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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라는 직업
운담 유영준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모두 호텔리어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저자의 첫 책 <호텔리어로 산다는 것>은 네이버 지식IN을 통해 호텔리어 직업 도서로 추천되었다. 게다가 호텔리어를 직업으로 고민하는 분들의 추천도 많이 받아서 호텔리어 직업의 지침서, 필독서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때 북토크와 강연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독자와의 깊이 있는 대화였다고 한다.
호텔리어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 진로를 걱정하는 부모님과 학생들, 취준생, 현직에서 고민하고 있는 호텔리어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 <호텔리어라는 직업>이 나오게 되었다.
호텔리어란 좁게는 호텔 관리인이고, 넓게는 호텔의 각 파트에서 일하는 일반 종업원을 말한다. 지배인, 관리자, 부장, 사원 등. 부서도 객실부, 예약부, 조리부, 식음료부, 연회부, 마케팅부 등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다양한 부서가 있었다.
<호텔리어라는 직업>은 제목 그대로 호텔리어가 되려면 꼭 알아야 할 꿀팁에서부터 면접부터 이직과 성장까지 호텔리어로 살아온 저자의 30년의 인생이 담겨 있다. 특히 Q&A는 나도 직장 다닐 때 누가 이런 조언을 해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고 도움이 된다.
일례로 입사한 지 일주일인데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싶다는 말에 저자님은 수습 기간만이라도 채우고 그만두길 권한다. 그리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관둬야 한다는 말도 해 주신다. 1안은 1년을 채우고 그만두라는 것. 다른 호텔 입사 시에도 1년 경력이 도움이 되고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아니라면 그때 그만둔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난 이런 경험을 했다고 자신에게도 떳떳하다는 것이다. 2안은 직장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이었다.
너는 일주일 일하고 뭘 제대로 안다고 그만둔다는 말이 나와, 일할 생각이 없는 거지, 남들은 취직 안돼서 난리인데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안 드는가? 나만 이런 생각 하나? 그런데 저자님은 나와 같은 핀잔이 아닌 진심 어린 답변, 내부와 외부에서 도움과 조언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라는 도움 되는 답변을 해 주신다. 이런 마음은 책 곳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서평단 책만 보내주셔도 감사한데, 편지와 예쁜 열쇠고리까지 전하는 마음에 감동 안 할 사람이 있을까?
저자님 딸도 3년 차 호텔리어라고 한다. '딸이 물어보는 호텔리어'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필요한 자격증, 마음가짐, 전망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나도 '호텔리어'라는 드라마를 보고 호텔리어라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호텔리어 되려면 회화를 잘해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라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니 호텔리어라는 직업뿐 아니라 삶의 지혜도 함께 배운 것 같다.
나처럼 겉으로 좋아 보여서 호텔리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호텔리어를 하기 전에 꼭 호텔과 리조트에서 알바나 계절직 사원으로 근무해 볼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저자의 권고에 따라 이렇게 경험해 본 후배들은 경험하기 전과 후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고 한다. 이런 실질적인 조언은 30년이라는 경험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짧은 수필 형식의 글과 Q&A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각 제목에 어울리는 글들이 짧고 재밌어서 글자로 된 쇼츠 느낌? 저자분은 30년간 호텔과 리조트 분야에서 일하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글솜씨가 좋으셔서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옆에서 그냥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이런 글은 호텔리어로서뿐만 아니라 틈틈이 책을 많이 읽으셨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갑질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저자의 행동이 너무 멋있었다. 객실에 머리카락이 있다고 대청소를 요청해서 직원이 방문했다. 그런데 계속 이것저것 지적질을 해서 참다못한 직원이 나갔다. 이에 격분한 고객은 객실 관리팀 매니저와 다시 청소하러 온 직원에게 사과하라며 소리소리 지르고 있고, 저자는 직원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본다. 직원들에게 얼마나 갑질을 했는지 직원들은 대역 죄인이 되어 있었다.
저자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그 갑질 여성 고객과 대면했다. 저자에게도 대뜸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 저자는 당연히 사과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이상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청결을 유지할 수 없다면 방법은 간단했다. 고객은 객실 청결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당일 객실 요금의 환불과 퇴실을 제안했더니, 그 고객은 바로 짐을 정리해서 나갔다. 이런 사람과 싸우지 않고, 무릎 꿇지도 않고, 정중하게 나가라고 유도한 저자의 행동에 박수!
툭하면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일그러진 그들의 내면을 생각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지만 그들의 비뚤어진 사고방식은 고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바뀌지 않는 그들에게 갑질 노노를 외칠 게 아니라 갑질 손님에게는 무릎 꿇지 말고 매니저 불러오겠다면서 정중하게 퇴실을 제안하는 이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음식점에서도 꼭 트집 잡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중히 환불을 해 주면서 이렇게 나가라고 해야 한다. 나도 낙지 덮밥을 먹는데 머리카락이 나온 적이 있었다. 나는 그냥 머리카락 빼고 먹었다. 그리고 나가면서 알바생에게 보여주고 나왔다. 나도 요리하다 보면 어쩌다 들어갈 수도 있는데 남이 실수하면 절대 안 된다는 공식이라도 있는 건지?
예전에는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뛰고 해서 문제가 많았는데, 애견 동반자들 부주의로 조식 식당에서 애견끼리 한 판 대결이 벌어졌다고 한다. 최소 몇백 명이 애견 싸움으로 식사 중에 고통을 겪었지만 견주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식사를 마치고 사라졌다. 아이들의 소란이 그립기까지 하다는 말에 나도 층간 소음이 아이들이 뛰고 공놀이하는 것이니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꺼이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객실에서 나올 때는 옷을 입고 나오기와 촛불 이벤트 하지 않기다. 전화기도 키도 전부 방 안에 있는데 얼마나 황당했을까. 객실에서 나올 땐 꼭 옷 입고 나오자. 요즘은 객실도 집처럼 도어락 비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바뀌는 추세여서 이런 일이 언젠가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촛불 이벤트는 집에서도 위험하다. 냄새 제거에 꼭 촛불을 쓰고 싶은 분은 캔들 워머를 사용하자.
호텔에서 일어나는 별별 일들, 그리고 이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는 삶의 철학도 담겨있다. 철학은 철학자들과 지성인들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누구나 철학을 담으면 철학자가 된다. 그것을 발견해 낸 저자분도 멋있었다.
"손님 거. 손님상에 오른 음식은 손님 거입니다. 그래서 식당은 손대지 않습니다. 남의 것으로 재활용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p.162)
"손님 돈. 식당의 재료는 손님의 돈으로 사는 거라서 좋은 재료를 준비합니다. 손님의 돈으로 사는 거니까 아낄 이유가 없습니다."(p.163)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과 정성 없이 기계적인 움직임만 있다면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 업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성이다. 인성은 정성과 일맥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 음식 준비를 단순히 직업이라서 한다면 그 일을 즐길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생기겠는가?"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과 인성을 연결하니 나도 앞으로 정성을 담아 식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호텔리어가 아니더라도 컴플레인 대처 방법은 어떤 직장에서나 유용할 것이다. 한 가지 사례를 가져와 보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사람은 서서 말하면 다리도 아프고 더 화가 날 테니 일단 앉히란다. 냉수 주면 냉수 먹고 속 차리라고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냉수 말고 따듯한 차를 대접해야 한다. 더 윗사람 불러온다며 성별을 바꾸거나 연장자 직원에게 도움을 구한다. 이거 위기 상황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을 듯?
미디어의 영향으로 호텔리어에 대한 환상을 가진 친구들에게 호텔리어는 죽을 만큼 힘들고, 죽을 만큼 재밌고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호텔리어는 다른 직장 보다 타인을 더 배려하고 이해해야 하는 끈기와 서비스 마인드가 추가로 요구되는 직업이다. 나는 멘탈이 약해서 호텔리어를 하면 안 되는 사람에 속했다.
호텔리어, 뭐부터 해야 하지? 면접 준비는 어떻게? 전공 무관해도 취업할 수 있을까? 평생직장이 아니고 평생직업이라고? 여기저기 검색할 것 없이 이 책 한 권이면 호텔리어라는 직업에 대한 것과 전망까지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며 호텔리어, 꽤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