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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사람들을 위한 수학책 - 26가지 수학 원리로 가볍게 익히는 수 감각
에디 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반반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수학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에디 우
수학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게임 같았던 저자는 수학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본인이 경험한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은 물론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수학을 이용한 것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 신기하다. 정말 그런지 직접 그려보고 계산 해보며 감탄하며 읽었다. 책장을 덮으니 왠지모를 감동과 뿌듯함이...
수학자는 수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가 아닌 다양한 모양을 배우는 기하학이나 도형의 기본 성질을 연구하는 위상수학처럼 수를 다루지 않는 분야도 있다. 위상수학은 지하철 노선도를 생각하면 된다. 거리가 다 다를 텐데 노선도는 모두 거리가 같다. 기본 성질은 늘리거나 줄여도 똑같다는 위상수학을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모든 수학자는 무엇을 연구할까? 패턴이다. 기하학과 위상수학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두 개의 홀수를 더하면 항상 짝수가 된다는 규칙성이다. 저마다 다른 현상들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4장 번개와 혈관의 기하학에 관한 내용이 너무 신기했다. 번개가 어떻게 혈관과 모양이 이렇게 비슷할까? 프랑스 수학자 망델브로(B. Mandelbrot)는 해안선 길이를 측정하다가 프랙털 기하학을 생각해 냈다. 수많은 파편으로 부서진 것처럼 보이는 이 형태를 프랙털(fractal)이라고 한다. 프랙털은 조각난, 부서진 이란 뜻의 라틴어 fractus에서 유래했는데 아주 작은 부분도 전체 모양과 똑같이 생긴 게 신기했다.
혈관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혈액을 분배하고 번개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분배한다. 우리 몸이 계속 살아 움직이기 위해 프랙털 구조를 띠듯, 번개도 전기를 효율적으로 방출하기 위해 구불구불하게 갈라지는 프랙털 모양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부모를 닮는 것도 프랙털일까?
6장은 경이로운 무리수 e에 관한 것이다. 무리수(無理數, irrational number)가 뭔지 찾아보니 비이성적인 수다. 옛날 수학자들은 분수나 소수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수가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가 이렇게 한없이 계속되면 이치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럼 반대는? 이치에 맞는 이성적인 유리수(有理數, rational number).
나도 π(파이)는 안다. 3.141592... 그럼 이 원주율 파이 값은 무리수일까? 유리수일까? 당연히 이치에 안 맞는 무리수다. 끝이 없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럼 무리수는 파이만 있을까? 아니다. e가 있다! e라니, 인터넷? 그게 아니고 지수를 뜻하는 exponential의 머리글자이자,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이름을 딴 (e)Euler's number(오일러의 수)의 수 e다.
5장에서 '복리 이자는 한없이 커질까?'의 계산 값은 1초마다 복리를 적용했을 때 2.71828178... 이었다. 무리수 e 값은 e=2.718281828459045.... 뭔가 너무 신기하다. 그럼 면세점에서 파는 길리앙이나 고디바 같은 초콜릿을 떠올려 보자. 실수로 이 초콜릿을 쏟았을 때 원래 있던 자리에 초콜릿을 넣을 확률은? 나는 당연히 계산 못한다. 왜냐하면 초콜릿이 4개만 들었어도 24가지 방법이 있어서다. 그래서 그냥 책에 나와 있는 계산을 보았다. 4개가 전부 엉뚱한 자리에 놓일 경우의 수는 9가지, 24가지 중 9가지라면 확률은 37.5%다.
그럼 5개면? 경우의 수는 120가지, 엉뚱한 자리에 놓일 경우의 수는 44가지,
확률은 36.66666...%다.
7개면 36.78571...%,
9개면 36.78791...%,
10개면 36.78794...%...
이제 계산기에 100÷ e를 입력한다.
그러면 100÷ e=36.7879441171...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게 뭐? 화학을 알면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에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이 똑같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학을 알면 저마다 다른 현상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와π와 또 하나의 파이φ가 있다! φ(파이)란 황금 비율이다. 황금 지팡이같이 생기기도 했다. 황금 비율이란 1.6180339887...에 가까워지는 무리수다. 황금 직사각형은 1: φ(1.618)에 가깝다. 나도 카드를 꺼내서 길이를 재고 긴 변을 짧은 변으로 나눠 보았다. 8.6 ÷ 5.3 = 1.62264150... 이었다. 정말 1.6에 가까운 값이 나온다. 해바라기 속 모양도 이 황금비율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황금비율 1.618은 피보나치수열과도 관계가 있다. 피보나치수열은 0과 1로 시작한다. 바로 앞의 두 수를 더한 값이 계속 이어지는 식으로 나열된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피보나치수열의 수들을 바로 앞의 수로 나누면 황금비율이 나온다. 그래서 피보나치수열을 황금 수열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한다.
저자가 수학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상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만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커피숍이 최대 이윤을 내려면 커피 한 잔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집에서 회사까지 가면서 2군데를 들러야 한다면 가장 빠른 경로는 무엇일까? 이런 생활 속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응용수학(applied mathematics)이라고 한다.
실질적인 목적만 가지고 음악가들이 음악을 만들지 않듯, 뚜렷한 목적이 없는 것은 순수수학(Pure mathematics)이라고 한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생활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순수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즐기는 루빅스 큐브, 퍼즐 놀이, 종이학 접기, 숫자 퍼즐 푸는 일을 생각하면 된다. 실생활에 도움을 주진 않지만 즐거운 수학적 유희다.
매듭 이론은 유전자 암호의 비밀을 밝혀 줄 열쇠를 쥐고 있다. 몸에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를 모두 꺼내 길게 늘어놓으면 740억 km, 즉 지구에서 태양까지 250번을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 이걸 계산해낸 사람도 대단한 것 같다. 우리 몸속 세포들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매듭을 풀었다 묶었다 하며 쉬지 않고 움직인다. 우리 삶이 매듭 이론에 달려 있는 셈이다. 나는 DNA가 매듭 이론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기로 했다.
온라인 지도나 내비게이션은 데이터를 통한 패턴 수집으로 한 확률 모델을 만들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소요 시간을 예측하는 거였다. 내비게이션도 수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니... 게다가 핸드폰 배터리 잔량 표시를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왜 정확하지 않은지를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수학 시간에 어려워했던 미적분이라는 말이 나와서 열심히 이해해 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미적분이 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미적분은 '양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알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이라는 2개의 양이 있을 때 1시간에 몇 km를 이동할까? 이때 미적분을 쓴다.
수학자들은 간단히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변화량을 그리스 알파벳 Δ δ델타로 나타낸다. 델타는 그리스어의 차이 διαφορά (diaphora)에서 유래했는데 어떤 값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두 값의 차이로 정의되므로 변화량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한다. 대명사가 명사를 대신해서 쓴다면 숫자를 대신해서는 변수를 쓴다. 보통 x와 y로 나타낸다. 시간을 x로, 거리를 y라고 하면 거리의 변화량/시간의 변화량은 dy/dx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두 가지 양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나태내는 것이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시간 경과에 따른 전기 방출의 비율인 변화량을 알아내는 것이라 이런 미적분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류가 흐르는 속도에 따라 배터리 잔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한다. 하지만 예상치는 틀릴 때가 더 많다. 전기를 더 많이 잡아먹는 앱도 있고, 기온 변화도 있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속도 역시 늘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배터리의 전기 저장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진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오래되면 배터리가 빨리 닳았던 것. 백분율이나 건전지 모양의 배터리 양은 정확하지 않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 요긴하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잔여량 볼 때마다 미적분이 생각날 것 같다. 변화량 델타도.
카드 마술에 대수학이 들어간다는 것, 왼손잡이의 이점도 수학적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것, 진자 운동과 인슐린의 공통점에도 프랙털 구조가 숨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수학적 증명이 좋은 점은?
1. 싸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과학적 증명과 역사적 증명은 증거도 필요하고 실험하거나 발굴할 때 돈이 들지만 수학적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2. 누구나 할 수 있다. 논리라는 도구를 이용하므로 과학자나 역사학자라는 자격이 필요 없다.
3. 영원하다. 과학 이론은 새로운 실험이 등장하면 수정되지만 수학적 진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어떤 명제가 참이면 영원한 진리가 된다.
4. 응용이 가능하다. 한 가지 논리가 정립되면 그와 비슷한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 있다. 지각 삼각형이 제일 긴 빗변의 길이의 제곱은 직각을 낀 나머지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 정리는 이 세상 모든 직각삼각형에 적용할 수 있다.
수학을 할 줄 알면 어떤 분야의 문제도 풀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수학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접해 본 것으로 아주아주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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