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부족해서 변명만 늘었다
박현준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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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탈피하거나 해결되어야 하는 기갈 같은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나누거나 없애려고 할수록 시시하게 퇴색될 뿐.

<사랑이 부족해서 변명만 늘었다>는 우리가 읽으면서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박현준 작가님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실천해 관한, 부족한 사랑이 아닌 진심 어린 사랑에 대한, 변명이 아닌 배려가 느껴지는 수필집이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열심히 사전도 찾고 처음 들어본 음악들은 검색해서 감상도 하며 모처럼 느긋하게 여유로움을 즐겼다.

고마운 졸작

저자의 졸작에 대한 예의는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사람들이 명작을 알고 싶은 것처럼 졸작을 만나러 가는 기꺼운 마음 역시 앎에 대한 욕구다. 왜 졸작이 되었는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싶다는 것이다. 졸작은 반면교사가 되어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이토록 이롭고 고마운 졸작은 낭비가 아니라 단비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단비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정말 황당한 졸작을 만나면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짜증도 난다. 아니 이런 글을 돈 주고 사라는 건지? 아무리 독자를 호구 취급을 해도 그렇지 하며 말 솜씨 없는 나도 이때만큼은 매우 창의적으로 비하의 말이 우수수 튀어나온다.

그런데 단비라니... 이 책을 통해 나는 모든 졸작에 대한 예의를 배웠다.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은 졸작이든 명작이든 그 나름대로의 향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각자 그 나름대로 다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부터 졸작을 만나는 시간은 낭비가 아닌 단비로 내릴 것이다.

친절 거두기

나는 친절을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고 배워서 친절을 거두라는 제목에 깜짝 놀랐다. 이것은 친절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고 과다한 친절을 거두라는 말이었다. 이번에 제주항공 사고를 통해 어떤 여배우가 SNS에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이상했다. 그럼 누구는 죽어도 된다는 거냐고 날을 세운 것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은 과도한 친절의 말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살아있는 자의 우월감 같은?

직업도 그렇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하는 과도한 친절에는 그들을 향한 동정심과 선량한 자신을 향한 우월감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3D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안도감까지 섞여있다고. 작가님이 이렇게 짚어주니 과도한 친절이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나도 처음 알게 되었다.

모두가 다 필요하고 소중하고 떳떳하고 훌륭한 역할이자 직업이자 존재이자 삶이다. 머리를 쓰는 일이든 몸을 쓰는 일이든 모두 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쓰면서 일한다고 고상한 척할 필요도 없고, 몸을 쓰면서 일한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저분들이 힘들게 일해 주시니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가르침도 불필요하다. 무턱대고 호의를 베푸는 동정은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 과도한 친절을 거두라고 한 것이다. 정말 눈물이 핑 돌 만큼 맞는 말이다!

무감각의 제국 1, 2차 보고서

친절 거두기와는 달리 파트 1과 파트 2에 나누어서 꼼꼼하게 기록한 무감각의 제국 보고서에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예들이 세세하게 나와 있다. 여기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층간 소음이나 개 짖는 소리, 밤늦게 울리는 악기 소리, 새벽에 세탁기 돌리는 소리 등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식당 가면 소음방지 패드를 부착하지 않아서 나도 의자를 드르륵 끌게 된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는 일부러 의자를 살짝 들어서 넣는다. 그러나 아예 의자도 넣지 않고 나가는 사람도 많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에서 본인이 먹은 음식은 다음 사람이 치우라고 그냥 놓고 가시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키오스크의 발달 때문인지? 요즘은 거의 사라진 진귀한 풍경이다.

반찬통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식탁 위에 벌여 놓는 사람, 열차나 버스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칼이나 가위를 건네며 자기가 손잡이 쪽을 잡는 사람, 뒤에서 차가 오는 거 모르고 걸어가는 사람에게 장음으로 클랙슨 울리는 사람, 숙박업소 객실 물품을 가져가거나 개판으로 어질러 놓고 퇴실하는 사람, 셀프 코너 반찬 가져다 남기는 사람, 공유 전동 킥보드를 아무 데나 내던져 놓는 사람, 마트에서 사려던 물건 안 살 때 제자리에 가져다 놓지 않는 사람...

남에 대한 과다한 친절은 거두고, 아주 작고 사소한 배려를 강조하는 저자에게 나도 1000% 공감했다. 사소한 배려는 결코 우월감도 아니고 그저 함께 사는 사회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저자는 꽃들에게도 미안해서 꽃을 피해 담배를 피운다는데... 실내 슬리퍼만 신어도 층간 소음을 방지할 수 있는데... 뒤꿈치로 쿵쿵 걸어 다니는 어른, 운동장처럼 노는 아이들의 즐거움은 아래층에 사는 내게 돈 모아서 빨리 이사 가야지 하는 생각을 매일매일 강화시켜 준다.

미성년자는 건드리는 게 아니다

너무나 재밌었던 이야기이다. 작가님께서는 많이 당황스럽고 민망했겠지만 참 잘하셨다고 응원을 보낸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던 미성년자가 경찰에 걸렸다. 하지만 많이 불량한 학생들이었던 것 같다. 남자 경찰이 어린 학생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여경은 옆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저자는 호기롭게 나서서 남자 경찰의 위신을 살려 주려고 어린 학생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너무나 무서운 어린 학생들에게 오히려 제압을 당한다. 그래도 경찰들에게 마음만은 정해진 것으로 만족하고 빨리 그 자리를 떴다. 그래서 미성년자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말의 의미를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하핫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매일 발전하지 않으면 패배자라고 스스로 인식한다. 하지만 저자는 실패는 짐이고 성공은 그보다 더 큰 짐이라고 주장한다. 너무나 멋진 말이다. 괜히 더 큰 짐을 떠안지 말라는 말인데 이게 은근히 힐링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취급하니까 뭐라도 움직이고 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맞이하는 절반의 안정과 발전하지 않는 고요에는 묘한 달콤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시도하지 않았다는 나 자신의 자주적 선택이라는 최후의 보루는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정당성과 위안을 가져다준다. 시도하지 않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오늘은 그래서 더 평온하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래를 위해 사는 것은 사절한다.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고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상에서의 평온함을 느끼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다. 오늘도 하늘 한 번 바라보는 여유로운 삶이 되시기를.

나는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왠지 그곳을 따라가다 보면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해 무던히도 닿고자 했던 내 슬픔들의 기원이 한데 모여 그리움의 소실점을 이루고 있을 것만 같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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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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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다 여겨지는 것들에 궁금증을 품을 줄 알면 더 많은 것들에 관심이 가고 알고 싶어집니다.

<단어가 품은 세계>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우리나라의 순수한 한글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의 말을 품고 오랜 세월의 흔적도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교수님께서 옆에서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은 말하는 사람의 인격도 품나 보다. 읽는 내내 나도 마음도 차분해지고 지성의 향기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준다고 하셨는데, 내용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천천히 음미하며 읽다 보면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래서 읽어주셨나 보다. 게다가 품격있게 말하는 것이 이런 것이란 걸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읽는 사람 역시 교수님 말투와 학구열에 전염된다.

저자의 고향은 대전이라고 한다. 대전역은 가락국수가 전국적인 명물이었다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가락국수 대신 성심당이라는 빵집이 유명하다. 지금도 맞춤법 검사를 하면 우동의 순화어가 가락국수로 나온다. 하지만 엄연히 가락국수와 우동은 다른 국수 종류이므로 맞춤법 검사도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돈가스의 순화어가 돼지고기 너비 튀김, 저육(猪肉) 카틀리트, 포크 스틱이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돈가스는 원래 돼지 돈(豚)에 영어 커틀릿(cutlet)을 일본식으로 읽은 카츠레츠의 앞부분 -가스(카츠)를 붙인 것이다. 이 건 아무리 순화하려고 해도 안 돼서 지금까지 돈가스라고 한다. 그래도 시보리는 물수건, 요지는 이쑤시개, 다마네기는 양파, 와리바시는 나무젓가락 또는 일회용 젓가락, 뎀뿌라는 튀김으로 바뀌어서 좋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얼룩 송아지는 젖소다. 말랑 카우 비닐 봉지에 있는 홀스타인 젖소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얼룩백이소 또는 얼룩소는 칡소를 말한다고 한다. 호랑이처럼 줄무늬를 가진 소이다. 사진을 보니 이런소도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칡소와 함께 우리나라에 검은 소와 하얀 소도 있었단다. 하지만 누런 소인 황소를 한우로 규정하면서 다른 색의 소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황소도 누런 소가 아니고 원래 뜻은 큰 수소라는 뜻이다. 영어도 황소를 검색하면 bull이라고 나온다.

소고기 제비추리가 제비의 꼬리 모양을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추리는 초리가 바뀐 말이고, 초리는 눈초리처럼 가늘고 뽀족한 끝부분을 말한다. 뒷목덜미의 제비추리, 제비추리 같은 수영, 제비추리 댕기 등도 있다.

돼지고기의 갈매기살도 고기에 갈매기 비슷한 무늬가 있어서 그렇게 부르나보다 했다. 그런데 갈매기는 '가로막'이라는 말이 변한 것. 가슴과 배 사이는 횡격막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횡격을 우리말로 가로막이라고 한다. 그래서 돼지의 가로막에 붙은 근육을 가로막이 살이라고 불렀다. 가로막이가 가로매기가 되었고, 가로매기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되자 잘 아는 단어인 갈매기로 바꾸어 쓰게 된 것이다.

삼겹살 하면 생각나는 상추를 옛날에는 와거 또는 부루라고 불렀다.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부근으로 추정되는 곳에 있던 '와"나라에서 들어온 '와채'에서 상추와(萵)와 상추 거(苣)라는 한자를 만들어 와거(萵苣)라고 했던 것. 지금도 지역에 따라 부루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부루가 문화어로 인정되어 상추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

부루라는 말을 들으니 부추가 생각난다. 대전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한다. 시장에서 정구지라는 말을 보고 왜 부추를 정구지라고 하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부추는 정(력)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고 정구지(精久持)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는데 이런 것을 민간어원설이라고 한다.

상추는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라 상추라고 추측하는 것 역시 민간어원설이다. 상추는 생채(生菜)라는 한자어가 변화해서 만들어진 단어다.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인데 그 발음이 상치, 상추로 바뀐 것이다. 현재 생채는 익히지 않은 나물이라는 뜻의 무생채 같은 식으로만 사용된다.

갈매기살 설명에서 나는 ㅣ모음 역행동화라는 국어 상식도 다시 배웠다. 뒤의 음절에 ㅣ모음이 오면 앞 음절로 ㅣ모음이 똑같이 가는 동화현상이다. 아기에서 기에 ㅣ모음이 있으니까 앞에도 ㅣ모음이 붙어 '애기'가 된다거나 창피에서 뒤에 ㅣ음절이 와서 똑같이 앞에도 ㅣ모음이 붙어 '챙피'가 되는 식이다.

ㅣ모음 역행동화는 냄비나, 올챙이처럼 굳어진 단어 외에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와 핵교의 차이를 생각할 때마다 ㅣ모음 역행동화 생각이 날 것 같다. 학교는 다니는 것이고, 핵교는 댕기는 것이다!

아파트 현관문 고정하는 장치에도 이름이 있다는 사실! 노루발이라고 한다. 노루의 발처럼 생겨서 노루발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미싱에서 노루발같이 생긴 것 이름으로만 알았는데 문에 부착하는 것도 노루발 또는 말발굽 도어 스토퍼, 문 고정대 등으로 불린다. 노루 발굽을 검색해 보니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나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그런데 실은 양잿물이 뭔지는 모른다. 잿물이니까 더러운 물인가 생각했다. 옛날에는 지푸라기나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 위에 물을 붓고 그 물을 받은 잿물을 사용해서 옷을 빨았다고 한다. 재 속에 있었던 알칼리 성분이 녹은 잿물은 강한 알칼리 용액이 되는데 이것이 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수산화나트륨이 수입되어 이것으로 빨래를 하게 되었는데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이라는 의미에서 양잿물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양잿물이란 수산화나트륨이다. 하지만 피부에 닿으면 피부가 녹을 정도로 강한 염기성이라 위험해서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그러니까 공짜라도 양잿물은 마시면 안 되겠다. 알고 보니 더러운 물도 아닌 독이었던 것!

무거운 동이 말고 가벼운 양철이나 양은으로 만든 동이를 양동이, 서양(洋)에서 들어온 발에 신는 버선이라는 뜻의 버선 말(襪) 자를 써서 서양 버선이란 의미로 양말, 서양 물건을 거래하는(行) 곳이라는 뜻의 양행(洋行), 서양 석회인 양회(洋灰, 시멘트), 서양 정장은 양장(洋裝), 은행은 정말 은(銀)을 거래하는 곳이었다.

예전에 2호선 중에 신촌역과 신천역이 있었다. 엄청 헷갈렸는데 신천역이 잠실 新(새 신), 川(내 천)을 훈독하여 새내라는 이름을 되살려서 삼성역 다음에 있던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뀐 것도 알았다. 그리고 같은 지역은 아니지만 3호선에 신사역이 있어서 신사(新寺)의 옛 이름인 새절을 취한 새절 역도 6호선에 있다. 애오개=아현, 노들=노량, 한티=대치라는 역이름에 대한 것도 알게 되었다.

얼굴이 열 일한다는 열 가지 일이니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열심히 일한다의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일요일인 오늘도 열 일한다고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다가 열공이니 열심히 일한다는 열 일이 된 것인데 나는 아직도 많은 일을 한다는 뜻 같다. 그리고 정수기와 같은 가전제품은 렌탈이지 책이 아니므로 구독이라고 쓰면 안 된다.

고어가 나오는 부분은 좀 어렵게 느껴졌지만 천천히 읽다 보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려운 말은 없다. 이 책에는 다양한 자료와 사진이 실려있어 이해를 돕는다. 예쁜 사진을 보고 슬펐던 건 '며느리밥풀꽃'이었다. 너무도 예쁜 하얀 두 개의 밥알 모양 꽃 술을 가진 핑크색 꽃이다. 며느리가 밥이 잘 되었나 밥알 몇 개를 맛보다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었다. 그 무덤에서 붉은 입술에 밥풀을 머금은 듯한 꽃이 피어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생활 속에서 여기저기 만나는 단어들 뜻이 궁금해서 자꾸 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단어를 소중히 여기고 관심을 갖는 일은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국어를 사랑하는 줄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의미가 알고 싶어졌다.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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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입시생 중등 필독서 - 상위 1%로 이끌어주는 문학·비문학 독해력
박은선.배혜림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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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읽은 책의 10%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기억해야 한다.

이지영 쌤의 명언이다. 한 권의 책은 한 문장으로 기억하기. <SKY 입시생 중등 필독서>는 이렇게 한 문장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중학생들이 SKY를 가기 위한 필독서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인생을 위한 필독서도 된다. 나는 적어도 여기에 나온 50권은 다 읽고 싶었다.

내가 몇 권을 읽었나 봤더니 5권... 문학작품 25권 중에 모모, 꽃들에게 희망을,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4권을 읽었다. 비문학 작품 25권 중에서는 역사의 쓸모 1권을 읽었다. 내 평생 읽은 책이 중학생보다 부족한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곁에 두고 한 권씩 도장 깨기에 도전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제목만 듣고 어떤 내용인지 몰랐던 책들의 내용도 알 수 있어 더 좋았다.

중학생이 고등학교 필독서를 당장 읽을 수는 없다. 독서 역량은 갑자기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소개해 준다. 당연히 나의 눈높이에도 잘 맞는다. 나도 갑자기 어려운 책을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문학 분야는 특히 더 어렵다. 자녀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대신 부모님이 책을 읽는 모습도 보여주고 질문도 많이 해 보면 어떨까?

책의 구성은 <좀머 씨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겠다. 먼저 책 제목과 출판사. 출판 도서 분야 : 문학 > 수필, 관련 과목 : 국어 그리고 모든 책을 기억하기 쉽게 한 줄 요약이 나온다. 이 부분이 이지영 쌤이 책을 한 줄로 기억하라는 부분이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이 책을 기억하면 된다. 게다가 책의 내용과 연관된 귀여운 그림까지 있어서 여유로움을 더한다.

내용 이해 개념 쏙쏙 코너에서는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좀머 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독일군이거나 유대인 박해를 받다 살아남은 유대인 중 하나일 것이다. 전쟁의 충격으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매일 산책을 하는 그는 남들의 관심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라고 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그렇다. 나도 그랬다. 모든 일에 어른들이 간섭하는 것은 싫다. 엄마는 사랑하지만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는 싫었다. 부모가 보기엔 부족하더라도 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를 믿어주기보다는 너는 왜 그 모양이냐는 실망의 말을 먼저 했다. 아마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몰라서였을 것이다. 아이들 역시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이다.

그러니 독서도 강요하면 안 된다. 나는 아들이 책을 하도 안 읽어서 내가 너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좀 빌려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아들에게 책을 빌렸다. 도서관은 처음 가봤다고 한다. 계속 책을 빌려주던 어느 날, 하도 심심해서 빌린 책 중에 니체 책을 읽었단다. 옛날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한 것에 감동했다고. 이렇게 해서 지금은 학교 공부와 독서를 병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 권을 읽기 전에, 먼저 <SKY 입시생 중등 필독서>를 보거나 함께 읽으면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으면 좋은지, 문학 작품을 읽는 관점에 대한 팁도 있다. 7언율시와 7언절구, 머피의 법칙, 플라세보와 노세보 효과 등 책에 등장하는 기초 지식도 나와 있어 일부러 사전을 찾지 않아도 된다.

깊이 보고 넓게 읽기 코너는 '심화활동'과 '함께 읽기'로 구성되었다. <좀머 씨 이야기>를 계속 예로 들어보겠다. 심화활동은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격려가 부담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려 보고 친구와 부모님과 이야기해 본다거나 2차 세계대전에 대해 조사해 보는 등의 활동이 나와있다. 여기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더해본다. 당시의 사회상, 작가의 의도와 가치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갈등, 현재 사회와의 비교 등 친구들과 또는 독서 모임에서 나눔 하기도 좋다.

함께 읽기에 소개된 손도끼, 창가의 토토, 마음의 온도는 몇 도 일까요, 철학 통조림, 데미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앵무새 죽이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레미제라블, 아홉 살 인생 등 나도 못 읽어 봤지만 제목은 들어본 책이 수두룩하다. 나는 함께 읽기에 나와 있는 연관 도서 추천이 정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연계 독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문학 책 소개도 문학 작품 소개만큼 유용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최소 이 정도는 중학생들이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도 꼭 챙겨 읽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독서는 모든 것의 기본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하다 보니 저절로 문해력이 갖추어져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할까. 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할까. 그저 생각만 열심히 한다고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지식을 넓히고, 간접 경험을 해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져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도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열심히 책을 읽다가 중학생이 되면 국영수 따라가기도 빠듯해서 책 읽기를 뒷전으로 미루는 순간 SKY는 멀어진다. SKY를 꼭 가야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그것을 찾기 위해서라도 공부와 독서는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갑자기 어려워지는 지문 때문에 중학생 때 책을 더 읽을 걸 후회하지 말고, 어릴 때부터 꾸준히 독서를 계속하자. 그래서 문해력이 높아지면 처음 보는 수능 지문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제는 독서를 게을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당장은 독서가 쓸모없어 보이지만 지적인 역량은 은근한 내공이 된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때 조금 책을 읽은 이후로는 평생 책과 인연을 끊고 살다가 2023년 초부터 독서를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커녕 내 의견이나 생각이 뭔지 조차도 모르고 살았다. 그 누구도 어른이 된 나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내가 책과 함께하는 인생을 살았다면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게 아니라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냥 책만 읽으면 남는 것이 없다. 모든 책을 한 줄로 기억하라고 하는데 그마저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럴 때 기록이 힘이 된다. 서평단은 책을 읽고 서평을 SNS에 올려야 한다. 그래서 반강제로 이제까지 책을 읽은 것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2년 정도 지나니, 내가 이 땐 아예 이해력이 제로였구나... 서평이 아니라 본문을 그냥 베꼈었네.... 모르는 단어만 열심히 찾고 내 생각이 없었네... 하며 내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도 블로그를 만들어서 스스로 서평을 기록하면 좋겠다. 초등학생도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각자 서평을 써서 올리고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블로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누구나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초중고 시절의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도 꾸준히 책을 읽게 되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평생 책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행복에는 책이 박카스다.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 중에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만큼 값진 것은 없지 싶다. 처음에는 스스로 재미를 붙이기까지 부모님이 옆에서 포기하지 않게 격려해 줘야겠지만 나중에는 혼자서도 탄력이 붙어서 재밌어서 책을 읽고 기록하게 될 것이다.

모든 책은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생각하며 읽는 것이 좋다. 이 책이 모든 책을 한 줄로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것을 내 경험에 비추어 공감해 보거나 내 생활에 적용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책을 읽을 때는 시처럼 소리 내어 읽는 것도 뇌를 자극해서 좋다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해 주는 책을 아이가 녹음해서 YouTube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어린 시절 목소리를 몇십 년 후에 가족과 함께 들으면 감격일 듯?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초중고 시절을 책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먼저 책을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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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사람들을 위한 수학책 - 26가지 수학 원리로 가볍게 익히는 수 감각
에디 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반반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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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학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에디 우

수학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게임 같았던 저자는 수학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본인이 경험한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은 물론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수학을 이용한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 신기하다. 정말 그런지 직접 그려보고 계산 해보며 감탄하며 읽었다. 책장을 덮으니 왠지모를 감동과 뿌듯함이...

수학자는 수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가 아닌 다양한 모양을 배우는 기하학이나 도형의 기본 성질을 연구하는 위상수학처럼 수를 다루지 않는 분야도 있다. 위상수학은 지하철 노선도를 생각하면 된다. 거리가 다 다를 텐데 노선도는 모두 거리가 같다. 기본 성질은 늘리거나 줄여도 똑같다는 위상수학을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모든 수학자는 무엇을 연구할까? 패턴이다. 기하학과 위상수학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두 개의 홀수를 더하면 항상 짝수가 된다는 규칙성이다. 저마다 다른 현상들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4장 번개와 혈관의 기하학에 관한 내용이 너무 신기했다. 번개가 어떻게 혈관과 모양이 이렇게 비슷할까? 프랑스 수학자 망델브로(B. Mandelbrot)는 해안선 길이를 측정하다가 프랙털 기하학을 생각해 냈다. 수많은 파편으로 부서진 것처럼 보이는 이 형태를 프랙털(fractal)이라고 한다. 프랙털은 조각난, 부서진 이란 뜻의 라틴어 fractus에서 유래했는데 아주 작은 부분도 전체 모양과 똑같이 생긴 게 신기했다.

혈관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혈액을 분배하고 번개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분배한다. 우리 몸이 계속 살아 움직이기 위해 프랙털 구조를 띠듯, 번개도 전기를 효율적으로 방출하기 위해 구불구불하게 갈라지는 프랙털 모양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부모를 닮는 것도 프랙털일까?

6장은 경이로운 무리수 e에 관한 것이다. 무리수(無理數, irrational number)가 뭔지 찾아보니 비이성적인 수다. 옛날 수학자들은 분수나 소수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수가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가 이렇게 한없이 계속되면 이치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럼 반대는? 이치에 맞는 이성적인 유리수(有理數, rational number).

나도 π(파이)는 안다. 3.141592... 그럼 이 원주율 파이 값은 무리수일까? 유리수일까? 당연히 이치에 안 맞는 무리수다. 끝이 없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럼 무리수는 파이만 있을까? 아니다. e가 있다! e라니, 인터넷? 그게 아니고 지수를 뜻하는 exponential의 머리글자이자,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이름을 딴 (e)Euler's number(오일러의 수)의 수 e다.

5장에서 '복리 이자는 한없이 커질까?'의 계산 값은 1초마다 복리를 적용했을 때 2.71828178... 이었다. 무리수 e 값은 e=2.718281828459045.... 뭔가 너무 신기하다. 그럼 면세점에서 파는 길리앙이나 고디바 같은 초콜릿을 떠올려 보자. 실수로 이 초콜릿을 쏟았을 때 원래 있던 자리에 초콜릿을 넣을 확률은? 나는 당연히 계산 못한다. 왜냐하면 초콜릿이 4개만 들었어도 24가지 방법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냥 책에 나와 있는 계산을 보았다. 4개가 전부 엉뚱한 자리에 놓일 경우의 수는 9가지, 24가지 중 9가지라면 확률은 37.5%다.

그럼 5개면? 경우의 수는 120가지, 엉뚱한 자리에 놓일 경우의 수는 44가지,

확률은 36.66666...%다.

7개면 36.78571...%,

9개면 36.78791...%,

10개면 36.78794...%...

이제 계산기에 100÷ e를 입력한다.

그러면 100÷ e=36.7879441171...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게 뭐? 화학을 알면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에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이 똑같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학을 알면 저마다 다른 현상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π와 또 하나의 파이φ가 있다! φ(파이)란 황금 비율이다. 황금 지팡이같이 생기기도 했다. 황금 비율이란 1.6180339887...에 가까워지는 무리수다. 황금 직사각형은 1: φ(1.618)에 가깝다. 나도 카드를 꺼내서 길이를 재고 긴 변을 짧은 변으로 나눠 보았다. 8.6 ÷ 5.3 = 1.62264150... 이었다. 정말 1.6에 가까운 값이 나온다. 해바라기 속 모양도 이 황금비율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황금비율 1.618은 피보나치수열과도 관계가 있다. 피보나치수열은 0과 1로 시작한다. 바로 앞의 두 수를 더한 값이 계속 이어지는 식으로 나열된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피보나치수열의 수들을 바로 앞의 수로 나누면 황금비율이 나온다. 그래서 피보나치수열을 황금 수열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한다.

저자가 수학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상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만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커피숍이 최대 이윤을 내려면 커피 한 잔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집에서 회사까지 가면서 2군데를 들러야 한다면 가장 빠른 경로는 무엇일까? 이런 생활 속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응용수학(applied mathematics)이라고 한다.

실질적인 목적만 가지고 음악가들이 음악을 만들지 않듯, 뚜렷한 목적이 없는 것은 순수수학(Pure mathematics)이라고 한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생활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순수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즐기는 루빅스 큐브, 퍼즐 놀이, 종이학 접기, 숫자 퍼즐 푸는 일을 생각하면 된다. 실생활에 도움을 주진 않지만 즐거운 수학적 유희다.

매듭 이론은 유전자 암호의 비밀을 밝혀 줄 열쇠를 쥐고 있다. 몸에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를 모두 꺼내 길게 늘어놓으면 740억 km, 즉 지구에서 태양까지 250번을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 이걸 계산해낸 사람도 대단한 것 같다. 우리 몸속 세포들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매듭을 풀었다 묶었다 하며 쉬지 않고 움직인다. 우리 삶이 매듭 이론에 달려 있는 셈이다. 나는 DNA가 매듭 이론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기로 했다.

온라인 지도나 내비게이션은 데이터를 통한 패턴 수집으로 한 확률 모델을 만들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소요 시간을 예측하는 거였다. 내비게이션도 수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니... 게다가 핸드폰 배터리 잔량 표시를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왜 정확하지 않은지를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수학 시간에 어려워했던 미적분이라는 말이 나와서 열심히 이해해 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미적분이 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미적분은 '양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알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이라는 2개의 양이 있을 때 1시간에 몇 km를 이동할까? 이때 미적분을 쓴다.

수학자들은 간단히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변화량을 그리스 알파벳 Δ δ델타로 나타낸다. 델타는 그리스어의 차이 διαφορά (diaphora)에서 유래했는데 어떤 값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두 값의 차이로 정의되므로 변화량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한다. 대명사가 명사를 대신해서 쓴다면 숫자를 대신해서는 변수를 쓴다. 보통 x와 y로 나타낸다. 시간을 x로, 거리를 y라고 하면 거리의 변화량/시간의 변화량은 dy/dx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두 가지 양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나태내는 것이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시간 경과에 따른 전기 방출의 비율인 변화량을 알아내는 것이라 이런 미적분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류가 흐르는 속도에 따라 배터리 잔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한다. 하지만 예상치는 틀릴 때가 더 많다. 전기를 더 많이 잡아먹는 앱도 있고, 기온 변화도 있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속도 역시 늘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배터리의 전기 저장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오래되면 배터리가 빨리 닳았던 것. 백분율이나 건전지 모양의 배터리 양은 정확하지 않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 요긴하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잔여량 볼 때마다 미적분이 생각날 것 같다. 변화량 델타도.

카드 마술에 대수학이 들어간다는 것, 왼손잡이의 이점도 수학적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것, 진자 운동과 인슐린의 공통점에도 프랙털 구조가 숨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수학적 증명이 좋은 점은?

1. 싸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과학적 증명과 역사적 증명은 증거도 필요하고 실험하거나 발굴할 때 돈이 들지만 수학적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2. 누구나 할 수 있다. 논리라는 도구를 이용하므로 과학자나 역사학자라는 자격이 필요 없다.

3. 영원하다. 과학 이론은 새로운 실험이 등장하면 수정되지만 수학적 진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어떤 명제가 참이면 영원한 진리가 된다.

4. 응용이 가능하다. 한 가지 논리가 정립되면 그와 비슷한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 있다. 지각 삼각형이 제일 긴 빗변의 길이의 제곱은 직각을 낀 나머지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 정리는 이 세상 모든 직각삼각형에 적용할 수 있다.

수학을 할 줄 알면 어떤 분야의 문제도 풀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수학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접해 본 것으로 아주아주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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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브랜딩 습관 - 소규모 사업자가 처음 읽는 브랜드 책
흑상어쌤 지음 / 다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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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브랜딩은 나다움을 찾기 위해 나를 먼저 알아가는 것. 브랜딩은 나다움을 반영하기에 아름다운 것.

이 책은 브랜드와 브랜딩이 뭔지 궁금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그리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저자인 흑상어쌤을 예로 들면,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최대의 강점이 쉽게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이해한 브랜드와 브랜딩을 정의해 보았다. 브랜드는 상표(로고)이고 브랜딩은 브랜드를 알리는 모든 과정이다.

<하루 10분 브랜딩 습관>이라는 의미는 이 책 속의 소제목 하나를 읽는 데 평균적으로 10분이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인듯하다. 6개의 파트에는 5개의 소제목이 있고, 매일 하루 10분, 1달이면 브랜딩에 관해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40페이지에 있는 브랜딩 기초지식 레벨 테스트를 해 보자. 총 20문항. 나도 해 봤는데 0점이다! 하지만 아니다로 대답해도 동정 점수 1점을 주기 때문에 나는 20점! 나는 동정 점수가 있어서 0점이 아닌 20점을 받은 것에 감동했다. 작은 것이지만 저자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서이다. 20점인 나의 추천 활동은 브랜드와 브랜딩 기본 개념 이해하기와 기초지식 쌓기다.

책 내용은 크게 브랜딩의 기초와 실행 그리고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구성되었다. 소설책처럼 쭈욱 읽다 보면 저절로 브랜딩에 대해서 이해가 된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될 정도로 쉽게 쓰여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왜 브랜딩 책이 재밌지?' 이상했다. 이 책 전에 <N잡러를 위한 전자책 만들기>라는 흑상어쌤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었을 때도 너무 쉽게 이해가 돼서 당장 전자책 쓸 뻔했다.

표지에는 소규모 사업자가 처음 읽는 브랜드 책이라고 나와 있다. 1인 사업자, 소규모 비즈니스, 스타트 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브랜딩을 배운 적이 없거나 브랜딩 관련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브랜딩이라는 말이 친구처럼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처음 브랜딩을 접하는 분이 부담스럽지 않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부담 없이 재밌게 배웠으니 목표를 달성하셨다. 그리고 다른 분 서평에서도 자기 계발서인데 너무 쉽고 재밌었다는 의견이 있어서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이 책을 먼저 읽으면 높은 수준의 브랜딩 공부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소규모 사업자는 이 책에 나온 다른 소규모 브랜드들의 공통점을 참고로, 내가 운영하는 브랜드를 점검해 볼 수 있다. 브랜딩을 잘하는 브랜드가 꾸준히 지키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책 속에서 답을 찾아 기록해 놓자. 예비 창업자는 창업을 서두르기보다는 이 책으로 꼼꼼히 고민하고 체크한 다음 시작하기를 권한다. 흑상어쌤은 브랜딩을 비즈니스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끝없는 일관성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소비자에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관성을 유지하느냐가 브랜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내가 정의하는 브랜딩은 ○○○이라는 비전을 향해 ○○○와 같은 사람에게 ○○○라는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 ○○○에 각자 자신만의 브랜딩 정의를 써보라고 해서 나도 해 봤다. '내가 정의하는 내 블로그의 브랜딩은 무식 타파라는 비전을 향해 나처럼 독해력도 부족하고 단어 뜻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책 속에서 한 줄만이라도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자는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지만 흑상어쌤이 하라는 것은 다 해 보았다.

브랜드란?

상호, 로고, 자신을 대변하는 징표이자 나와 경쟁사를 구분하는 표현 방법이다. 우리 동네에 이비가 짬뽕이 있다. 이비가는 브랜드다. 손이 가는 게 아니라 입이 가는 것?

기억되지 않는 브랜드는 선택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수많은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오느는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내가 짬뽕하면 이비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이제 신규 도전자의 진입장벽은 누가 더 많이 어떻게 기억되느냐이다. 개인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나를 먼저 떠올린다면 경쟁자와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브랜딩이란?

브랜드에 -ing가 붙은 진행형이다.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들어 가는 모든 과정, 브랜드를 만들어 관리하는 과정, 소비자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활동,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일관된 경험을 하게 해주는 모든 활동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브랜딩의 결과는 구매다. 구매는 매출로 이어진다. 소비자에게 '무엇으로 우리 브랜드를 기억하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비가는 짬뽕이 정말 맛있다. 이비가의 강점이 내 기억 속에 짬뽕 잘하는 집으로 기억된다. 그러면 브랜딩을 잘 한 것이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꼈나 보다. 그래서 짬뽕 잘하는 집으로 유명해졌다. 그 과정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매출로 이어지는 활동이고 팔리지 않으면 브랜딩이 될 수 없다. 특히 소규모 비즈니스의 경우는 세일즈가 곧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브랜딩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브랜드의 성장은 브랜드에 어떤 정체성을 부여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브랜딩을 할 때 세 가지 마음가짐인 초심, 일심, 내가 먼저 주는 선심을 기억하자.

브랜딩을 브랜드를 만들어 알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브랜딩을 브랜드의 긍정적 경험과 인식을 심기 위한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결과는 다르다. 브랜딩은 왜 필요할까? 소규모 비즈니스라도 마케팅과 브랜딩의 방향을 잡고 작은 타깃에 집중하면 기존 강자들과 경쟁을 피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다. 나는 김밥? 하면 고봉민 김밥이 딱 떠오른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올라야 성장할 수 있다. 브랜딩 없이는 오래 가지 못해서 필요하다.

브랜딩에서 부정적 경험은 무관심보다 못하다. 어떤 식당에 갔는데 주인이 아주 불친절하다면 두 번 다시는 안 갈 것이다. 나도 한 번 가고 안 간 집이 몇 군데 있다. 그래서 내 브랜드는 긍정적이고 좋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브랜딩 해야 한다. 브랜딩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인데 사람 마음 얻기는 어려워도 잃는 건 한순간이다. 그래서 브랜딩의 가장 어려운 점은 초심을 지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브랜딩과 세일즈의 차이

텀블러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판다. 이 게 세일즈다. 내가 텀블러를 사려고 한다. A 회사의 텀블러와 락앤락 텀블러가 있다. 어떤 걸 살까? 당연히 락앤락이다. 왜? 내가 아는 상표니까. 이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팔지 않아도 팔리게 만드는 것이다. 브랜딩의 결과가 세일즈다. 브랜딩은 세일즈의 목적이기도 하다. 브랜딩이 되어 있으면 내가 세일즈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가 알아서 선택한다. 한마디로 브랜딩이 돈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

브랜딩은 브랜드의 비전에서 출발한다.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브랜딩은 장기적으로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모든 활동이다. 마케팅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활동이다. 둘 다 결과는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것이다.

브랜딩에서는 일관성 있는 마케팅이 중요하고, 마케팅에서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긍정적인 인식이 중요하다. 브랜딩은 장기적이고 마케팅은 단기간이 될 수도 있다. 브랜딩은 정서적이고, 마케팅은 활동적이다.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왜 내가 선택되어야 하는가? 브랜드를 경험하기 전 먼저 선택을 받아야 한다. 차이란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도 한 줄로 '브랜딩은 나답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보았다. 나다움은 아름답다. 브랜딩은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아름답다. 나다움이란 내가 나를 알아야만 가능하다. 이 책은 나다움을 발견하게 해준다. 브랜딩 이전에 나를 알아갈 수 있게 가이드 해 주는 책이기에 이 책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을 받아야 경험을 할 수 있고 많이 팔릴수록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다.

왜 차이가 생기는가?

관심사가 어디로 향해 있나? 이 말은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삼겹살 먹으러 갔는데 셀프바에는 상한 듯한 떡과 만두가 있고, 시든 상추와 깻잎이 있었다. 손님 보고 시들고 상한 음식 먹으라는 건지? 어떤 곳은 셀프 바애 김치와 깍두기만 있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나는 어디를 또 갔을까? 이것이 차이다.

주인의 관심사가 진심으로 소비자를 향해 있는데 그 집이 잘 안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마음은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소규모 비즈니스 브랜딩의 장점은 소비자와 관계 맺기가 쉽고 빠른 점이다. 개성 있는 매력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보여 주고 일관성으로 신뢰를 얻자.

퍼스널 브랜딩의 예로, 정리의 신 곤도 마리에와, 화장품을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 블로거, 아이들의 영양가 있는 도시락 만들기에 진심이었던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속할 수 있는지가 퍼스널 브랜딩의 첫걸음이다.

약돌 며느리와 남해 북스테이 고요별서, 그리고 노인을 위해 쉽고 빠르게 근육량 늘리는 슬로우 필라테스 윤진쌤의 성공 사례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유지하며 배우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한 노력과 실행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전문 용어도 정리해 주시고, 비즈니스 론칭 액션 플랜 등 실질적인 전략 소개도 해 주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흑상어 쌤이 읽으신 브랜딩 책을 추천해 주시는데 내가 읽은 책은 무려? 0권! 책에는 동정 점수가 없다...ㅎㅎㅎ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의 답이 되어야 한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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