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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 시골 양복점 오고리상사가 글로벌기업이 되어 전 세계인에게 ‘라이프웨어’를 입히기까지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 박세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영은 끝에서 시작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야나이는 유니클로의 성장이 아닌 끝을 정했다. 바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공인회계사가 오고리상사에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유니클로의 사장 야나이 다다시(柳井正)의 사무실 벽면 전체에 책이 가득했는데 꽂혀 있는 책은 기업이나 경영에 관한 책뿐이었고, 월마트나 IBM 등 해외 기업을 다룬 책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나처럼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꽂아 놓은 장식이 아니라 대부분 여러 번 읽은 흔적이 있는 책이었다. 사장이 아닌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자의 연구실 같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을 열심히 연구했고 그 지식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1997년에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이 되겠다며, 이를 위해 연간 3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터무니없는 꿈도 얘기하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믿어졌다는 것. 유니클로의 글로벌 진출의 성공에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책을 읽었던 야나이 다다시의 독서력이 거름이 되어 주 지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도 독서 광이었다는데 이 분도 그 많은 책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전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다. 유니크 클로징(Unique Clothing)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일본 우베라는 시골의 한적한 상점가에 있는 오고리상사라는 이름의 신사복 가게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스페인의 ZARA, 스웨덴의 H&M, 미국의 GAP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1991년 9월 1일, 오고리상사라는 회사명을 패스트(Fast, 빠른)와 리테일링(Retailing, 소매업)을 합쳐 패스트 리테일링으로 변경했다. 빠른 소매업이라는 뜻으로 진짜 의미는 맥도날드처럼 고도로 시스템화된 소매업의 형태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유니클로의 경영이념은 현재 23개 조항인데 첫머리에 적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고객을 창조하는 경영"은 지금도 그대로다. 그의 신념은 옷에 개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옷을 입고 나서야 비로소 옷에 개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우라 도시하루(浦利治)는 유니클로 최고참 직원이다. 15살 때 우베에 있는 오고리 상사의 주인 야나이 히토시(柳井等) 밑에서 일을 배우며 살게 되었다. 이때 야나이 다다시의 아버지는 한 푼이라도 소중히 하라고 가르쳤는데 이 말은 절약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단돈 1엔처럼 작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의미였다.
아버지에게 모든 권한을 물려받은 야나이 다다시는 서점을 무척 좋아했다. 손님 스스로 원하는 책을 마음껏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 어느 대학의 생협에서 슈퍼처럼 모든 물건을 자유롭게 사는 것을 보고, 옷도 서점처럼 마음껏 고를 수 있는 거대한 창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전환점은 생각하기만 해서는 찾아오지 않는다. 행동으로 옮길 때 기회가 온다. 그래서 히로시마 뒷골목에 '유니크 클로징 웨어하우스(Unique Clothing Warehouse)'를 오픈했다. 오픈 첫날부터 대박이었다.
남성복 전문점에서는 매번 매장을 손보고 세일을 해서 손님을 끌어들였는데 그때마다 돈이 들어갔다. 그래서 개조하지 않아도 되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 그의 결론은 가게가 낡아서 매번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낡게 만들면 된다였다. 그는 이 낡은 창고형 매장에서 3만 벌이나 되는 재고를 쌓아 놓고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팔았다. 유니클로는 쉽게 손이 닿는 저렴한 캐주얼웨어를 지향했다. 하지만 점점 인기가 줄고 2호점이 망하자 교외에 매장을 냈다.
이때의 유니클로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대중이 좋아하는 옷을 대량으로 사들여 판매했다. 이것을 2000년대에는 패스트푸드에 빗대어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라고 불렀다. 야나이 다다시는 디자인도 내 맘대로 할 수 없고, 남이 만든 것을 판매해 주는 종합 의류 슈퍼마켓으로는 미래가 없음을 깨달았다. 패스트패션은 유행에 맞춰 옷을 공급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유행에 앞서 옷을 공급하고, 오히려 유행을 직접 만들어내는 쪽에 가깝다. 팔리는 이유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낸다.
그래서 야나이 다다시는 SPA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다, Speciality store는 특별한 가게, 전문 판매점 정도로 해석된다. retailer는 소매업자나 소매점을 말한다. Private label은 자체 상표, 자체 제작이고 어패럴 Apparel은 의류다. 직역하면 SPA는 자체 브랜드 의류 전문 판매점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는 제조 소매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도매상 빼고 공장이랑 바로 거래하는 것. 제조와 도매상은 공존한다는 기존 상식의 틀을 깬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이 SPA의 개념을 아이폰에 적용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설계하고 디자인한 다음 중국이나 대만의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국제 분업 체제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데 성공 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니클로가 된 전환점은 ABC 개혁이었다. All Better Change의 약자로 모든 것을 더 좋게 바꾸자는 뜻이다. 다양한 개혁의 목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옷을 어떻게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팔리는 옷을 만들 것인가로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도 진행 중인 정보 제조 소매업(Digital Consumer Retail Company)즉 고객이 원하는 필요한 옷만 필요한 만큼 만드는 환경친화적인 시도다. 지금은 이상일 뿐이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이상에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5장부터는 야나이 다다시 주변에 인재들이 모여들어 유니클로가 세계로 향하는 과정이 나온다. 새로운 인재들이 어떻게 글로벌 무대에서 싸워왔는지 왜 실패를 했는지 그 요인을 분석하고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과정이 멋있다.
사와다 다카시는 우리나라의 명동 격인 도쿄의 하라주쿠에서 유니클로 매장을 오픈하면서 후리스를 전면에 내건다. 3층짜리 하라주쿠점의 한 층을 모두 후리스로 채우는 과감한 레이아웃을 꾸몄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고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그 유명한 후리스의 탄생이다. 그다음은 사와다 다카시가 친 동생처럼 생각하는 다마쓰카 겐이치가 유니클로 사장이 된다. 사와다 다카시, 다마쓰카 겐이치, 도마에 노부오, 모리타 마사토시는 유니클로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ABC 개혁 4인방이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실패담, 경직된 조직의 개선 이야기, 중국 상하이 진출, 후리스를 대체할 새로운 무기인 '히트텍'의 탄생, 그리고 다시 야나기 다다시가 사장을 맡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진다. 뉴욕 인근에서 오픈한 매장 3곳의 실패, 블랙 기업 논란, 유니클로의 동생 GU 스토리, 등등 사업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기는 처음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 저널리스트 스기모토 다카시(杉本隆)다. 그는 일본 기업의 99% 이상이 이름 없는 중소기업인데, 이 수없이 많은 회사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니클로의 성공 스토리가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유니클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영감으로 순식간에 성공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패도 많이 하고 블랙 기업이라는 비난도 받으며 더하기와 빼기를 착실하게 반복한 회사다. 그래서 모두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이 책 한 권이 희망의 선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철학이 확실하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을 테니까. 특히 절망적인 수많은 실패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우리가 유니클로만큼은 아니니 앞으로는 더 잘 될 거라는?
이제 유니클로는 세계 최고를 향해 가고 있다. 라이프웨어(Lifewear)라는 산업혁명을 외친다. 남녀노소, 국가,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입을 수 있으며 환경과 사회를 배려한 옷을 지향한다. 그래서 유니클로 라이프웨어가 추구하는 가치인 진선미(眞善美)에 도달하기 위해 다음 3가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이 나라에서 어떤 좋은 일을 했는가?
당신은 전 세계에서 어떤 선한 일을 했는가?
유니클로는 이 질문에 답하며 앞으로도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갈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래서 유니클로의 옷은 오늘도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p.533)
