래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평균적 특성이 한 사람을 신뢰성 있게 알려주지 않는다.
11. 단순한 고통 회피형 심리적 부인(Simple, pain avoiding psychological denial)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는 것이 단순한 고통 회피형 심리적 부인이다.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사실을 왜곡한다.
12. 과잉 자기 존중 경향
(Excessive self regard tendency)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나의 자녀와 심지어 사소한 소유물까지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강하게 선호한다. 그래서 객관적인 관점을 취하도록 스스로 강제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13. 과잉 낙관 경향
(Overoptimism tendency)
14. 박탈 과잉 반응 경향
(Deprival superreaction tendency)
우리는 상황이 좋을 때에도 과도한 낙관주의 경향을 드러내고, 작은 손실에도 비합리적일 만큼 격렬하게 반응한다. 특히 박탈 과잉 반응 경향은 도박꾼이 손실을 회복하려고 중독되게 만들고 경매에서 피해를 초래한다. 최선의 해결책은 버핏의 단순한 원칙을 따르는 것. 즉 도박장이나 경매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15. 사회적 증거 경향
(Social proof tendency)
생각 없이 주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원숭이는 보는 대로 따라 한다는 말처럼 남이 하거나 가지면 똑같이 하려고 하는 경향이다. 행위뿐 아니라 무행위도 사회적 증거 경향에 따라 우리를 오도한다.
16. 대비-오반응 경향
(Contrast misreaction tendency)
천만 원짜리 가방을 사면서 100만 원짜리 지갑을 바가지 쓰는 경우다. 그냥 간단한 대조의 느낌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원래 가격에서 가격을 높이고 크게 할인한 것처럼 광고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게 되는 경우다.
17. 스트레스-영향 경향
(Stress influence tendency)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더 빠르고 극단적인 반응을 유발하며 사회적 증거 경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벼운 스트레스는 시험 같은 것에서 성과를 개선하는 반면, 심한 스트레스는 사고 기능을 저하시킨다.
18. 가용성-오평가 경향
(Availability misweighing tendency)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을 과하게 평가한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체크리스트나 반증을 활용하고,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어떤 아이디어나 팩트가 더 많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9. 미활용-상실 경향
(Use it or lose it tendency)
쓰지 않으면 쇠퇴한다. 자신의 기술을 꾸준히 활용하는 체크 리스트로 조합해서 능숙해질 때까지 멈추지 말고 연습해야 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부실해졌음을 자신이 알고, 일주일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중도 알게 된다는 피아니스트 이그나치 얀 파데렙스키의 말처럼.
20. 약물-악영향 경향
(Drug misinfluence tendency)
21. 노화-악영향 경향
(Senescence misinfluence tendency)
22. 권위-악영향 경향
(Authority misinfluence tendency)
약물 악영향의 파괴력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매우 심각하다. 또한 노년이 되면 자연히 인지 능력이 쇠퇴한다. 노화를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또한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으로 뇌가 마비되므로 권력을 부여받는 자리에 앉을 사람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23. 헛소리 남발 경향
(Twaddle tendency)
사람은 중요한 일을 시도할 때 쓸데없는 말을 하고 헛소리를 늘어놓아 큰 피해를 자초하곤 한다. 헛소리를 늘어놓는 말 많은 사람은 중요한 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현명한 관리다.
24. 이유-존중 경향
(Reason respecting tendency)
우리는 이유-존중 경향이 너무 강해서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도 잘 따르는 경우가 많다. 복사기 앞에서 '제가 복사를 해야 하니까요'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자 먼저 복사를 하게 해주었다. 이런 경향은 사이비 종교나 광고 제작사에서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상사가 지시 전에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아주 현명한 관행이다.
25. 롤라팔루자 경향
(Rollapalooza tendency)
특정한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여러 심리적 경향이 결합해 극단적 결과를 내는 경향을 말한다.
이 25가지 오판의 심리학 중에서 호기심 경향은 오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롤라팔루자 경향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는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이런 오판의 심리학이 작용한다. 이것을 알아야 투자에서도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남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근거 없는 믿음을 걸러내는 비판적 사고를 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보게 해 준다. 이것은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이다.
특히 사기나 영업에 안 넘어가려면 평상시에 스스로의 행동부터 분석해 봐야겠다. 나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소위 호구인데 이 오판의 심리학 25가지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나도 스스로가 납득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해 보고 싶다.
찰리는 "내가 다른 데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행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그 역시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것이다. 다만 아버지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었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게 풀어낼 수 있었을까?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어쩌면 그의 독창성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찰리 멍거의 학습 열정과 겸손함과 끊임없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12/pimg_7913331534527112.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